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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의 죽음 기록하는 건, 미래 세대도 새소리 듣게 하려는 노력”

울산 조류관찰 모임 ‘짹짹휴게소’ 홍승민 대표

“새들의 죽음 기록하는 건, 미래 세대도 새소리 듣게 하려는 노력”

한국은 아시아를 거쳐 대양으로 날아가는 새들의 중간 기착지다. 알래스카와 러시아 사할린 등을 거쳐 날아온 새들이 동해안에서 쉬었다가 다시 목적지를 향한다. 그러나 낚싯줄, 그물 등 해양쓰레기에 다친 새들은 한국에서 생을 마감하기도 한다.

울산의 조류 관찰 모임 ‘짹짹휴게소’의 홍승민 대표(28·사진)는 “문제는 어디서 얼마나 죽는지 모른다는 것”이라며 “도시에서 새들이 유리창에 부딪쳐 죽으면 자국이나 사체가 남고, 고양이나 맹금류 같은 천적에 의해 죽어도 흔적이 남지만 해양쓰레기 때문에 죽은 새들은 기록하지 않으면 바다에 삼켜진다”고 말했다. 그는 시민과학 플랫폼 네이처링의 ‘야생동물 쓰레기 얽힘 피해 조사’ 프로젝트를 통해 <한국 해안과 수중 생태계의 보이지 않는 위협: 해양쓰레기 얽힘의 심각성> 논문에 기여했다.

홍 대표는 얼마 전 포항에서 목부분만 살점이 떨어져 나간 새들의 사체를 발견했다. 그는 “사체들은 정치어망(고정 설치해 어류를 포획하는 그물)에 걸렸던 것”이라며 “잠수해서 그물에 걸린 어류에 다가가다 망에 목이 끼어 아등바등하는 과정에서 목 가죽이 날아간 경우”라고 했다.

홍 대표는 새들을 통해 기후변화와 환경파괴를 실감한다. 새로운 새가 나타나고, 흔했던 새들은 사라졌다. 지난달 울산대공원에서 일본과 중국 남부 등에서만 볼 수 있는 녹색비둘기가 처음 관찰됐다. 울산에 흔했던 청호반새, 흰눈썹황금새 등은 자취를 감췄다. 홍 대표는 “5년 전만 해도 흔했던 새들이 지금은 다 멸종위기종이 됐다”며 “동네마다 한 마리씩 있던 청호반새는 최근 3년간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

각지에 신공항이 생기면 지난해 말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보다 더 큰 참사가 날 수도 있다. 조류 관찰자들은 무안공항의 조류충돌 위험을 사고 이전부터 경고해왔다. 홍 대표는 “새만금·가덕도·울릉도·백령도·흑산도 등 새 공항을 추진하는 곳들은 무안공항보다 더하면 더했지 조류충돌 사고가 덜 할 수 없다”며 “특히 가덕도 근처에 서식하는 새들은 가창오리보다 훨씬 큰 만큼 더 큰 사고가 우려된다”고 했다.

홍 대표에게 새를 기록하는 이유를 물었다. “새들이 어떻게 다치는지, 어떻게 죽어가는지도 기록하는 일이 필요해요. 슬프기도 하지만 기록하고 나면 ‘잘 보내줬다’ 싶어서 감사할 때도 많아요. 어릴 때만 해도 어딜 가든 새 소리가 많이 들렸는데 이러다 제 아들의 아들은 새 소리를 못 들을 수도 있어요. 적어도 다음 다음 세대까지는 새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새가 살 수 없는 세상에는 인간도 살 수 없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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