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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석방과 민주당 ‘중도 보수론’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 취소로 석방되었다. 내란죄와 관련된 형사재판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탄핵심판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거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조기 대선을 앞둔 국민의힘의 전략은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강성 보수화든 극우화든 국민의힘에는 계륵이다. 대선 승패는 대개 중도층에 달렸기 때문이다.

정당 스펙트럼을 극좌에서 극우로 정렬하면, 대선 정국의 스펙트럼은 급진 좌파에서 극우(극단 우파)까지 나타난다. 현재 한국에서 극좌는 존재하지 않는다. 정의당, 기본소득당, 진보당, 사회민주당, 녹색당 등은 급진 좌파에 속한다. 민주당은 중도에 자리하며 중도 보수까지 진출하려 한다. 국민의힘이 극우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좌파와 우파의 구분이 반드시 진보와 보수의 구분과 일치하지는 않는다. 진보와 보수는 상대적 개념이다. 보수가 현존 질서를 유지하려는 입장이라면, 진보는 현존 질서를 발전된 미래를 향해 재편하려는 입장이다. 현존 질서를 과거의 특정 질서로 회귀시키려 한다면 그것은 보수가 아니라 반동이다. 반면 좌파와 우파는 자본주의 질서에 대한 태도로 나뉜다. 우파가 자본주의 질서를 지키려 하는 반면, 좌파는 자본주의 질서를 극복하려는 입장이다.

극좌와 극우는 비민주적 방식으로 목적을 추구하는 극단주의다. 북한과 스탈린식 공산주의를 극좌라고 한다면, 민주화 이후 한국에서 극좌는 사라졌다. 극좌는 과거 독재 시기에 폭력적 국가에 저항한다는 존재 이유가 있었으나, 민주화 이후에는 민주 질서 안에서 급진 개혁을 추구하는 급진 좌파로 대체되었다.

한국은 개발독재 자본주의에서 자유민주 자본주의로 전환했다. 개발독재 자본주의 시기에 민주당은 자유민주 자본주의를 추구하며 독재권력과 싸워왔으므로 진보적 우파였다. 그러나 이제 자유민주 자본주의에서 민주당은 보수 우파 계승 정당들과 권력을 교체해가며 체제를 수호하는 세력이 되었다. 보수 우파로 변한 것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중도 보수론은 이러한 변화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상속세 개편 등 세금 인하 정책과 반도체특별법, 연금개혁 등은 과거 신자유주의를 도입하던 민주당의 정책과 다른 노선이 아니다. 진보라는 착시 효과를 걷어내고 솔직히 인정한 것이라고 보는 게 논리적이다. 중도라는 단어도 오른쪽 끝에 국민의힘이 자리하고 좌측에 정의당과 진보당 등이 위치해 있어서 의미를 갖는 상대적 수사일 뿐이다. 중도 보수론의 핵심은 국민의힘이 비워놓은 온건 보수의 영역까지 뻗어가려는 명민하고 솔직한 대선 전략이다. 하지만 대선 전략에만 머물지 않는다. 중도 보수론은 당내 반발과 비판에 직면해 수사적으로 희석될 수는 있지만, 실체적으로 멈출 수 없는 흐름이다.

국민의힘이 모를 리 없다. 하지만 탄핵 정국에서 국민의힘은 중도 보수나 온건 보수를 끌어들일 많은 기회를 놓쳤다. 극우나 강성 보수는 아스팔트에서 집단적 위력을 과시할 수는 있어도 전체 유권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높지 않다. 게다가 이들조차 모두 표로 연결된다고 볼 수 없다. 온건 보수와 중도에 호소하려면 윤 대통령과 거리를 둘 수밖에 없으며, 실제 그러한 움직임이 감지되기도 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이 구속 취소로 석방되면서 국민의힘은 또 한번 기회를 놓치게 됐다. 탄핵과 내란죄가 확정되어 윤 대통령이 재구속되기 전에는 국민의힘이 태도를 변경하기 어렵게 되었다. 이재명의 중도 보수 선언이 더 힘을 받을 것이다. 국민의힘에 윤 대통령 석방은 계륵을 독으로 바꾼 셈이다.

민주당이 중도에서 오른쪽으로 이동하면 급진 좌파나 진보의 공간이 비게 된다. 그럼에도 중도 보수론을 주장하는 것은 진보당 등 급진 좌파 및 진보 세력과 연합하고 있다는 사실이 작용했을 것이다. 이 정당들과 연합을 지속한다면 급진 좌파와 진보 유권자까지 껴안으며 중도와 중도 보수로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정당들의 입장이다. 중도 보수화한 민주당과의 연합이 진보 색채를 희석하므로 부담이 된다. 그럼에도 연합이 지속된다면, 정의당이 부활의 기회를 맞을 수 있다. 급진 좌파 유권자들의 상당수가 연합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 것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중도 보수론이 정당 체제 재편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극우화를 지속한다면 온건 보수가 떨어져 나가게 된다. 이들이 중도 보수화한 민주당과 통합해 새로운 당을 꾸리거나 적어도 독자 정당으로 민주당과 연합할 수 있다. 이번 대선에서도 연합 정치가 관건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정병기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정병기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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