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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시크 돌풍 진원’ 저장대 교수의 과로사…혁신은 이렇게 스러진다

48세 재료공학자 류융펑 뇌출혈 사망

쓰러지기 전까지 11개월간 319일 일해

중국 각지서 연구자들 돌연사 잇달아

국내선 ‘주 52시간 노동’만 주목하지만

과로의 일상화, 지속 가능한지는 의문

저장대 수리전자학원(단과대) 건물에 밤에 불이 켜져 있다. /바이두 백과

저장대 수리전자학원(단과대) 건물에 밤에 불이 켜져 있다. /바이두 백과

류융펑(48)은 중국의 재료공학자이자 저장대 교수였다. 중국 대표 명문대인 저장대는 ‘딥시크 돌풍’의 주역 량원펑의 모교이기도 하다.

류융펑은 지난 1월21일 출장 목적으로 방문한 시안에서 뇌출혈로 쓰러졌다. 지난 5일 영원히 눈을 감았다. 지병은 없었다. 그저 오랫동안 많이 일했다.

아내가 그의 업무용 컴퓨터 기록을 분석해보니 류융펑은 2024년 3월부터 지난 1월 쓰러지기 직전까지 319일 일했다. 출장이 있던 날은 135일이었고, 출장은 없었지만 오후 10시 이후 퇴근한 날은 105일이었다. 이 기간 법정 근무일은 183일이었다.

류융펑은 전도유망한 학자였다. 중국우수청년과학자기금, 국가청년우수인재 특별 프로그램 등의 지원을 받으며 수소·리튬이온 배터리 관련 연구를 했다. 48건의 특허를 갖고 있었고, 21건의 정부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그의 논문은 네이처 등 유명 학술지에 230회 실렸으며 9000회 이상 인용됐다.

류융펑의 아내는 온라인에 공개서한을 썼다. “대학 과학 연구자들의 과로 문제에 주의를 기울일 것을 호소합니다.”

아내의 서한이나 류융펑 기사가 공유된 웨이보 댓글에서는 전국 각지에서 터져 나오는 비명을 확인할 수 있다.

“교수들도 지쳐 있고 학생들 상황은 지옥과 같다”(항저우), “대학과 연구자뿐만 아니라 사회 모든 계층이 너무 열심히 일하는 것을 멈추고 건강을 돌봐야 한다”(베이징) “최근 50세 미만 과학기술자들이 몇 명이나 떠났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쓰촨)

류융펑만이 아니다. 1월31일 난징사범대 미술학원 부교수 송원원(41), 1월27일 난징대 자유무역구종합연구소 연구원 리펑(58), 2월8일 중국계량대 광학전기기술학원 강사 스자오쥔(32)…. 올해 언론 보도로 알려진 돌연사한 연구자들이다. 20~50대 연예인·인플루언서·공무원 돌연사도 종종 보고된다.

딥시크 돌풍으로 중국의 과학기술 역량이 새삼 화제에 올랐다. 정부가 장기적 안목으로 펼치는 정책과 투자, 제조업 메카로서 축적된 역량, 창업의 리스크를 줄이는 광활한 시장 규모, 대학 교육의 질, 중국 재계를 이끄는 야성 넘치는 1세대 창업주들…. 여러 요인 가운데 한국 언론이 유독 주목하는 것은 ‘주 52시간 근로 상한제’이다.

창작이나 연구·개발 분야에서 주 52시간 상한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은 일리가 있다. 다소 과로하더라도 필요할 때 집중해서 일하고 유연한 휴식이나 인센티브로 보상받는 것을 선호하고,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는 보람을 누리기를 원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런 경쟁과 헌신이 혁신을 부르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혁신은 언제나 피를 먹고 자랐다. 뇌혈관이 터져 흐르는 피가 안 보이더라도 말이다. 그러나 죽음을 부르는 경쟁은 지속할 수 없다.

성(省)마다 영재 조기발굴에 앞장서고 초등학생 때부터 치열한 입시경쟁을 펼치는 것이 딥시크 돌풍과 같은 중국 과학기술의 경쟁력 비결이냐고 중국인 지인에게 물었다. 베이징대를 졸업한 30대 여성은 어두운 낯빛으로 “스트레스가 심하다. 저출생의 원인이기도 하다”고 답했다.

일부 ‘중국 MZ세대’ 구직자들은 한국 공공기관이나 기업 현지 지사의 채용면접에서 지원 동기로 “한국기업 노동여건이 더 나아 보인다”고 답한다고 한다.

‘안으로 말려든다’는 뜻의 용어 ‘내권(内卷)’은 중국 농민사에서 나타난 헌신이 착취가 돼 혁신이 끊어지고 사회의 기반마저 파괴하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등장했다. 내권을 거부하는 ‘지나치게 솔직한 답변’은 어쩌면 참고해야 할 방향일 수 있다.

박은하 베이징 특파원

박은하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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