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보다 싸게 얻는 것이 투자다. 아파트 급매가 나와 주변 시세보다 싸게 사는 거나, 증시 주변 불확실성 때문에 주가가 하락했을 때 매수하는 거나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어떤 자산이든 가격이 아닌 가치를 얻기 위한 모든 행위는 투자다. 투기와 투자의 차이는 위험을 대하는 태도에도 있다. 투기가 수익을 얼마나 얻을지에 집중한다면, 투자는 수익과 리스크를 동시에 봐야 한다. 미래에 높은 기대수익을 추구한다면 그만큼의 리스크를 감내해야 하고, 기대수익이 낮으면 굳이 투자에 나서기보다 예금에 돈을 넣는 것이 낫다. 결국 투자자는 미래에 창출된 이익과 불확실성 사이의 균형점을 찾아가야 한다. 불확실성은 두렵지만, 그만큼 기대수익률은 높아진다. 미국발 불확실성이 증폭되는 시기에 들어섰다. 투자자의 시간이다.
지난 1월20일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연일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마셜플랜으로 전후 유럽을 재건하고, 분쟁이 나는 지역에서 해결사가 되었던 미국이 사라졌다. 미국의 오랜 전통인 자국우선주의와 고립주의로의 복귀는 전후 전 세계 경제를 이끌어온 경제시스템에 지각변동을 불러오고 있다. 불확실성의 시대가 돌아왔다.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 경제학자는 1977년에 출간된 <불확실성의 시대>에서 1973년 워터게이트 이후 1976년까지 전 세계의 확실성이 사라진 이후를 저술했다. 전쟁이 멈추지 않고, 인플레이션은 진정되지 않았던 그 시대에 대한 문제의식이다.
자본주의적 번영의 약속이나 레닌과 마르크스의 구원과 같은 절대적인 확실성이 사라진 1970년대와 지금은 묘하게 닮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끝나지 않고 있고, 피아의 구별이 불분명하다. 1970년대 팽창하는 소련을 포위하기 위해 닉슨 전 미 대통령은 중국과 손을 잡았듯이, 이제 이와 반대로 시진핑의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손을 내밀었다. 두 시기의 주적은 다르지만, 주적을 잡기 위해 같은 선택을 했다. 적과의 동침이다. 미국에 이익이 된다면, 이전까지의 국가 간의 가치 공유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경제 측면에서도 1970년대는 소환된다. 1971년 닉슨이 관세 압박을 통해, 독일과 일본의 항복을 받아냈듯이 지금도 관세를 통해 미국의 이익을 관철하려 한다. 불확실한 상황으로 보이지만, 과거를 보면 미래가 보인다.
쌍둥이 적자 해소는 트럼프 정부 경제정책의 최종 지향점이다. 결제통화로 달러가 공급되면 될수록, 달러 수요는 더 늘어난다. 누구나 달러를 원하고, 미국민은 달러의 힘으로 과잉소비를 이어갔다. 수출국의 상품을 소비하여, 달러를 공급하지만 미국의 무역에서 대규모 적자를 감내해야 했다. 하지만 미국에서 돈을 번 나라들은 다시 미 국채를 사줌으로써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지위가 유지되어 온 것이다. 트럼프는 여기에 이의를 제기한다. 달러 강세로 인한 철강, 자동차 등과 같은 제조업의 붕괴로 일자리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고용 불안을 방어하기 위한 재정팽창은 재정적자를 키웠다. 특히 코로나19 시기에 집행된 과잉재정으로 인한 순이자지출은 이제 제어하기 힘든 상황이다.
미국은 리쇼어링과 달러 약세로 무역수지를 개선하려 한다. 미국은 금융위기와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제조업 공동화로 인한 고용시장 붕괴를 직시한 바 있다.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제조업 육성이 필요하다는 시각에는 차이가 없다. 조 바이든 전 미 대통령과 달리 트럼프는 설득보다 관세를 통한 위협을 선택했다. 트럼프는 교역에서 미국의 이익을 늘리고자 한다. 반도체, 자동차 등 떠났던 산업을 소환하려고 한다. 상호 이익을 추구하는 자유무역 체제를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생각이다. 재정 균형으로 나아가기 위한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는 즉각적이다. 공공이 아닌 민간에 의한 성장을 유도하기 위해 규제 완화를 최우선과제로 선택했다. 공무원 감원 등 불필요한 재정 축소에 전향적으로 나아가고 있다. 동시에 순이자 지출 감소를 통한 재정적자를 줄이려 한다. 금융기관 규제 완화를 통환 국채수요 확대를 유도할 것이다. 미국 재무장관 스콧 베선트는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정책금리가 아닌 미국채 10년금리 하락을 정책 목표로 삼고 있다.
불확실성은 투자의 시작이자 끝이다. 이를 우연으로 받아들인다면 무속인이 되는 것이나 다름없다. 투자자가 되고 싶다면 불확실성은 확률로 다뤄야 한다. 당장은 정책 전환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주가 변동성을 키우고 있지만, 두려워할 이유는 없다. 미국이 희생할 생각이 없다면, 이제 미국의 우산 밖을 바라보면 된다. 달러를 가져가기보다 금을 보유하고, 스스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재정팽창에 나서야 한다. 2025년 금가격이 급등하고, 유럽과 중국 증시가 부진에서 벗어난 배경이다. 달러 강세 기조가 주춤해지면, 원화도 약세에서 벗어날 것이다. 한·미 금리차 축소가 뒤따르면, 원화는 달러당 1400원 전후로 내려갈 수 있다. 과거 외국인은 원화가 강해질 때, 한국 증시에 들어왔다. 먼 미래가 아닌 2025년을 놓고 볼 때, 한국 증시는 불확실성을 딛고 올라설 확률이 크다.

윤지호 경제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