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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국제인권법연구회를 모함하나

  • 정욱도 의정부지방법원 부장판사

필자는 올해로 20년째 판사로 근무 중이다. 현존 판사 모임 중 가장 유명한 두 개인 민사판례연구회(민판연)와 국제인권법연구회(인권법)에 모두 가입돼 있다. 최근 일부 언론에서는 인권법이 우리법연구회(우리법)의 후신으로 지목되어 탄핵 절차에 대한 공격에 동원되고 있다. 요지는 이렇다. ① 인권법 회원이 ‘재판이 곧 정치’라고 하거나 야당에 유리한 판결을 한 사례에 비추어 인권법 회원들은 정치적으로 편향됐다. ② 이로써 다수 국민이 인권법을 정치결사체로 생각하게 됐으니 인권법은 사법 불신의 원인이다. ③ 공수처장, 헌법재판소 재판관, 탄핵소추단에 우리법·인권법 출신이 포함됐으므로 탄핵심판은 공정성을 의심받을 만하다.

그렇다면 인권법은 염불(국제인권법 연구)보다 잿밥(정치)에 맘을 둔 정치집단인가? 판사의 명예를 걸고 단언하는데 결코 그렇지 않다. 2006년에 가입한 이래 자부심을 간직해온 민판연과 비교해서 말한다. 민판연은 폐쇄성과 엘리트적 성격 탓에 ‘사법부 하나회’로 의심받거나 사법행정권 남용의 한 축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그러나 민판연이 학술단체로서 가진 순수성을 의심할 합리적 근거는 없다. 필자는 민판연 외에는 어떤 공식 판사 모임에서도 활동하지 않다가 2020년에 인권법 회원인 아내와 결혼했다. 그 뒤 수년간 아내를 핑계로 인권법 모임들에 참석하며 나름대로 주의 깊게 관찰했다. 사법행정권 남용의 피해자일 뿐, 일부 언론(특히 남용 실체를 전혀 보도한 적 없는 모 신문사)이 그려냈다시피 2017년의 사태를 만들거나 주도한 단체가 아님을 알면서도 의심의 끈을 놓지는 않은 채였다.

장기간 가까이서 살펴본 인권법은 국제인권법의 동향, 이를 우리 사회에 적용할 방안에 관한 열정과 사명감으로 왕성하게 연구 결과를 생산하는 곳이었다. 인권법 어느 자리에서도 현실정치에 관한 논의는 없었고, 정치나 권력에 대한 관심 표명은 거의 금기시될 정도였다. 민판연 같은 상류 사교모임 성격도, ‘모두 손잡고 하나가 되자’는 회가도, 전관 변호사들의 참석도 일절 없으니 순수성만 놓고 보자면 민판연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았다. 인권법에 대한 일각의 의심과 비난을 잘 알면서도 필자는 2024년에 자진해서 가입했다. 그 순수함에 섞여 인권 의식을 키워보기 위해서였다.

인권법에 의심의 소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인권법 회원이 ‘재판이 곧 정치’라고 한 것도, 정치적 논란이 있는 사건에서 야당에 유리한 판결을 한 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사직과 동시에 청와대로 직행한 김형연, 국회로 직행한 최기상·이수진도 인권법 회원이었다. 인권법에 대한 의심과 비난에는 이들로 인해 자초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재판이 곧 정치’라는 글은 ‘정치 성향에 따라 재판하자’는 황당한 주장이 아니라 ‘재판은 필연적으로 광의의 정치적 기능을 가진다’는, 정립된 법철학 논의의 인용이었다. 법복을 벗자마자 정치권으로 달려간 전 회원들에 대해 인권법 회원들도 격하게 배신감을 토로한다(필자도 당시 실명으로 이들을 비판했다). 거의 모든 구성원이 비판하고 이후 재발하지도 않은 몇몇 구성원의 일탈을 이유로 집단의 성격을 규정함이 온당한가.

‘수많은 인권법 회원들’과 ‘수많은 정치적 사건들’의 조합에서 나오는 여러 판결 중 야당에 유리한 것들만 선별해 인권법에 결부시키는 것은 터무니없다. 그런 식이면 ‘대구·경북 출신 판사들’이 내린 여당에 유리한 판결 몇개를 들어 이들을 보수 정치집단으로 묘사해야 공평할 것이다. 인권이 진보진영에서 주로 선호하는 의제임을 논외로 치면 인권법의 정치성을 단정할 합리적 근거는 전무하다. 우리법이 어떤 단체인지 모르지만 박약한 근거로 인권법을 그 후신이라 규정하고 둘을 싸잡아 비난하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사상·가치체계를 근거로 사람의 ‘적성’을 단정하여 혐오·공격을 유도하는 것은 색깔론이고, 이를 바탕으로 특정 집단의 위협을 불합리하게 과장하는 것은 음모론이다. 인권법에 대한 작금의 공격은 색깔론에 기인한 낙인찍기, 음모론적 선동에 불과하다. 판사집단이 의심과 억측의 대상이 되기 쉬운 점은 그 폐쇄성과 영향력에 비추어 충분히 이해된다. 그러나 판사집단에 대한 대중의 정보 부족과 불안감을 부추기고 이용하여 인권법을 정치집단으로 몰아대는 일부 언론의 행태는 그 자체로 사법 불신의 조장이자 인권법 회원에 대한 부당한 공격, 궁극적으로 법원과 헌재에 대한 불순하고도 정파적인 공격이다.

정욱도 의정부지방법원 부장판사

정욱도 의정부지방법원 부장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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