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월회의 아로새김]처참해진 말의 질서](https://img.khan.co.kr/news/2025/03/11/l_2025031201000264800030671.jpg)
말의 질서가 갈수록 처참해지고 있다. 위헌 계엄을 발동하고는 계몽령을 내렸다고 천연덕스레 말함으로써 계몽이란 말을 우롱했다. 내란 조장과 폭력 선동을 국민저항권 행사라고 호도함으로써 국민저항권이란 말을 더럽혔다.
당장의 현상만이 아니다. 소위 보수를 자처하는 측이 집권할 때에는 정의니 법치 같은 말이 호되게 모욕당했다. 사뭇 정의롭지 못하고 탈법에 불법을 일삼은 자들이 오히려 국민을 향해 법치를 요구하고 정의를 부르댔기 때문이다. 때로는 법치나 정의 같은 말은 사회적 루저나 되뇌는 것이라 하며 법치와 정의란 말을 대놓고 모독했다.
일반적으로 보수는 말의 가치와 권위, 질서를 지키는 쪽이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에서는 보수를 자처하는 언론과 정치인, 목사, 교수 등이 적극적으로 말의 가치를 희롱하고 권위를 허물며 질서를 유린한다. 보수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모르면서 보수라고 자처하는 꼴인데, 그들은 왜 그렇게 집요하게 말을 처참하게 만들까?
말에는 통합의 힘과 분열의 힘 모두가 내장되어 있다. 말의 힘이 통합으로 작동되면 존재치 않던 국가도 빚어낸다. 오늘날 다수의 국가는 자신들의 국어를 공유하면서 중세에서 벗어나 근대국가를 건설했다. 건국할 때만 그러했던 것이 아니다. 말은 국가사회가 기본적으로 추구하는 가치를 기반으로 질서화되면서 국가사회를 유지하고 개선해가며 선한 진보를 일궈낸다.
역으로 말의 질서가 무너지면 사회 통합이 깨지고 공적 가치의 추구가 방해받는다. 사람과 사회가 쪼개지고 그것에 가해진 균열이 깊이 파여 분열이 심화한다. 사실의 왜곡이, 진실의 조작이, 가짜뉴스가 활개 칠 토양이 늘어나고 두꺼워진다. 말의 질서가 허물어질수록 사람이, 사회가 갈라지고 증오가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래서 민주헌정 질서를 깨뜨리고 부정하는 세력에 대한 엄한 처벌과 함께 꼭 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유린당한 말의 질서를 다시 세우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여러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만, 일단 일상에서 저마다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저들이 말의 질서를 집요하게 훼손하고 있음을 분명하게 인지하고, 저들의 언사를 견결하게 거부하며 힘껏 질타하는 것 같은 활동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