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구속 취소’ 인용으로 지난 8일 석방된 대통령 윤석열이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 도착해 경호 차량에서 내려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며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대통령 윤석열이 지난 9일 밤 관저에서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권성동 원내대표와 회동했다. 법치를 부정하고 국론 분열을 선동하는 내란 우두머리를 손절해도 시원찮을 판에 공당 투톱이 석방 하루 만에 찾아갔다니 어이가 없다. 윤석열의 ‘관저정치’에 판이라도 깔아주겠다는 것인가. 국민의힘이 ‘내란 본당’을 자처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윤석열은 30여분간의 여당 지도부 차담회에서 “당을 잘 운영해줘 고맙다”는 감사인사를 했다. 권 위원장은 10일 기자들에게 “앞으로도 당을 지도부가 잘 이끌어나가 달라는 당부가 있었다”고 전했다. 그간 극우와 손잡고 윤석열을 접견하며 ‘의왕출장소’ 역할을 해온 친윤 여당을 치하하고, 앞으로도 그렇게 해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윤석열은 내란죄 면죄부를 받고 돌아온 개선장군이라도 되는 것인가. 이 관저 회동은 내란 주범 윤석열과 그를 영웅시하는 극우에 여당이 또 한번 발목 잡힌 정치적 패착일 뿐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국민의힘은 이날 오동운 공수처장을 ‘대통령 불법체포·감금죄’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법원이 세 차례나 적법하게 윤석열 체포·구속영장을 발부했는데 ‘불법체포·감금’이라니, 내란 수사를 흔들고 역공하는 그 자체가 영락없는 ‘내란 정당’이다. 윤석열 체포가 ‘1·15 쿠데타’라는 극우 망동꾼들과 다를 바가 없다. “공권력 행사 기관이 법적 정당성을 갖추지 못한다면 조직폭력배와 다름없다”는 권 위원장의 공수처 비판도 고스란히 윤석열과 내란 세력에게 돌려줘야 한다.
이런 식이면,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선’의 늪을 피할 길이 없다. 내란 수괴에 대한 친윤들의 아부성 언동이 이어지고, 이를 받아 극우 세력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다. 당장 서울서부지법 폭력 사태 첫 재판이 열린 이날 극우 지지자들은 형사범들을 옹호하며 ‘애국청년 불법구속 규탄대회’를 열었다. 외신들조차 탄핵심판 후 한국의 분열상이 심화할 것을 우려한다. 한마디로 나라 꼴도 국정도 말이 아니다.
국민의힘은 언제까지 윤석열과 극우의 인질이 되어 국가를 혼란에 빠트릴 셈인가. 국민의힘은 윤석열 석방을 내란 세력과 절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지금이 보수정치가 제 경로로 돌아올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보수정치의 공백이 한국 정치와 국가를 더욱 깊은 위험에 빠트릴 것이 자명하다. 국민의힘은 비상한 위기감으로 결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