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퇴거 외국인에 최장 ‘20개월 구금’
개정안 통과 보면서 어안이 벙벙
‘영장 없이 가두는 나라’ 칼럼 이후
여러 의원, 뒤늦게 위헌 알고 사과
법무부, 극우 주장 힘 실어줘 통탄
‘강제 퇴거 대상 외국인에 대한 최장 20개월 외국인보호소 구금’을 골자로 하는 출입국관리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 뒤 여러 일이 벌어졌다. 우선 ‘진보’를 표방한 정당 의원들이 사과했다. 윤종오 진보당 대표는 통과 다음 날인 지난달 28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해당 개정안이 헌법재판소 결정 취지를 부정하고 있다는 비판 등을 미처 인지하지 못한 채 표결에 임했다”며 사과했다.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도 지난 2일 페이스북 글에서 “이주구금제도로 고통받고 싸우고 계신 분들을 대변하기 위해서는 찬성 표결이 옳지 않았다는 반성을 하게 된다. 제대로 살펴보지 못했다. 깊이 사과드린다”고 했다.
이들이 사과한 건 ‘구금 상한’ 정도만 정한 개정안이 위헌적이라는 걸 뒤늦게 알았기 때문이다. 개정안은 총 구금 기간이 9개월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난민 신청·소송 중일 때는 구금 기간을 20개월까지 연장하도록 했다. 2023년 3월23일 헌법재판소가 본국의 박해를 피해 홀로 한국에 왔다가 외국인보호소에 갇힌 아동 A 사건에서 내린 헌법불합치 결정 취지에 맞지 않는다. 헌재는 어린이, 장애인 등을 가리지 않고 강제 퇴거 대상이면 재판도, 영장도 없이 무기한 구금할 수 있도록 한 출입국관리법 63조 1항의 이주 구금 제도가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국회 표결 전 법안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는다는 사실도 새삼 확인됐다. 의원 대부분이 헌재 취지를 몰랐거나 건성으로 넘긴 결과가 재적 의원 274명 중 찬성 266명, 반대 1명, 기권 7명의 개정안 가결이다. 진보정당 소속이거나 민주당 내 진보를 자처한 의원 대부분이 찬성했다. 일부는 기권했다. 반대 1명은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다. 권 대표 측에 문의했으나 답변이 오지 않아 그 이유를 알 수는 없다.
평소 반일 외치다 정작 일본 기원 악법은 찬성

이한재 변호사는 2020년 전업 공익변호사로 일을 시작했다. 지난 5년간 공항 난민과 외국인보호소 구금 이주민을 변호사로 대리하고, 또 활동가로 연대하며 싸워왔다. 김종목 기자
공익법단체 두루의 이한재 변호사가 경향신문에 실은 칼럼 ‘영장 없이 가두는 나라’(지면 2월27일 24면, 온라인 26일 게재)가 본회의 통과 뒤 잇단 사과와 성명 발표에 영향을 끼쳤다. 노동당은 ‘한국 국회에는 진보가 단 한 명도 없다’, 녹색당은 ‘비국민의 감금에 기반한 자유를 거부한다’, 정의당은 ‘출입국관리법 개정안, 통제와 추방이 아닌 인권과 보호가 원칙이다’는 제목으로 성명·논평을 냈다. 사민당과 진보당은 따로 이 변호사에게 사과 연락을 했다고 한다. 이 변호사는 지난 2일 페이스북에 “많은 분이 각자의 자리에서 오랫동안 노력해 왔는데, ‘이런 이슈가 있었는지 몰랐다’니 우리가 그동안 얼마나 활동을 잘못해 온 것인지 허탈하기도 하다”고 적었다.
사람들은 ‘단속-강제퇴거-구금-추방’의 단일 경로 출국 정책을 담은 출입국관리법의 기원이 일본의 입국관리법이라는 점도 잘 모른다. 이 변호사는 “출입국관리법상 강제퇴거 부분의 구조는 과거 일본 것을 그대로 계승했다. 일본이 패망한 뒤, 일본 내 조선인들을 강제로 몰아낼 수단이 필요했다. 그 과정에서 고안된 것이 ‘누구나 강제 퇴거하고, 무한정 가두는’ 방식이다. 한국은 이 구조를 그대로 들여와 70년 동안 유지해왔다”고 말했다. 반일을 내세우는 민주당과 진보 표방 정당 의원들이 조선인들을 내쫓으려 만든 일본의 악법을 대부분 찬성한 것이다.
