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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출산이 ‘슬픔·공포’ 된 사회

입력 2025.03.11 18:15

수정 2025.03.11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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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에서 학위수여식이 열린 지난달 21일 한 졸업생이 취업 안내 게시판을 바라보고 있다. 정효진 기자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에서 학위수여식이 열린 지난달 21일 한 졸업생이 취업 안내 게시판을 바라보고 있다. 정효진 기자

“미련 남길 바엔 그리워 아픈 게 나아. 우린 서둘러 뒤돌지 말아요.”

“나는 읽기 쉬운 마음이야”로 시작하는 잔나비의 노래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를 듣고 있으면, 사랑이 두려운 청년들을 응원하는 듯하다. 그래서인가. 이 노래는 2019년 나오자마자 주요 음원차트 1위를 차지했다. “달랠 길 없는 외로운 마음 있지” “당신도 스윽 훑고 가셔요”라는 솔직한 가사에 청춘들이 지지를 보낸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여러 이유로 연애를 주저하는 젊은 세대들은 결혼과 출산에도 부정적 인식이 깊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이 11일 발표한 결혼·출산·육아 관련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 게시글 5만건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행복’보다는 ‘슬픔’ ‘공포’ ‘혐오’ 등 부정적인 것들이 많았다. 결혼 관련 게시글의 32.3%가 ‘슬픔’, 24.6%가 ‘공포’로 분류됐다. 출산 관련 글에서도 ‘혐오’(23.8%)와 ‘공포’(21.3%) 감정이 높게 나타났다. ‘행복’으로 분류된 게시글은 전체의 10% 안팎에 그쳤다. 젊은이들의 결혼·출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새삼스럽진 않다고 해도, 슬픔을 넘어 공포·혐오 감정까지 쏟아낸다는 결과는 묵직하게 다가온다.

청년들을 이토록 고통의 끝까지 내몬 것은 무엇일까. 지금의 젊은 세대는 ‘부모보다 못살게 된 첫 번째 세대’라고 한다. 취업도 어렵거니와 내 집 마련은 꿈꿀 수도 없다 보니 결혼과 출산은 우선순위가 아닐 수밖에 없다. 예능 프로그램 <나는 솔로>를 보며 대리 연애에 만족하고, <이혼숙려캠프> <금쪽같은 내 새끼>를 보며 결혼도 출산도 안 하길 잘했다고 가슴을 쓸어내리는 게 현실이다. 장기하의 ‘부럽지가 않어’ 노래처럼 부러워지면 지는 것이다.

이런 청년들에게 한국 사회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합계출산율 최저 운운하며 ‘국가의 미래가 없다’는 식의 조언을 반복했다. 가뜩이나 불안한 청춘인데, 의지가 약하다며 ‘꼰대’ 짓을 하는 일은 부디 그만하자. 기성세대는 청년들이 자포자기하지 않도록 어떻게 도울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그러려면 귀부터 열어야 한다. 청년들이 미래를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어야 결혼도 하고 애도 낳고 싶은 나라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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