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믿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돼 서울구치소에 구속되어 있던 윤석열이 제 발로 걸어 나온 것이다. 전날 서울중앙지방법원이 구속 취소 결정을 내리고 검찰이 항고를 포기하고 석방을 지휘하며 이루어진 일이었다. 당시 광장에서 윤석열 퇴진과 민주주의 회복을 바라는 수많은 시민들과 함께 있으며 주변의 허탈감과 분노를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
법원이 구속 취소 결정을 한 이유는 검찰이 구속기간을 잘못 계산해 기간 만료 후 기소했다는 것이다. 구속기간에서 제외되는 영장실질심사 기간을 날짜가 아닌 시간으로 계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형사소송법은 모두 구속기간을 날수로 계산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법원의 판단이 타당한지 의문이 든다. 그럼에도 피의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보다 유리한 해석을 할 수는 있다. 문제는 이것이 왜 유독 피의자가 윤석열인 사건에서 선례와 다른 이번 결정이 이루어졌는지다.
이후 검찰의 대응 역시 납득하기 어렵다. 통상 자신의 판단과 다른 법원의 결정이 내려졌을 때 즉시 불복하고 반박 입장을 내던 검찰이 이 사건에서는 유독 하루가 넘도록 고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끝내 수사팀의 반발에도 대검찰청은 즉시항고를 포기하고 석방을 지휘했다. 검찰은 구속집행정지에 대한 즉시항고를 위헌이라고 판단한 헌법재판소 결정을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이 결정에서도 헌법재판소는 구속 취소를 구속집행정지와 다른 제도로 판단했다는 점에서 이는 타당하지 않다.
사실 12·3 비상계엄 후 유독 왜 이런가 하는 일들이 반복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그러하다. 국가인권위는 비상계엄 이후 시민들이 받은 인권침해에는 입을 닫고, 시민들이 낸 진정은 탄핵심판이 진행 중이라면서 각하했다. 그러고는 지난달 17일 ‘계엄 선포로 야기된 국가적 위기 극복 대책 권고의 건’이라며 탄핵심판이 적법절차 원칙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국가인권위는 ‘윤석열의 방어권’을 보장해야 한다며 그 이유를 들었으나 왜 수많은 피고인들 중 윤석열과 내란 공범의 권리에 대해서만 국가인권위가 입장을 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
한편으로 유독 노동자,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이주민 등 소수자에게 가혹한 사회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경찰은 내란 공범 혐의로 수뇌부가 공백인 상태에서도 남태령을 넘으려는 농민들의 트랙터를 막아섰고, 광화문 시민대행진에 대해 금지 통고를 남발하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지하철 투쟁에 대해 서울교통공사와 경찰은 강경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얼마 전에는 학내 성폭력 사건을 제기했다 해임된 지혜복 교사에 연대하던 시민들이 서울교육청 앞에서 집단으로 체포되었다. 무엇보다 혐오에 기반한 극우세력들의 폭동이 이어지는 가운데, 근본적 해결이 될 수 있는 차별금지법은 소위 ‘먹고사는 문제’가 아니라며 또다시 밀려나고 있다.
윤석열은 석방되며 자신을 지지해준 국민들에게 감사하다며, 철저하게 지지자만을 향한 메시지를 냈다. 다양한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독단적 사고방식으로 계엄이라는 위헌적 행위를 저지른 모습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그가 메시지를 낸 3월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었다. 이날 광화문에서는 “페미니스트가 민주주의를 구한다”는 슬로건 아래 제40회 한국여성대회가 개최됐다. 내란죄 처벌과 파면 결정, 그리고 이를 넘어 성평등과 기본적 인권, 존엄이 지켜지는 사회를 요구하는 여성과 소수자의 목소리가 광장을 가득 메웠다.
후보 시절부터 구조적 성차별을 부정하고 여성가족부 폐지를 외치며, 당선 후에도 성평등 정책을 후퇴시킨 윤석열이 석방됐지만, 내란죄 재판과 탄핵심판은 계속된다. 유독 권력자에게 부드럽고 소수자에게 가혹한 법과 제도, 사회를 바꾸어 모두가 평등한 민주사회로 나아가는 발걸음 역시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박한희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