이 변호사는 지난 5년간 공항 난민과 외국인보호소 구금 이주민을 변호사로 대리했다. 활동가로 연대하며 싸워왔다. 그는 인터뷰에서 이들을 두고 “세상 모든 사람이 존재조차 모르는 소수자들”이라고 했다. 2020년 5월 27일 두루에 들어오면서 “우리는 모두 어떤 면에선가 소수자이거나, 소수자였거나, 소수자가 될 것입니다. 소수자를 위한 길이 나를 위한, 우리 모두를 위한 길이 될 것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우리 모두를 위해 법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서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지난 7일 서울 중구 퇴계로의 두루 사무실에서 만난 이 변호사는 그 다짐을 실천하는 듯했다. 개정안 통과와 아동 구금 문제, 공익변호사가 된 계기 등을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일본 법은 어떤 내용인가.
“한국과 일본 법만의 구조적 특징이 있다. 모든 외국인은 누구든지 강제 퇴거 대상이 될 수 있고, 그 대상이 되면 재량적으로 다 구금할 수 있으며, 이런 과정이나 절차의 기준을 공개하지 않는 게 특징이자 핵심이다. 일본이 패전 직후 이런 구조의 입국관리법을 만든 이유는 일본에 체류하던 조선인을 내보낼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조선인이면 법적으로 누구든 내보내려고 최강의 수단까지 사용하도록 한 것이다. 악법인 게 국가의 위해가 된다고 여기는 사람을 구체적 기준이 아니라 당시 법무상, 우리로 치면 법무부 장관이 판단한 것이다. 그렇게 갇히면 구금 기간의 상한이 없었다. 한국 전쟁이 벌어진 뒤 일본으로 피해온 전쟁 난민들도 무기한 구금됐다. 한국 출입국관리법의 기원이다. 지금 이 법 큰 구조는 일본 걸 그대로 따르고 있다.”
이 변호사는 “입국관리법과 외국인등록법 이전의 ‘외국인 등록령’(1947)에 따라 강제퇴거와 외국인수용소 구금이 시작됐다. 오무라 수용소는 1950년 설치했다. 가장 많은 피해자는 제주 4·3난민 (최소 1만6000 명 수용)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부연했다.

민주신보 1952년 4월 30일자에 보도한 ‘일본 국회, 출입국관리법 통과로 재일조선인 법적 지위 문제 대두’ 보도 내용이다. “일본으로서는 선량한 외국인에 대하여는 계속 일본에 주재하는 것을 인정할 방침이다. 다음에 악질 위법자는 강제퇴거의 조항을 적용하게 되는데 다만 결핵환자·빈곤자 등의 이유로 강제퇴거를 시키는 비인도적 취급은 하지 않기로 되어있다”라는 내용이 나온다. 외국인에 대한 선악의 구분, 강제퇴거 등이 한국의 법이나 행정 집행과 닮았다. 보도 내용과 이미지 출처는 ‘한국 현대 사료 DB’
-개정안 통과 때 심정은.
“애초 누군가 개정안 반대에 앞장서고, 바꿔주리라는 기대가 없었다. 이 법안에 오래 대응해오면서 깨닫게 된 현실이다. 이번 개정안 논의 때도 이 문제를 지적하는 이주구금대응네트워크나 두루 등 관련 단체들이 고립돼 있다는 걸 다시 느꼈다. 정당을 불문하고 이런 개정안이 있다는 것도 잘 알지를 못하더라. 그냥 법무부 발의안만 계속 검토를 하는 쪽으로 흘러갔다. 의원 개정안(박주민안)이 먼저 발의되었는데 왜 처음부터 정부안을 위주로 논의됐는지 알 수 없다. 법사위 소위는 회의 내용을 바로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 2~3주 뒤에야 공개된다. 회의 일정을 미리 알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뒤늦게야 소위 논의를 따라갔는데, 지난 1월부터는 가결을 예상했다. 만장일치에 가까운 통과 자체는 놀랍지는 않았다. 우리도 법사위 소위 대응도 큰 방향을 바꾸기 어려우니 사소한 조문 하나라도 넣으려는 것에 가까웠다.”
이렇게 주목받은 적 없어 사과문 사태도 반가웠다
-경향신문 칼럼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됐다.
