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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통합이 아니라 읍면 자치를

입력 2025.03.10 21:13

수정 2025.03.10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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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3일 이후 워낙 충격적인 일들이 많다 보니 국가적인 뉴스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그 와중에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 추진되고 있다. 김태흠 충남도지사와 이장우 대전시장이 충남과 대전의 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2026년 6월까지 통합을 완료하겠다는데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고 추진하는 것인지 의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대구와 경북도 통합을 추진한다고 한다. 그러나 경북 북부지역에서는 통합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크다. 통합이 되면 경북 북부지역은 더욱 소외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 것이다. 전북에서는 전주시와 완주군의 통합 문제로 논란이 크다. 완주군의회가 반대하는 등 완주 쪽에서는 반대 의견이 강한데 전북도와 전주시가 밀어붙이는 모양새이다.

이렇게 행정통합을 밀어붙이는 명분은 ‘수도권 일극 집중 대응’이다. 수도권 일극 집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몸집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구·경북이 통합한다고 해서 수도권 일극 집중이 완화될까? 대구·경북으로 수도권 인구가 유입될까?

그렇지 않다는 것은 이미 입증되었다. 2010년 마산·창원·진해를 통합했지만, 통합 당시 108만명을 넘었던 인구는 2024년 12월 100만명 이하로 떨어졌다. 이는 통합이 인구 감소에 대한 대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오히려 통합은 농촌에서 도시로의 인구 이동, 중소도시에서 지방 대도시로의 인구 이동만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지금 수도권 일극 집중을 해소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적극적인 분산정책이다. 수도권에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면서 비수도권에서 전기를 끌어갈 게 아니라, 사람과 기업이 전기가 있는 비수도권 지역으로 오게 해야 한다. 시도지사들이 정말 수도권 일극 집중 체제에 문제 제기를 하겠다면 그런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리고 지금 필요한 것은 획기적인 지방분권이다. 권력이 서울에 있으니 돈도 쏠리고 사람도 쏠리는 것이다. 중앙집권적인 국가 시스템은 지역 간 서열을 만들었다. 모든 것은 수도권에 편리하도록 배치됐다. 전기는 수도권으로 보내고 폐기물은 농촌으로 보내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런 구조를 그대로 두고 행정통합만 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이 없다. 지금은 행정통합을 논의할 때가 아니라, 중앙집권적인 국가구조를 지방분권적인 구조로 전면 개편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방분권 개헌도 필요하고 지방분권과 지방자치 관련 법률들을 다시 손보는 것도 필요하다. 지역의 자치입법권, 재정자율권, 자주조직권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또한 중앙정부의 권한을 시도로 분산시키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시도의 권한을 시군구로 분산시키고, 읍면으로 분산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지역주민들이 생활상의 문제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장이 마음대로 권한과 재정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주민들이 의사결정의 주체로 참여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특히 농촌 지역의 경우에는 읍면의 자치권을 보장하는 것이 절실한 과제이다. 국토 면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읍면은 군청·시청의 하부행정조직으로 되어 있다. 1961년 5·16 쿠데타 이후 읍면의 자치권을 박탈당했기 때문이다. 그 이전까지는 읍면이 기초지방자치단체였고, 읍면장과 읍면의회도 주민들이 직접 뽑았다. 그런데 5·16 쿠데타 이후 지금까지 읍장·면장은 기초지방자치단체장이 임명하는 임명직으로 되어 있다. 읍면사무소에는 자율적으로 쓸 수 있는 예산도 거의 없고 권한도 미약하다.

그러나 여전히 농촌에서는 읍면 정도의 규모가 생활권이다. 농촌이 활력을 되찾으려면 읍면 주민들이 자치권을 갖고 지역의 의료·교육·경제·돌봄·교통·문화 등을 개선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읍면이 활력을 찾아야 그 지역의 중소도시와 지방 대도시도 활력을 찾을 수 있다.

또한 읍면이 살아야 대한민국도 산다. 지금 대한민국이 겪고 있는 극심한 출산율 저하는 수도권 일극 집중 체제가 낳은 결과물이기도 하다. 전국 17개 시도 중에서 합계출산율이 가장 낮은 곳은 서울이다. 수도권이 비수도권 인구를 빨아들였으나 수도권에 사는 사람들은 삶이 팍팍하고 행복하지 못한 것이다.

이런 ‘늪’과 같은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것은 읍면의 자치권부터 보장하는 것이고, 효과도 의심스러운 행정통합을 중단하는 것이다. 그리고 비수도권 지역이 중앙정부와 정치권에 대해 획기적인 지역 분산 정책과 지방분권을 공동으로 요구해 나가는 것이다.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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