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성별 임금 격차는 2022년 기준 31.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3개국 중 1위다. 남성이 100만원을 받을 때 여성은 69만원을 받는다. 이러한 격차 원인으로는 여성들의 높은 경력단절 비율, 비정규직과 정규직 사이 격차가 큰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채용 과정에서의 차별적 관행 등이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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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환 미국 캔자스대 사회학과 교수는 주로 불평등을 연구하는 사회학자다. 그는 2019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한국의 성별 임금 격차를 다룬 논문 3개를 2~3년 간격으로 발표했다. 2019년 논문에선 “같은 학교와 학과를 나오고 같은 경력을 보유하더라도 대졸 여성의 임금이 남성보다 17.4% 더 낮았다”고 분석했다.
[플랫]남성의 71%에 불과한 여성의 임금, 비정규직의 ‘성별임금격차’는 더 커졌다
지난해 12월에는 논문 ‘직장 경력 초기 임금 증가율의 성별 격차: 한국의 사례’를 공개했다. 같은 대학의 사회학과 박사과정생 신희연씨와 함께 연구한 논문으로, 대졸자의 취업 2년 뒤 임금 성장률을 분석했다. 김 교수는 이 논문에서 “대학과 전공, 집안 배경 등 대부분 조건이 유사한 여성과 남성의 임금성장률을 비교해보면 입직 후 2년간 임금성장률은 여성이 남성보다 9%가량 낮다”고 했다.
올해 114번째 세계여성의날을 앞두고 김 교수와 지난달 초와 지난 6일 화상·e메일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성별 고용률 및 성별 격차. 2024년 여성경제활동백서
-3년 안팎의 간격으로 성별 임금 격차를 다룬 논문 3개를 냈다. 이 연구를 지속해온 이유가 있다면.
“가장 큰 동기는 노동시장 내의 임금 차별이 없다는 주장이 종종 나오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한국의 성별 임금 격차가 크다는 결과가 나오면 일각에선 ‘30대 이후의 경력단절 때문에 성별 임금 격차가 발생한 것이지, 노동시장 내에서 성별 임금 차별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제 주변을 봤을 때 그럴 리 없다고 생각했다. 남녀가 같은 학교, 같은 과를 나와도 임금 격차 등 노동시장에서의 차별적 행태가 보였는데, 최근에 와서 과연 이같은 현상이 얼마나 바뀌었느냐 의문이 들었다.”
-처음엔 경력단절 이전의 여성이 노동시장에서 차별을 받는지 살펴본 것인가.
“그렇다. 핵심적인 격차의 매커니즘은 ‘할당’에서 비롯된다. 할당은 곧 노동시장에서의 채용을 의미한다. 채용할 때 양질의 일자리에서 남성을 주로 뽑으니 능력과 자격이 있는 여성은 안 좋은 일자리로 밀려난다. 대기업이나 공무원 사회 등 월급을 많이 주는 양질의 일자리에 능력 있는 여성이 처음부터 갈 수 없다면 그건 차별로 봐야 한다. 이같은 매커니즘을 무시하는 이야기가 많았다.”
-실제 채용 시장에서 여성이 받는 불이익이 발견됐나.
“성별 임금 격차 관련 2019년 첫 연구 결과를 보면, 같은 학교·학과를 나오고 같은 경력을 보유한 여성이 남성보다 임금이 17.4% 더 낮았다. 대학 졸업 직후 18~24개월의 임금 현황을 분석한 결과다. 부모 소득, 부모 학력, 학점, 자격증 보유 여부 등까지 같은 조건에 놓인 남녀를 비교해본 결과값이 그랬다. 상위 10개 대학을 나온 이들을 비교해봐도, 공대를 나와 거의 유사한 조건의 남녀 사이를 분석해봐도, 임금 격차가 발생했다. 일각에선 이같은 결과에 반론을 내놨다.”

OECD에 가입한 38개국의 연령별 여성 고용률 그래프. 노란색으로 표시된 한국만 30대 고용률이 추락하는 ‘M자형’ 모습을 보인다. 회색으로 표시된 대부분의 국가들과 미국, 캐나다, 독일, 칠레, 일본 등에서는 한국과 같은 M자형의 모습을 찾을 수 없다. 박채움 기자
-어떤 반론이었나.
