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법원 공수처 위법성 인정했나
② 윤석열, 다시 구속될 수 있나
③ 구속 절차 문제로 탄핵도 각하되나
④ ‘내란 공범’들도 석방될 수 있나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에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대통령 관저 인근에 도착해 경호 차량에서 내려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법원의 구속취소로 지난 8일 석방되면서 내란 혐의 유무죄 판단이나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에도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특히 여당인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측은 “법원이 공수처의 위법수사를 인정했다”며 파면 여부 결정만 앞둔 탄핵심판도 각해돼야 한다고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법조계에선 “구속 취소 결정은 형사재판의 절차적 정당성과 관련한 결정일 뿐”이라며 “무리한 확대해석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① 법원이 공수처 위법성 인정했다?
석방이 결정된 후 윤 대통령 측은 ‘법원이 공수처 수사의 위법성을 인정했다’며 내란죄 관련 수사 절차가 모두 불법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러나 법원은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이 위법하다고 판단한 적이 없다. 당시 결정문을 보면 재판부는 “공수처법 등 관련 법령에 명확한 규정이 없어 위법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면서 사실상 판단을 미뤘다. 그러면서도 “수사과정의 적법성에 관한 의문의 여지를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논란을 그대로 두고 형사재판 절차를 진행하는 경우 상급심에서의 파기 사유는 물론, 시간이 한참 지나고 재심 사유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윤 대통령 체포·구속영장을 법원이 발부해준 건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을 인정한다는 전제가 깔린 결정”이라며 “그 이후로도 논란이 계속되니 문제를 깔끔하게 털어내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② 윤 대통령, 다시 구속될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이후 수사상황 등에 따라 다시 구속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특히 윤 대통령이 파면돼 형사상 불소추특권이 사라지면 “재구속은 시간문제”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형사소송법상 동일 범죄에 대한 재구속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이 내란 혐의로 다시 구속되기는 어렵다. 다만 헌재가 윤 대통령을 파면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한 직권남용 등의 혐의,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 사건’을 둘러싼 공천 개입 의혹 등에 관한 수사 향방에 따라 윤 대통령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다시 구속하는 것도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다만 윤 대통령이 공수처 등 수사기관의 조사에 하나도 응하지 않았던 점은 여전히 변수로 꼽힌다. 이준일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아무리 파면된 대통령이라도 당사자가 협조해야 수사나 구속도 가능하다”며 “지난번처럼 관저 안에서 나오지 않고 대치하는 상황이 길어진다면 현실적으로는 어려움이 계속 있을 것”이라고 했다.
③ 절차상 문제 있었으니 탄핵심판도 각하될 수 있다?
윤 대통령 측은 ‘불법 구금 상태로 헌재의 탄핵심판이 진행됐다’ ‘체포와 구속 절차에서부터 문제가 있었던 만큼 탄핵도 각하돼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법조계에선 형사재판의 구속취소 결정과 헌재의 탄핵심판 절차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지적한다.
특히 헌재에는 윤 대통령 측이 문제 삼는 ‘공수처 수사’로 채택된 증거가 한 건도 없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헌재가 채택한 증거가 윤 대통령 본인이 아닌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공범’들에 관한 수사기록이라는 점, 수사기관이 제출한 자료 외에 헌재 심판정에서도 증인 신문이 충분히 이뤄진 점, 윤 대통령도 헌재 변론에 여러 차례 직접 출석했던 점 등으로 볼 때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을 헌재 탄핵심판의 절차적 정당성과 연결 지을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
④ ‘내란 공범’들도 같은 논리로 풀려날 수 있다?
법원이 ‘구속기간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산정해야 한다’며 이전 실무를 뒤집는 결정을 하면서 김용현 전 장관 등 ‘내란 공범’들도 같은 이유로 구속 상태가 풀릴 수 있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내란 공범’으로 재판을 받는 김 전 장관, 조지호 경찰청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김용군 전 예비역 대령 등 5명 중 구속 취소 신청을 한 건 김 전 장관 한 명뿐이다. 법원은 이미 김 전 장관은 ‘구속 사유가 사라지지 않았다’고 보고 이를 기각했다. 혈액암 투병 중인 조 청장은 보석으로 풀려났다.
피의자의 구속 기간 만료를 ‘시간’ 단위로 계산해야 한다는 법원의 새 판단을 적용하더라도 나머지 ‘공범’들이 추가로 석방될 가능성은 없다. 이들은 모두 형사소송법상 피의자의 최대 구속 기간 내에 기소됐고 대부분 영장실질심사를 포기했기 때문에 윤 대통령과 같은 논리를 대입해도 계산이 달라지지 않는다. 내란 ‘공범’들이 모두 구속된 상황에서 내란 ‘수괴’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만 석방한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논란은 계속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