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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에 대한 공격

트럼프, 단일 행정부를 앞세워
대학 등 공공기관 향해 공격

훌륭한 행정 장치 없이는
위대한 나라를 만들기 어렵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에 불러일으킨 혼란의 작은 이점은 미국인들이 민주주의 통치의 아주 기본적인 문제를 재고해야 한다는 점이다. 대통령은 행정부에 행사하는 권한을 포함하여 얼마나 많은 권한을 가져야 할까? 경제 생활에서 국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미국과 다른 선진 산업 민주주의 국가들은 항상 정부의 역할과 규모에 대해 이의를 제기해왔다. 보수주의자들은 세금을 낮추고 규제를 완화하는 것을 선호하며 이것이 더 빠른 성장을 촉진한다고 믿는다. 자유주의자들은 정부가 재분배 및 복지 기능을 수행할 뿐만 아니라, 연구 및 개발 지원이나 디지털 인프라와 같은 정부의 공공재 제공도 경제적 웰빙을 증진시킨다고 믿는다.

트럼프와 미국 내 일부 보수주의자들은 연방 관료제에 반대하는 완전히 다른 주장을 펼쳤다. 그들은 일론 머스크가 주장해온 것처럼 공공 지출이 낭비라고 생각할 뿐만 아니라, 공무원들 또한 보수적인 개혁 노력을 약화할 수 있는 이기적인 비선출직 정부 구성원이라고 생각한다.

강력한 자유주의적 전통에 기반한 미국 정치에서 국가에 대한 공격은 새로운 특징이 아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은 정부에 대해 적대적인 언어를 자주 사용했다. 그러나 트럼프와 보수 법률 이론가로 구성된 핵심 그룹은 이 문제에 대한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했다. 이는 ‘단일 행정부’라는 이론에 따라 대통령 권한을 극적으로 강화하는 것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어느 정도 헌법의 지지를 받아 대통령은 행정부 내 인사 결정에 광범위한 권한을 가지는데, 사실상 대통령이 인사를 마음대로 고용·해고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 목적이 단순히 정책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 트럼프의 목적은 고용이 행정부의 변덕에 달려있기에 정치적으로 충성스러울 수밖에 없는 연방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다.

한국은 오랫동안 강력한 행정부와 상대적으로 약한 입법부 및 정당의 문제와 씨름해왔다. 그러나 한국은 유능한 국가가 빠른 성장뿐만 아니라 형평성을 어떻게 촉진할 수 있는지에 대한 널리 연구된 사례를 제시한다.

수년 동안 일부 보수 경제학자들은 한강의 기적이 한국의 시장 지향적인 정책, 규제 완화, 비교적 자유로운 노동 시장(또는 노동자 억압) 덕분에 가능했다고 봤다. 그러나 이제 새로운 연구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한국의 강력한 국가 권력이 자국 기업의 성장과 건전성에 지속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입증되고 있다. 물론 그 기업이 대부분 거대 재벌이긴 했다.

분명히 하향식 산업 정책의 시대는 끝났다. 하지만 연구자들은 친환경 에너지 전환, 코로나19 관리와 관련된 정부 이니셔티브가 과거 유산의 강력한 흔적을 어떻게 보여주는지를 추적하기도 했다.

트럼프의 국가에 대한 무차별적 공격에 반대하는 주장은 간단하다. 훌륭한 행정 장치 없이는 위대한 나라를 만들기 어렵다는 것이다. 만약 정책 결정이 전문성이 아닌 충성심으로 발탁된 정치인들에 의해 이루어진다면 결과가 좋을 리 없다.

트럼프가 끼치는 피해는 아직 더 지켜봐야 한다. 그는 쇼맨(showman)이며 실질적인 정책적 의미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는 행정 명령에 서명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법원이나 대중의 반발, 어쩌면 의회의 반발에 따라 트럼프는 자신의 이니셔티브 중 일부를 철회해야 할 것이라는 점이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

그러나 통치에 대한 트럼프의 개인주의적 접근 방식의 불확실성 그 자체는 이미 분명하다. 공공복지의 중심 기관인 질병통제예방센터 및 연방재난관리청, 또는 심지어 짧은 기간 핵무기 안전을 다루는 중요 기관에서 일했던 공무원들이 해고되고 있으며 그들의 삶은 엉망이 되어버렸다. 게다가 공공 부문에서 떠날 확률이 높은 노동자들은 바로 오랜 경험과 전문 지식을 가진 사람들로, 우리가 잃어서는 안 되는 이들이다.

한국은 심각한 계엄령 선포 사태를 겪었지만 지금은 그 일이 마치 만화 속 이야기 같고 아마추어적으로 보인다. 대학 등 공공 기관에 대한 트럼프의 공격이 한창 진행 중이다. 이 중요한 시점에서 우리는 유능한 국가들이 민주주의에 위협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민주주의가 잘 작동하도록 해준다는 점을 상기시킬 필요가 있다.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정치 제도에 대한 대중의 지지가 줄어들고 최근 몇년간 한국과 미국이 겪고 있는 독재적인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스테판 해거드 UC 샌디에이고 석좌특별명예교수

스테판 해거드 UC 샌디에이고 석좌특별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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