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가만 4조8000억” 주장에
“영업 차질 우려·부동산 침체”
마트 용도·창고 수요도 ‘포화’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홈플러스를 두고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홈플러스는 보유한 부동산 자산의 감정가만 4조8000억원에 달하는 만큼 ‘정상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영업 차질 우려로 실제 가치가 그만큼 나오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침체된 부동산 경기를 감안할 때 매각도 난항을 겪을 수 있다. 당장 홈플러스 매장을 기초자산으로 둔 펀드에선 무더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음이 나온다.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의 핵심은 현재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이 담보로 가지고 있는 홈플러스 점포 62개의 매각 여부다. 이들 점포의 부동산 자산 감정가는 지난해 기준 4조8000억원 규모로 약 2조원인 홈플러스의 금융부채를 크게 웃돈다.
그동안 홈플러스는 매장을 매각 후 재임차(세일즈 앤드 리스백)하는 방식으로 부동산 자산을 유동화했다. 이때 홈플러스가 지속해 임차하겠다는 ‘책임임차’와 높은 임차료가 홈플러스의 부동산 자산 감정가를 높이는 데 역할을 했다. 홈플러스가 높은 임차료를 약속하면, 홈플러스를 임차인으로 두는 부동산의 가치가 올라 높은 가격으로 책정됐던 것이다. 그러나 현재는 홈플러스가 존폐의 기로에 놓인 만큼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펀드 전문가는 10일 “임차료가 높을수록 홈플러스 부동산 가치도 커지는 구조인 만큼 부풀려진 임차료를 기반으로 펀드들도 감정가를 산정했다”며 “현재 감정가도 홈플러스의 임차료를 전제로 해 사실상 큰 의미가 없고 실제 시장에 팔면 토지가 정도만 인정을 받아 메리츠가 매각하면 남는 것이 거의 없을 수 있다”고 말했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침체된 만큼 실제 매각이 어려워 제값을 챙기지 못할 가능성도 크다. 그나마 수도권 도심에 입지한 매장이라면 높은 ‘땅값’을 인정받아 재개발을 노릴 수 있지만, 외곽과 지방에 위치한 경우엔 사실상 버려진 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덩치가 큰 대형마트를 마트 용도로 팔기는 현재 상황상 어렵고, 물류창고로는 팔 수 있겠지만 그쪽도 포화상태다 보니 받아줄 사람이 없다”며 “도심은 그래도 어떻게든 매각될 것이지만, 지방은 용도를 찾기도 어렵고 그 가격을 주고 투자할 사람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홈플러스 매장을 펀드의 기초자산으로 운용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유경PSG자산운용 등은 지난해 말 일부 점포 매각을 시도했지만 실패해 임시방편으로 펀드 만기를 연장했다.
홈플러스 매장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펀드와 리츠(REITs)는 당장 홈플러스가 임대료를 정상 지급할지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홈플러스가 폐업 등으로 임대료 지급에 난항을 겪으면 펀드들이 대규모 손실은 보는 것은 물론 기한이익상실(EOD)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JR투자운용, KB부동산신탁이 운용하는 리츠는 최근 부실자산 발생 관련 공시를 올려 홈플러스 측에 향후 임대료 납부계획 관련 공문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한 부동산펀드 전문가는 “홈플러스가 (파산 등으로) 빠지면 임대료를 받지 못할 것이고 펀드의 가치가 반 토막 이상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