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윤석열이 지난 8일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됐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된 지 52일 만에 구속기소 절차에 위법적 요소가 있다는 법원 결정으로 풀려난 것이다. 그는 “불법을 바로잡아준 재판부 결단”에 감사하고,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에 따라 공무를 수행하다 고초를 겪는 분들의 석방”을 기원했다. 군경을 앞세워 헌법을 유린한 12·3 비상계엄을 여전히 합법이고 공무라 한 것이다. 그 후안무치에 말문이 막히고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윤석열은 구치소를 걸어나오면서 지지자들 앞에서, 관저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 주먹을 쥐어 보였다. 별도로 낸 석방 입장문에서는 “응원해준 국민들과 미래세대들에게 감사하다” 했고, 그가 일으킨 내란 중요 종사자들과 헌법재판소를 압박하며 단식 중인 국민의힘 의원의 안위를 걱정했다. 내란 수괴 석방에 낙담하고 다시 불안해진 국민은 안중에 없고, 사과 한마디 없었다. 한때 대통령직에 있었던 자가 오로지 지지층만 챙기며, 국론 분열을 이어간 것이다. 그는 구속 기간 산정 문제로 잠시 구속이 취소됐을 뿐이다. 탄핵소추된 내란 주범이란 점은 달라진 게 없다. 마치 무죄 판결 받은 개선장군처럼 행세한 언행 하나하나에 다수 국민은 부아가 치솟을 뿐이다.
윤석열은 관저의 ‘김치찌개 만찬’에 동석한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에게 “국정 중심을 잘 잡아달라”고 했고, 정 실장은 9일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했다. 지난달 25일 헌재의 탄핵심판 최후진술에서 개헌을 거론한 데 이어 내란 수괴가 또다시 복귀 망상을 드러낸 것이다. 불법 계엄 후 체포 전에도, 옥중 편지에서도, 헌재 심판정에서도, 구속 취소로 석방된 뒤에도 윤석열은 ‘선동의 대명사’가 됐다. 그에 부응하듯, 국민의힘 지도부와 대선 주자들은 일제히 “탄핵 기각”을 외치며 헌재를 압박하고 나섰다.
내란 수괴가 풀려난 지금, 이 땅의 민주주의는 중대 고비에 처했다. 거리에선 탄핵 찬성·반대 집회가 다시 커지고, 격하게 대치하고 있다. 윤석열이 일으킨 혼란을 끝낼 바통은 이제 헌재로 넘어갔다. 절차상의 구속 취소와 위헌·위법 행위를 따지는 탄핵심판은 별개다. 윤석열 홀로 거짓말하고 우기고 “통치행위”라고 되뇌었을 뿐, 이미 구속된 내란 종범들이 실토한 증언과 증거는 차고 넘친다. 윤석열이 불응하고 날인도 하지 않은 채 문제 삼는 공수처 수사 결과는 헌재 법정에서도 증거 채택을 하지 않았다. 헌재는 “법원은 내란 수괴를 풀어줬지만 우리는 풀어주지 않겠다”는 시민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신속한 파면으로, 대한민국의 국운을 다시 일으키는 최고 헌법기관의 권위와 권능을 보여주기 바란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일 오후 구속 취소로 석방된 뒤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에서 서울 한남동 관저로 귀가하며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