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억 상속액이라도 자녀 수 따라 세금 달라져
60억을 두 자녀 상속 땐 1인당 약 3억원 절세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기획재정부의 상속세 개편안은 10억원을 초과하는 아파트 등 재산을 물려받는 상속인 상당수의 세 부담을 크게 줄이는 효과를 가져온다. 다자녀일수록 상속세가 줄어들고 부유층일수록 감세 혜택이 커진다. 기존엔 전체 상속금액에 높은 세율을 적용했다면, 개편 후 각자 상속받는 금액에 따라 세금이 부과되고 적용되는 세율도 덩달아 낮아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상속재산이 100억원이 넘는 경우 상속세가 최대 11억원 이상 줄어들 수 있다는 계산도 나온다. 자산 불평등이 심해질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상속총액 60억원이었던 경우 상속세 1인당 3억원 가량 줄어
우선 개편안을 보면, 자녀 1명당 5억원씩 공제해주고, 배우자 최소공제액은 현행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올렸다. 배우자 공제한도는 현행과 마찬가지로 최대 30억원이다. 자녀 1명당 세금 공제 혜택이 5억원씩 늘어나 다자녀일수록 유리하다. 배우자가 없고 상속인이 자녀만 1명이라면 ‘인적공제 최저한도’에 따라 최소 10억원을 공제해준다.
이를 따져보면, 기존엔 과세 대상이던 유산 총액 기준 10억원을 초과하는 재산을 상속받는 상속인 상당수가 세금을 내지 않게 된다. 상속인이 배우자와 자녀 한 명이면 15억원(배우자공제 10억원+자녀공제 5억원), 배우자와 자녀 2명이면 20억원(배우자공제 10억원+자녀공제 10억원), 배우자와 자녀 3명이면 25억원(배우자공제 10억원+자녀공제 15억원), 배우자와 자녀 4명이명 30억원(배우자공제 10억원+자녀공제 20억원)을 공제받는다.
예를 들어 20억원짜리 아파트를 배우자와 자녀 2명이 상속받으면 기존 상속세는 약 1억2804만원(1인당 4268만원)이다. 개편안이 적용되면 상속세는 0원이 된다. 자녀공제 각 5억원씩 10억원, 배우자공제 10억원을 합쳐 총 20억원이 공제되기 때문이다.

반면 같은 20억원짜리 아파트를 받았더라도 상속인들이 배우자와 자녀 1명이라면 세 부담(약 4850만원)은 지금과 변함없다. 일괄공제 5억원이 자녀공제 5억원으로 대체될 뿐이고, 총 공제액은 17억원(5억원+배우자공제 12억원)으로 같아서다.
이처럼 다자녀에게 유리하다보니 형제·자매가 많은 50~60대 베이비붐 세대도 일정 정도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특히 혜택이 집중되는 건 수십억~백억원대 자산가다. 30억원이 넘는 상속 총액에 적용되는 최고세율 50%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60억원을 자녀 2명이 30억원씩 물려받는 경우 현재는 1인당 상속세 부담이 11억1065만원이지만 유산취득세로 개편되면 1인당 상속세는 8억1480만원으로 줄어든다. 상속액이 90억원이었던 경우 30억원씩 물려받는 자녀 3명은 기존 상속세 12억2543만원을 냈다면 개편 후 1인당 8억1480만원으로 세금이 줄어든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의 시뮬레이션(배우자·자녀2명 유산 균등배분) 결과, 상속재산 총액이 50억원이면 상속세 총액은 현행 15억4000만원에서 개편시 9억2000만원으로 6억2000만원이 줄어든다. 상속 재산이 100억원이면 상속세는 40억4000만원에서 29억2000만원으로 11억2000만원 줄어든다.
2조원 세수 감소 영향
기재부는 정부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지금보다 2조원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정정훈 기재부 세제실장은 인적공제 확대에 따른 세수 감소가 1조7000억원, 과표분할 효과까지 고려하면 총 2조원 정도 세수가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유산취득세로 바꾸면 과세 대상이 2023년 기준 6.8%에서 절반 이하로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2023년 기준으로 전체 피상속인 약 29만명 중 상속세 대상자는 약 2만명이었는데, 대상이 1만명 수준으로 떨어지리라는 것이다.
정부가 줄어든 세수 보완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것은 한계로 남는다. 참여연대는 논평에서 “상속증여세가 국세 수입의 4.5%(15조3000억원)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세수 중립 없는 상속세 개편은 재정 기반을 약화시키고 자산 불평등을 심화시킬 것”이라며 “지금 필요한 것은 상속세 완화가 아니라 고액 상속에 대한 실질 과세 강화”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