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우정 검찰총장이 10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법원의 대통령 윤석열 구속 취소 결정에 즉시항고하지 않고 풀어준 검찰이 보통항고도 하지 않겠다고 했다. 박세현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장은 10일 경향신문 기자와 만나 “보통항고도 대검과 검토했지만 제기하지 않는 것으로 최종 결정했다”고 했다. 법원 결정의 집행을 정지시킨다는 점에서 위헌 논쟁도 인 즉시항고는 물론, 그나마의 시빗거리도 없는 보통항고마저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형사사법 시스템의 혼란을 키우는 중대한 직무유기라 아니할 수 없다.
형사소송법 202·203조는 검찰은 피의자를 구속한 지 20일 이내에 기소해야 한다고 돼 있다. 법원과 검찰은 이를 구속 후 날짜 기준으로 20일 이내에 기소해야 한다는 걸로 해석해왔다. 그러나 12·3 내란 사건을 담당하는 서울중앙지법 1심 재판부는 이 규정을 시간 기준으로 계산해 검찰이 기한 내 기소하지 않았다며 윤석열의 구속을 취소했다. 수십년 지속된 관행을 하필 내란 수괴 윤석열 사건에서 바꾼 것이다.
이 판단은 서울중앙지법 1심 재판부 판단일 따름이다. 윤석열의 선례에 따라 체포적부심을 활용해 구속 후 수사 기간을 줄이려는 시도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 윤석열 구속 취소 결정 후 법원에는 관련 이의신청이 잇달아 접수되는 중이라고 한다. 전국 법원과 재판부가 누구냐에 따라 이 건들이 제각기 달리 판단될 경우 형사사법 시스템 대혼란을 피할 수 없다.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상급심의 기속력 있는 판단을 구하는 게 옳다.
그러나 검찰은 1심 법원 결정이 잘못되었다면서 보통항고도 하지 않는다는 이율배반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검찰은 내란 사건 본안 재판에서 이 문제를 다투겠다고 하나, 본안 사건 확정 판결이 나오기까지 수년의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그때까지 형사사법 시스템 혼란을 방치하겠다는 거나 다름없다. 설혹 각하를 하건, 기각을 하건, 인용을 하건 법원이 판단할 몫이고, 상급심 판단을 구해 법적 혼란을 줄이는 게 검찰이 할 일이다. 이조차 하지 않겠다는 게 직무유기요, 검찰권 남용 아니면 무엇인가.
검찰이 보통항고를 하지 않아 발생하는 효과는 윤석열이 내란 사건으로 검찰에 재구속될 가능성이 원천 차단된다는 것밖에 없다. 그런데도 심우정 검찰총장은 이날 “적법 절차와 인권 보장은 제가 강조해온 검찰의 기본적 사명”이라며 항고 포기를 정당화했다. 심 총장은 윤석열 기소 시점을 질질 끌어 대혼란의 빌미를 제공한 장본인이다. 법원 판단이 달라질 게 없어 보통항고도 하지 않겠다는 건 자신의 중대한 과실을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회복 불가능한 혼란을 초래한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