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투자 압박 트럼프, 한국 ‘제조업 공동화’ 부추기나

박상영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 조치로 일부 기업들이 미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해외 생산기지를 미국으로 옮기는 것을 넘어 국내 생산 비중을 줄여 ‘관세 리스크’를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다른 나라의 일자리와 공장을 미국으로 빼앗아 오겠다”는 트럼프 공언이 현실화하면서 한국의 제조업이 부실해져 성장 동력이 식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당장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를 예고한 자동차, 반도체, 철강 등 업종 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간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의 생산능력을 연 30만 대에서 50만 대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현대제철은 10조원대 미국 제철소 건설을, 포스코는 상공정(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것) 관련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자동차업체인 GM은 관세 부과가 장기화하면 공장 이전 등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 수출 비중이 85%에 달하는 한국GM은 트럼프 대통령의 자동차 관세를 25% 부과하겠다고 예고해 비상이 걸렸다. 현재 부평과 창원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GM이 한국에서 철수한다면 1만1000명에 달하는 직원뿐 아니라 협력사까지 타격을 받는다.

제약 업체도 긴장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지난달 주주들에게 “관세 부과 여부 추이에 따라 필요하면 현지 생산을 지금보다 더 확대하는 전략으로 상황 변화에 대응하겠다”고 알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18일 의약품 관세 부과를 예고하면서 실적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내놓은 입장이다. 셀트리온은 미국 현지 원료의약품 생산시설에 관한 투자 결정을 올해 상반기 중 마무리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도 거세지만 일본 기업들이 이미 미국에서 현지 생산을 늘리겠다고 하면서 한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 확대는 예정된 수순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대미 투자 확대는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국내 제조업 공동화 현상까지 부추길 수 있다. 이항구 아인스(AINs) 연구위원은 “현대차와 기아가 미국 현지 생산물량을 120만대까지 늘리면 국내에서 생산하는 차량은 40만∼50만대가량 줄어들 수 있다”며 “이 경우 국내 하청업체는 타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내 제조업 비중(2020년 기준)이 2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4%)의 두 배에 달할 정도다. 제조업 비중이 줄어들 경우 GDP에도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삼성전자, 현대차 등 주요 대기업의 투자에 힘입어 설비투자가 전년 대비 2.6%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국내 투자가 감소할 경우 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여기에 미국으로 이전한 공장들이 생산성 측면에서 혁신을 이뤄낸다면 국내 산업에는 더 큰 위협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민간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우리 입장에서 가장 위협적 시나리오는 미국에 짓는 공장이 무인화 등의 혁신을 통해 한국 공장보다 더 높은 생산성을 달성하는 것”이라며 “당장 실현되진 않겠지만 미국의 로봇, 인공지능(AI), 자동화 속도를 보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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