“많은 분들이 ‘여성이 원해 일자리를 관두면서 임금이 낮아진 것 아니냐’고 했다. 자신의 경험에 기대어 같은 직장에선 남녀 월급이 같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여성의 선호로 일자리가 바뀌었고, 그래서 성별 임금 격차가 발생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꼭 일자리를 그만두지 않아도 입직 시 일자리 선택에서 ‘선호의 차이’가 발생할 가능성은 없나.
“여성의 선호가 남성과 다르다는 주장을 엄밀히 검증하긴 어렵지만 일반적으로 노동시장에서의 선호는 선택 전공과 학교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는 학계에서 정립된 이론이다. 엔지니어가 되고자 하는 학생은 공대를 가지, 사회학을 선택하진 않는다. 성별에 따라 선호가 다르다면, 대학 전공이 성별 임금 격차 원인의 전부는 아니더라도 꽤 많은 부분을 설명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 대졸자의 성별 임금 격차가 발생하는 원인을 통계적으로 따져봤을 때 대학 전공의 차이가 설명하는 부분은 매우 작다.”
[27년 꼴찌, 성별임금격차] 30대 여성 ‘경력단절’, 재취업 선택지는 ‘저임금 단순 일자리’
-이번 연구에선 반론의 반론을 제시한 것인가.
“그렇다. 이같은 주장에 대한 반론 차원에서 이번에는 직업을 가지고 2년 뒤에 벌어지는 임금 격차는 없는지 들여다봤다. 이번에는 첫 번째 연구와는 반대로 똑같은 일자리에 있는 남녀의 임금 차이를 봤다.”
-결과는 어땠나.
“똑같은 일자리에 있을 때 입직 후 2년 뒤 여성은 남성보다 임금 상승률이 9%가량 낮았다. 학교, 전공, 학점 등 조건이 비슷한 남성과 비교했을 때 여성의 임금 상승률이 9%가량 낮다는 의미다.”

직장갑질119 젠더특위, 노동인권실현을위한노무사모임, 직장갑질119 온라인노조 젠더팀 관계자들이 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열린 3월 8일 여성의 날 기념 기자회견에서 ‘최악의 일터 젠더 갑질’ 온라인 설문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연구를 통해 밝혀냈거나 추정하는 이유가 있다면.
“이직했을 때 남성이 20%가량 월급이 오를 때, 여성은 10%만 임금이 상승했다. 중소기업에선 똑같은 일자리를 갖고 있다 하더라도 월급 상승분과 관련된 남녀 차별이 있었다. 여전히 월급 인상과 관련된 성별에 따른 차별적 관행이 중소기업에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대기업에서는 조건이 같은 남녀 사이 임금 차별이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
-기업에서 반영하는 군 호봉에 따른 임금 상승률 차이도 있지 않을까.
“그렇게 보긴 어려운 측면이 있다. 군에 다녀온 남성, 군에 다녀오지 않은 남성 그리고 여성을 비교해봤다. 이중 군에 다녀온 남성보다 군에 다녀오지 않은 남성과 여성의 임금 상승률 격차가 컸다. 이는 군 복무 여부가 남녀 간 임금 상승률 격차를 설명하는 요인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혼 여부도 성별 간 소득상승률 격차의 차이를 가져왔나.
“남성은 결혼 자체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그런데 여성은 결혼하면 소득이 낮아졌다. 결혼한 뒤 임금에서 페널티를 받는 직장으로 자리를 옮겼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본인의 선택인지, 아니면 결혼한 뒤 직장을 못 견뎌서 나온 것인지는 확인할 수 없다. 다만 주목해야 할 점은 여성의 90%가량은 중소기업에 취업한다. 중소기업과 비해 대기업에선 결혼 이후의 남녀 간 임금 상승률 차이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민주노총 가맹산하 조합원들과 여성 노동자들이 2024년 3월 8일 서울 종로 보신각에서 2024년 3.8 세계 여성의날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의 일환으로 성별임금격차 해소, 여성노동권 쟁취 등을 촉구하며 손팻말을 들어 올리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한국 여성의 중소기업 근무 비율은 남성보다 높은 편이다.
