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우정 검찰총장이 10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 5당은 9일 윤석열 대통령의 석방 문제와 관련해 심 총장 자진사퇴를 촉구하면서 사퇴하지 않을 경우 탄핵소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준헌 기자
심우정 검찰총장 등 대검찰청 지휘부가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의 반발에도 법원의 윤석열 대통령 구속취소 결정에 ‘즉시항고’하지 않고 석방을 지휘한 데 대해 검찰 내부에서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일선 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10일 경향신문과 통화에서 “일반 ‘잡범’이었으면 무조건 즉시항고했을 것”이라며 “현직 대통령이니 여러 가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인데, 나라면 즉시항고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철완 광주고검 검사(사법연수원 27기)는 지난 9일 검찰 내부망 게시판 ‘이프로스’에 ‘구속취소 사유 등이 궁금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박 검사는“대검이 이번 의사결정과 관련된 정보를 정확하고 풍성하게 제공해 주기를 기대한다”며 “그래야 검찰 구성원들만이라도 대검 지휘의 순수성에 대해 의문을 갖지 않을 듯하다”고 밝혔다.
박 검사는 “재판부가 제시하는 구속취소의 사유가 전례에 어긋나는 등 부당하다고 판단될 경우 검사는 즉시항고를 통해 그 당부에 대한 상급 법원의 판단을 받는 것이 마땅한 것으로 보인다”며 “특수본은 이런 입장에서 즉시항고를 주장한 것이 아닐까”라고 썼다. 박 검사는 “그런데 대검은 즉시항고 포기 입장을 취했다고 한다. 상식적으로 원칙적인 입장과 다른 입장을 취하는 쪽에서 ‘당해 사안에서는 이례적으로 원칙적 입장을 따르지 않아야 함’을 정당화해야 하고,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원칙적 입장을 취하는 사람들보다 훨씬 강력한 논증을 제공해야 한다”며 “대검은 어떤 논증을 제시했을까”라고 했다. 박 검사는 “대검은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인 불구속 재판의 원칙상 법원이 구속취소 사유로 삼은 사항이 복수인 경우 검사가 그 모든 사유를 배척하는 논리와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즉시항고를 포기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것을 기준으로 삼은 것은 아닐까”라며 “만약 대검이 위와 같은 기준에 기초로 논증을 구성했다면 그 논증은 상당한 설득력을 가질 듯하다”고 밝혔다.
박 검사는 이 글의 댓글에서도 “대부분 ‘즉시항고를 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그 논거를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런데 ‘즉시항고를 포기해야 한다’라는 대검의 입장에 대해서는 그 논거를 떠올리기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언론에 일부 소개되는 논거들 중에는 위헌 논란처럼 납득하기 어려운 것도 있다”며 “실정법에 규정된 절차를 집행 담당자가 지레 위헌 논란을 염두에 두어 그 절차를 이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종호 서울중앙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1단 부장검사(연수원 31기)는 10일 박 검사 글에 댓글을 달아 “지금의 구속기간 산입 등 법 해석 논란이 이해되지 않지만, 향후 일선의 업무 혼선을 정리하는 차원에서라도 일반 ‘항고’를 통해 상급심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승민 광주지검 목포지청 검사(변시 10회)는 “형사소송법 93조는 ‘구속의 사유가 없거나 소멸된 때’를 구속취소의 요건으로 정하고 있는데, ‘구속기간 도과’가 과연 구속의 사유가 없거나 소멸된 때에 포함되는 것은 맞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있다”며 “형소법 관련 조문을 아무리 뜯어봐도 법원의 결정이 이해가지 않고, 즉시 항고를 포기한 것은 더더욱 이해가지 않는다”고 댓글을 썼다.
채수양 창원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연수원 32기)도 이날 이프로스에 ‘구속취소 즉시항고의 필요성’이란 제목의 글을 올려 “이번 즉시항고 포기 결정은 헌법재판소가 구속집행정지 및 보석에 대한 즉시항고를 위헌으로 결정한 취지를 고려했다는 취지로 이해한다”면서도 “기존 헌재 결정이 구속취소 즉시항고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볼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채 부장검사는 “구속집행정지와 보석은 법원이 조건을 부과하거나 취소 사유를 고려해 결정하지만, 구속취소는 조건 부과 없이 구속의 효력을 소멸시키므로 법적 성격이 다르다”며 “잘못된 구속취소 이후 피고인이 도망하거나 증거를 인멸해도 돌이킬 수가 없다. 구속취소에 대한 즉시항고는 영장주의 위배가 아니라 보완”이라고 밝혔다.
주민철 서울중앙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2단 부장검사(연수원 32기)도 이날 이프로스에 ‘명확한 실무지침을 요청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주 부장검사는 “지금부터 윤 대통령 본안 재판에서 결론이 날 때까지 ‘구속기간 불산입 기준’을 ‘날’로 산정해야 하는 것인가요? 아니면 즉시항고를 포기한 결정에 따라 ‘시’로 산정해야 하는 것인가요?”라며 “사람의 인신구금과 관련된 중차대한 문제인 만큼 검사 개개인의 생각과 판단에 맡기지 말고 명확하고 통일된 지침을 알려주시는 게 좋을 것 같다. 뭐가 맞는지 바로 옆에 있는 동료 검사들과도 의견이 다르다”고 밝혔다.
임은정 대전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연수원 30기)는 심 총장이 최근에 올린 글에 이날 댓글을 달아 “여러 이유로 즉시항고를 포기하리라고 상상하지 않았다”며 “검찰총장의 검찰 사망 선언으로 비치고 있고,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대국민 사과와 사의 표명 등도 없이 뭐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심 총장은 이날 아침 출근길에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 석방 지휘와 관련해 “적법 절차와 인권 보장은 취임 이후 계속 강조해 온 검찰의 기본 사명”이라며 “적법 절차에 따라 소신껏 처리한 것”이라고 밝혔다. 심 총장은 “소신껏 결정을 내렸는데 그게 (나의)사퇴나 탄핵 사유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