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채널 14F 특집 영상에 호평 일색
교보문고 팀 기획 제안에 ‘리부트’ 성사
플랫폼 바뀌었지만 구성은 과거 그대로

MBC 14F는 교보문고와의 협업으로 지난달 28일 <2025 특집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영상을 공개했다. 원년 MC 김용만과 배우 지예은이 진행을 맡았다. 유튜브 갈무리
“이 시대에 필요한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진행했으면 좋겠어요.”
“유튜브인데, 디지털 디톡스가 되는 기분이에요.”
요즘 세상엔 보기 드물게도 ‘선플(선한 댓글)’ 일색인 유튜브 콘텐츠가 있다. MBC 자체 유튜브 채널인 14F에 지난달 28일 올라온 <2025 특집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이야기다.
MBC <느낌표>에서 2001년부터 방송된 간판 코너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가 종영 21년 만에 교보문고와의 협업을 통해 33분짜리 영상으로 돌아왔다. 원조 MC 김용만이 진행하며 자막 폰트부터 구성까지 옛 방송을 그대로 재현했다. 배우 지예은을 보조 MC로 기용해 신선함을 더했다.
10여일간 32만 회를 기록한 이 영상에는 두 가지 유형의 댓글이 달리고 있다. 레트로한 복원을 반가워하며 추억을 회상하거나, 책을 다루는 프로그램이 다시 생겼으면 하는 바람을 담은 것이다. 책을 다루는 콘텐츠가 그리웠다는 외침이 가득한 댓글창을 보다보면 소위 ‘독서 붐’이 정말 찾아온 것도 같다. 이 성공적인 리부트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프로그램을 기획한 교보문고 위다혜 마케터에게 그 비화를 들었다.
‘한강 수상’ 나비효과로 시작된 ‘책책책’ 기획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가 다시 돌아온 배경에는 지난해 10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있었다. ‘책 프로그램’의 대명사와도 같은 이 코너는 6년 차인 위 마케터에게 “언젠가 꼭 만들어보고픈” 프로그램이었다. 한강 작가의 기적 같은 수상 소식 이후 책 자체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늘어나는 것이 감지됐다. “텍스트힙(읽는 것은 멋있다’이나 ‘독서 붐(열풍)’ 같은 말들이 들려오더라고요. ‘지금이 기회다!’ 싶었습니다.” 위 마케터가 말했다.
교보문고 팀(위다혜·김수현·이익재)은 지난해 10월 바로 <느낌표>를 방영했던 MBC 측에 기획 제안을 넣었다. 위 마케터는 “콘셉트만 어설프게 따오는 게 아니라 제대로 된 리부트를 하고 싶었다”고 했다. MBC 측에서도 긍정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다만 TV 프로그램이 아닌 가볍게 볼 수 있는 유튜브 콘텐츠로 제작하기로 했다. 교보문고와 MBC의 디지털 콘텐츠 팀인 14F는 지난해 11월 조율 과정을 거쳐, 2025년판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의 홍보와 제작에 들어갔다.

교보문고는 지난해 12월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홍보 티저로 ‘무언가 2001년에서 유튜브로 되돌아오는 중’이라며 코너의 로고를 흐릿하게 가린 사진을 자사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교보문고 홈페이지 갈무리
사전 홍보 단계부터 호응이 남달랐다. ‘단 한 회 제작되는 특집에 참여할 주인공’을 찾는다는 섭외 게시물에 1만1610명이 신청하며 사연을 보내왔다. 위 마케터는 “응모해주신 분들이 많았다”며 “이 프로그램에 추억을 지닌 분들이 역시나 많다는 걸 알 수 있었다”고 했다. 초등학생이던 당시 원조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김경윤씨 등 3명이 온라인으로 섭외돼 방송에 출연했다.
유튜브로 플랫폼을 옮겨갔지만, 구성은 그대로 가져갔다.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만난 시민들에게 선정 도서(<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 <우리가 케이크를 먹는 방법>)를 소개하며 인터뷰를 하고, 제한 시간 100초 안에 원하는 책을 골라오면 가져갈 수 있는 ‘책 뽑기’ 이벤트를 진행했다. 과거 ‘북마스터’로 출연한 교보문고 28년차 직원 박미옥씨가 깜짝 출연하기도 했다.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의 ‘북마스터’였던 교보문고 직원 박미옥씨가 특집 방송에 출연하고 있다. 유튜브 갈무리
20년 전 방송을 복원한 예스러움이 오히려 새롭다는 반응이 나왔다. 한 누리꾼은 “오래된 방송 스타일인데 이제 보니 더 신선하고 전달력이 좋게 느껴진다”고 댓글을 달았다. 위 마케터는 “방송을 TV로 봤던 세대가 아니더라도 MBC 유튜브 채널로 옛 영상을 접했다는 분들도 있더라”고 했다.
무엇보다 ‘책 읽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프로그램’이라는 데 반가움을 표하는 이들이 많았다. 2023년 국민독서실태조사에서 성인 10명 중 6명이 ‘1년 동안 책을 단 한 권도 읽지 않는다’고 답했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 리부트에 대한 호평은 독서에 관한 관심이 살아나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로도 보인다.
위 마케터는 “지난해 4~5월부터 텍스트힙에 대한 이야기가 서서히 나왔었고, 같은해 7월 서울국제도서전에 ‘역대급’으로 많은 분이 찾아주셨다”며 “관심이 무르익던 차에 한강 작가의 수상으로 그 경향성이 강화된 듯하다”고 했다. 이어 “국내문학이나 시집 등 소위 ‘MZ 세대’가 좋아한다는 분야의 매출이 신장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2025 특집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영상에 달린 댓글. “한 편으로 끝내기 아쉽다” “작년부터 갑자기 책에 빠져서 열심히 읽고 있는데 너무 좋은 프로그램이다”라는 댓글이 연이어 달렸다. 유튜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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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책은 영상화하기 까다로운 소재다. 활자인 데다가 스포일러가 되지 않는 선에서만 소개할 수 있고, 직접 읽기 전에는 그 효용을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독서가 인기라도 관련 콘텐츠가 줄이어 나올 것이라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다. 그래도 이번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를 향한 호응은 ‘고자극·문해력 저하’ 시대에 책을 다루는 슴슴한 콘텐츠가 반대급부로 통할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준다.
“한 번 자기와 맞는 책을 만나면 계속 독서가 이어지는데, 그 시작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분들도 많거든요. ‘이참에 책을 읽어보자’는 댓글을 보면, 이 프로그램으로 독서 생활을 시작하실 수 있지 않을까 싶어 뿌듯합니다.” 위 마케터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