“우리가 흔히 직장에서 ‘여성은 충성도가 낮다’고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달리 생각하면 여성은 당초 남성과 비슷한 능력을 갖춰도 상대적으로 임금이 낮은 일자리에 갈 확률이 높다. 이때 임금을 높이기 위해 이직을 시도할 확률도 커진다. 역설적으로 같은 능력을 갖추고도 임금 수준이 낮기 때문에 잦은 이직을 시도한다고 접근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본다.”
-대기업에서의 상황만 놓고 분석하면 잘못된 이해를 부를 수도 있어 보인다.
“그렇다. 여론 지형에 영향을 미치거나 온라인 커뮤니티에 본인 일터의 경험을 많이 공유하는 이들의 상당수는 대기업이나 공공 분야 재직자다. 그분들의 경험만 보면 크게 임금 격차가 나타나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런데 이들의 경험과 여성의 다수가 근무하는 중소기업에서 겪는 성별 임금 격차와는 괴리가 크다. 지금 한국 상황은 구분해서 봐야 한다. 대기업에 근무하는 이들은 ‘임금 차별이 없는데 왜 차별이 있냐’고 주장하고, 중소기업 재직자들은 ‘여성은 충성도가 낮다’는 이야기를 반복하는 형국이다.”
-그런데 여전히 대기업에서의 성별 임금 격차 또한 작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제 연구는 대학 졸업 후 초기 2년의 상황을 분석했다. 대기업 전체 직원을 놓고 봤을 때 발생한 성별 임금 격차는 근속연수 등 변수를 같이 들여다봐야 한다. 예를 들어, 대기업 임원은 노동시장에서 경력 단절 없이 계속 회사에 다니던 사람만이 후보가 될 수 있다. 여성들은 경력단절이 많다 보니 임원 후보자 중에 드물어지고 직급이 높아질수록, 고연령이 될수록 (조직 내) 남성과 여성의 비중 차이가 커질 수 있다.”
[플랫]직장인 61%, 여성 직장인 76% “직장 내 승진·배치 차별 있다”
-이번 연구에서 승진에 관한 남녀 차이도 분석했나.
“활용한 데이터 한계상 같은 일자리에서의 남녀 간 승진 확률 차이만 분석했다. 같은 일자리에서 승진할 확률은 여성이 남성보다 낮았다. 이 지점에서 여성은 일자리를 바꾸면서 승진을 추구할 가능성이 생긴다. 그러면 이때 또다시 ‘여성은 충성도가 낮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된다.”
-‘여성은 충성도가 낮다’는 인식이 고착화되는 패턴이 보인다.
“구조적으로 들여다봐야 한다. 먼저 여성이 노동시장 진입 단계에서 자신이 갖춘 능력에 비해 미달하는 일자리에 할당(채용)된다. 이 일자리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하다 보면 쉽게 이직한다는 인식이 강화된다. 승진이 남성보다 어려우니 승진을 위한 이직 동기도 발생한다. 이같은 상황이 쌓여 회사는 ‘여성은 충성도가 낮다’며 여성을 덜 뽑으려 하는 악순환 구조가 나타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여전히 여성을 둘러싼 노동시장 환경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남녀 간 졸업 후 2년 안에 대기업에서 일자리를 잡은 비율이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점, 여성이 상대적으로 많이 가는 중소기업 일자리는 여성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점 등은 해소해야 할 과제다. 또 여성의 노동시장에서 차별적 대우를 덜 받으려면 남성의 가사노동 시간이 늘어나야 한다. 미국 사회는 남성의 노동시간이 줄고 여가시간은 증가하지 않는 추세를 보였다. 줄어든 노동시간의 공백은 가사노동으로 채웠다. 한국도 유사한 추세로 가야 한다.”
▼ 김원진 기자 onejin@kha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