검찰이 대통령 윤석열을 석방했다.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간난신고 끝에 구속한 내란 수괴를 검찰이 이렇게 쉽게 풀어줘도 되는가. 주권자가 위임한 권한을 오용하고 내란의 공범임을 자처한 ‘심우정 검찰’을 강력히 규탄한다.
구속기간 만료 후 기소가 이뤄져 위법하다는 법원 결정이 있었지만, 기소권을 독점한 검찰이 이에 대해 항고를 포기한 것은 별개의 문제다. 윤석열이 풀려나면서 내란 주범은 불구속, 내란 종범들은 구속 상태에서 재판받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일어났다.
윤석열은 체포·구속 과정에서 증거를 인멸하고 공권력에 저항했다.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과정에서는 부하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내내 거짓말을 했다. 대통령의 품격을 잃은 법꾸라지가 수감되자 시민들은 그나마 안도했다. 그런데 법원은 절차적 하자를 이유로 윤석열 주장에 손을 들어주고, 검찰은 기다렸다는 듯 윤석열을 풀어줬다. 건전한 법 상식을 가진 시민으로선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아닐 수 없다. 그 누구도 아닌 내란 주범의 구속 취소가 서울중앙지법의 결정이므로 검찰은 절차에 따라 서울고법에 즉시항고를 하고, 최종적으로는 대법원에 재항고해 상급심 판단을 받아야 할 사안이었다.
대검은 즉시항고를 포기한 이유로 보석이나 구속 집행정지 등의 즉시항고 규정이 헌재에서 위헌 판단을 받은 사례를 들었다. 그러나 이번 경우처럼 구속 취소 결정에 관해서는 헌재 판례가 없다. 2015년 국회가 구속 취소에 즉시항고권을 삭제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자 현재 대통령실 민정수석인 김주현 당시 법무부 차관이 제동을 건 일도 있다. 구속기간을 ‘날’이 아닌 ‘시간’으로 계산해야 한다는 법원 결정도 그동안의 관례를 깬 것이다. 법원 판단이 일리가 있어도 수십년간 지속한 형사실무 관행이 하필 최고 권력자의 구속 사건부터 달리 적용돼야 하는지 의문이다.
윤석열 석방은 수사팀의 반대 의견에도 심우정 총장이 주도해 결정했다. 심 총장은 지난 1월26일 법원이 구속기간 연장을 불허했을 때도 윤석열을 즉시 기소하지 않고 검사장들 의견을 듣는다는 핑계로 시간을 허비했다. 검찰은 최근 공수처를 압수수색했다. 심 총장의 허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검찰은 핵심 물증이 될 비화폰 수사 등을 위해 경호처 간부들에 대해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세 차례나 뭉갰다.
12·3 비상계엄 이후 시민들은 윤석열과 그 일당의 단죄가 엄정하고 신속히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오히려 경찰과 공수처의 수사를 방해하고, 탄핵심판 선고를 목전에 두고 구속 절차의 상급심 판단도 없이 윤석열을 풀어줬다. 이 사태를 만든 심 총장은 응분의 책임을 지고, 검찰 조직은 국민과 역사의 가혹한 심판을 받아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내란진상조사단이 9일 국회에서 심우정 검찰총장 사퇴와 윤석역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