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미디어세상]볼만한 기사가 없던 주말



완독

경향신문

공유하기

닫기

보기 설정

닫기

글자 크기

컬러 모드

컬러 모드

닫기

본문 요약

닫기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닫기

[미디어세상]볼만한 기사가 없던 주말

금요일 오후에 벌어진 일이라서 그랬을까. 엄청난 사건이 터졌는데 볼만한 기사가 없다. 서울중앙지법이 윤석열 대통령 구속 취소를 판결한 이후 주말 동안의 언론 사정이다. 법원의 결정을 타전한 직술뉴스가 있고, 검찰이 항고 여부를 놓고 고심한다는 관찰 기사도 나왔다. 여야 정치권의 반응과 분열된 시민 집단들의 찬반 시위를 묘사한 스케치 기사가 있지만 그뿐이다. 법원 판결문을 직접 구해 읽어볼 처지가 아닌 나로서는 6공화국 최초로 내란죄로 대통령을 구속한 일이 실은 부당했다는 법원의 판단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했다.

갑갑한 마음에 인터넷 동영상과 교류매체 계정들을 둘러봤지만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검찰의 간악한 음모라느니, 공수처의 무능함 때문이라느니라며 조리돌림 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판결을 내린 법관의 출신과 성향을 따져 물으며 마녀사냥을 시작하려는 조짐도 있다. 이 땅에 정의가 죽었느니 살았느니 외치는 한탄과 감탄은 무수하다. 이 판결 때문에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이런저런 영향을 받게 된다는 밑도 끝도 없는 전망도 있다. 이렇게 중요하고도 복잡한 사태가 터졌을 때, 소위 인터넷 언론매체란 얼마나 도움이 안 되는지 제대로 확인했다.

이 글이 함께 실리는 월요일 아침 신문에서는 법원 판결에 대한 명료한 해석과 적절한 전망을 볼 수 있을까. 그렇다면 전통 언론매체에는 그나마 다행한 일이라고 해야겠지만, 어쩐지 이 기대마저 배반당할 것 같아 미리 마음 아프다. 주요 언론이 지난 주말에 했던 보도, 아니 정확히 말해, 하지 않았던 일을 보면, 앞으로 어떨지도 대충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류 언론이라면 다음 중 몇 가지라도 해야만 했다. 나는 오늘이라도 해야 한다고 믿는다.

첫째, 시민이 직접 판결문을 읽고 논지를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즉 서울중앙지법의 판결문을 즉시 구해 인터넷판에 공개했으면 좋았다. 지난 2월4일 동아일보가 12·3 비상계엄 관련 검찰의 공소장 전문을 공개했듯이, 시민들이 직접 법원의 논지와 논변의 갈래를 검토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향후 시민의 정치적 결단 및 정책적 이해를 돕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판결에 대해서는 ‘국가안전, 안녕질서, 선량한 풍속’을 해칠 염려가 없는 한 언론의 최소한의 편집을 거쳐 전문 공개할 것을 편집 방침으로 삼았으면 좋겠다.

둘째, 복수의 사법 전문가의 의견을 구해 평가가 일치하거나 갈등하는 쟁점을 명료하게 드러내야 한다. 중요한 판결에 대해 전문가의 의견을 구하는 일은 언론의 관행이지만, 복수의 의견들을 구해 쟁점을 해소할 방법을 모색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번 구속 취소 판결에 대한 해설 기사를 보니, 법원은 과거 기소 단계부터 논란을 일으켰던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 행사를 문제 삼았다고 한다. 사법적 판단도 받지 않고 진행함으로써 절차적 결함의 여지를 해소하지 못한 점을 우려했다는 것이다. 나는 검찰과 공수처가 향후 어떤 절차를 밟아야 내란죄 관할을 둘러싼 문제를 해결하고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해 앞으로 나갈 수 있다는 것인지 알고 싶다.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를 듣고 싶다.

셋째, 우리나라 사법적 판단이 왜 이리 예측 가능성이 낮은지 제발 누군가 해명해주었으면 한다. 이번 판결을 놓고 각자 정파적 이해득실을 따져 상대방을 비방하는 것은 결국 벌어질 일이다. 관련한 형사소송법, 공수처법, 그리고 관련한 대법원 판례들에 대한 검토와 비판, 그리고 보완 입법에 대한 압박도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주류 언론이 이 수준에 머물러 보도해서는 차별화되는 게 없다. 모든 것을 정파적 투쟁과 입법 미비 때문이라 하고 넘어가는 일은 심지어 게을러 보인다. 주류 언론은 우리나라 사법제도의 독립성과 안정성을 해치는 요인이 무엇인지 과감하게 묻고 탐색해야 한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 AD
  • AD
  • AD

연재 레터를 구독하시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하시겠어요?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콘텐츠 서비스(연재, 이슈, 기자 신규 기사 알림 등)를 메일로 추천 및 안내 받을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아니오

레터 구독을 취소하시겠어요?

구독 취소하기
뉴스레터 수신 동의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안녕하세요.

연재 레터 등록을 위해 회원님의 이메일 주소 인증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시 등록한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메일 주소 변경은 마이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보기
이메일 주소는 회원님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합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신 경우, 인증번호가 포함된 메일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뉴스레터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로 인증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아래 확인 버튼을 누르면 연재 레터 구독이 완료됩니다.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닫기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