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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연동제를 도입하려면

최근 물가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는 명목임금 인상으로 근로소득자의 실질임금은 하락하고, 소득세 부담이 증가하면서 내수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인플레이션은 세 부담의 증가, 현금급여와 국채의 실질가치 감소 등을 통해 가계의 처분가능소득을 감소시킨다. 특히 근로소득자의 경우 명목임금이 물가상승률을 100% 반영해 실질임금이 유지되더라도 명목임금은 높아진 소득 구간의 세율을 적용받기 때문에 조세 부담이 증가한다.

국세청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23년까지 1인당 평균급여와 소비자물가지수는 각각 1.9배와 1.5배 늘었지만, 근로소득세는 6.1배 증가했다. 명목임금을 기준으로 초과누진세를 적용하는 소득세율체계에서 근로소득자가 전보다 높은 과표구간의 세율을 적용받았기 때문이다. 2019년 이후 대부분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서도 명목임금이 증가했지만, 물가상승을 따라잡지 못해 저소득 가구를 중심으로 세 부담이 높아지면서 처분가능소득이 감소했다.

정부가 세법을 개정하지 않고 추가로 세금을 징수하는 행위는 조세법률주의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일부 국가에서는 소득세 공제액과 과세표준은 물론 사회보장기여금과 현금급여에도 물가연동제를 도입하고 있다. 2022년 OECD 회원국 중 17개국은 근로소득세에 물가지수를 자동으로 반영하고 21개국은 임의로 조정하는 방식으로 인플레이션의 영향을 완화하고 있다. 12개국은 소득세와 사회보장기여금, 현금급여에 모두 물가연동제를 적용한다.

물가연동제를 매년 자동으로 적용하는 국가에서는 임의로 적용하는 국가보다 전 소득 구간에서 실효세율이 낮고, 고소득자가 더 큰 감세 혜택을 본다. 따라서 과세 공평성과 세수 기반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물가연동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소득세수 비중, 과세자 비율, 과세 공평성 등이 적정 수준에 도달해 있어야 한다. 하지만, 2022년 한국의 개인 소득세수 비중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6.6%로 OECD 평균 8.2%를 밑돌고 있다. 명목 최고세율은 OECD 평균보다 높지만, 적용 대상자가 적고 전 소득 구간에서 실효세율이 낮기 때문이다. 2022년 소득세 최고세율(지방세 포함) 49.5%는 OECD 회원국 평균(42.5%)보다 높지만, 소득세 최고세율이 적용되기 시작하는 과세표준은 근로자 평균소득의 21.6배로 OECD 회원국 평균(7.2배)의 3배 수준이다.

더욱이 2022년 세제 개편으로 고소득자의 세 부담이 더 큰 폭으로 감소해 물가연동제 도입 여건은 오히려 어려워졌다. 총급여가 8000만원 이하인 근로소득자의 총급여 대비 결정세액의 비율은 2021년 3.1%에서 2023년 2.9%로 0.2%포인트 하락했지만, 8000만원을 초과하는 근로소득자는 14.7%에서 14.0%로 0.7%포인트 낮아졌다. 근로소득세 면세자 비율은 2014년 48.1%에서 2023년 33.0%로 꾸준히 하락했지만, 주요 선진국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소득세 명목세율이 높은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실효세율이 낮은 이유는 소득세 산출 과정에서 소득공제와 세액공제가 다양하게 적용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물가연동제를 도입하기 전에 각종 공제·감면제도를 정리하고 세율체계를 개편해 OECD 회원국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효세율과 조세부담률을 끌어올려야 한다. 특히 소득공제는 저출생·고령화 시대의 사회경제적 문제에 대응하는 방향으로 개편을 모색해야 한다. 근로소득공제를 축소하되 기본공제 등 인적 공제는 확대해 가계 단위의 생계지원 기능을 강화하고, 사업자의 소득포착률이 높아진 현실을 고려해 근로소득 세액공제를 폐지해야 한다.

인플레이션과 고금리로 막대한 이익을 챙긴 금융권에도 초과이윤에 사회연대세를 부과해 물가연동제 도입에 따른 세수 손실을 보충해야 한다. 국내 은행의 이자수익은 2020년 67조원에서 2023년 149조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7조원에서 28조원으로 늘어났다.

나아가 사회보장기여금과 현금급여에도 물가연동제를 적용해야 한다. 현재 공적 연금과 기초연금 급여는 물가에 연동해 급여가 조정되지만, 아동수당과 실업급여 등에는 물가연동제를 적용하지 않고 있다.

세법에 근거하지 않은 채 물가상승으로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과세는 조세법률주의뿐만 아니라 공정과세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다만, 물가연동제 도입으로 예상되는 세수 기반의 위축과 세 부담의 공평성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소득세제 개편은 물론 조세체계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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