“가결 날 나간 칼럼을 본 진보당이나 사회민주당 당원들이 문제 제기를 많이 했다고 들었다. 이런 법이 통과되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 관심이 있던 사람들에게는 전광판 전체가 일시에 초록색 찬성표로 뒤덮이는 광경이 매우 충격적이었을 것 같다. 화성외국인보호소 새우꺾기 사건(두 손과 발을 뒤로 결박하는 자세), 서울남부출입국 보호실 사망사건 등 최근 수년간 충격적인 사건도 많이 있었는데 아예 이 이슈 자체를 처음 들었다는 반응도 많았다. 아직은 정말 낯설고 어려운 주제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통과 뒤 이슈가 되니, 어안이 벙벙했다. 정의당, 녹색당, 노동당 등 최소 6개 정당에서 공식 성명을 냈다. 여러 현직 의원들이 사과문도 썼다. 많은 분이 함께 분노했다. 오랫동안 저희는 세상에서 고립된 채로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 기분이었는데, 보이지 않는 곳에 이렇게 공감해주는 분들이 있었구나, 하는 느낌이 든다. 활동가로서 너무 안일한 말일 수도 있지만, ‘사과문 사태’마저도 반가웠다. 또 감사했다. 이렇게라도 주목을 받아본 적이 없는 주제다. 직접 사과하신 분들, 이를 위해 목소리 내 주신 분들께서 앞으로 계속 함께해주시리라 믿는다.”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은 지난달 27일 의원 274명 중 찬성 266명, 반대 1명, 기권 7명으로 가결됐다. 출처: 국회방송 TV
-진보 표방 의원 대부분은 찬성했고 일부는 기권했는데.
“의원들이 이 출입국관리법 자체가 뭔가 잘못한 사람들을 가둬놓는, 즉 보안 처분을 하는 것처럼 생각하더라. 공항 출국대기소나 외국인보호소는 출국 대상 외국인들이 출국 시까지 잠시 대기하는 출국 지원 시설일 뿐인데도, 국가 안보 시설이라는 식의 인식이 박혀 있다. 게다가 감옥보다 폐쇄된 방식으로 운영하는 곳이다. 정당을 불문하고 국회의원들의 이해도나 공감대가 얕아 보였다. 국회 법사위 1소위가 본격적으로 이 문제 논의를 시작한 게 2024년 11월 13일 회의였는데, 법무부가 일부러 혼란스러운 상황을 조성하기도 했다. 법무부 차관 등이 나와서 계속해서 범죄 우려와 국가 안보를 들먹였는데, 많은 분이 이 시설 자체가 무슨 보안처분을 위한 기관인 것처럼 생각하기 쉬웠을 것이다. 개정안에는 새로운 세부 조목을 많이 넣었다. 장기 구금을 할 수 있는 대상으로 국가보안법 위반자, 테러방지법 위반자도 넣었다. 심지어 형이 확정될 필요도 없이, 혐의만 있어도 된다. 이런 혐의가 있으면 대체로 구속 수사를 받을 테니 실제로 쓰일 일이 없다. 일부러 시선을 돌리려고 느닷없이 넣은 조문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탄핵 정국이 복잡한 것도 영향을 끼친 듯하다. 이 와중에 논의를 길게 만들고 싶지 않았던 듯도 하다. 우리가 백날 외국인 보호소는 보안 처분 시설이 아니라 출국 대기하다 나가는 사람들 잠깐 있는 곳이라고 해도 먹히지 않았다. 그런 과정이 굉장히 힘들고, 어려웠다.”
법무부의 적극적인 악행과 소극적인 악행
-법무부가 문제 중심인데.
“출입국관리법 관련한 법무부의 의도에는 적극적인 악행과 소극적인 악행, 이 두 가지가 섞여 있는데, 그중에서도 소극적으로 뭔가를 안 하고 싶어 하는 측면이 강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강제 퇴거 제도를 적극적으로 만들어 운영하려면 전문성, 예산, 기관의 확충이 많이 필요하다. 그런데 법무부는 새롭게 구조를 만들려고 하지도 않고, 대체 수단도 고민해 본 적이 없다. 1945년 이후와 1950년대 일본의 전술은 일단 불안한 조선인을 몽땅 가둬놓고 괴롭히기만 해서 알아서 본국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것이었는데, 한국이 이걸 그대로 70년 넘게 계승하고 있다. 독일은 난민만 200만 명이 있다. 한국 난민 2000 명의 1000배 가까운 숫자다. 그런데 외국인보호소에 가두는 사람의 숫자는 한국 10분의 1이다. 독일은 구금 대체 수단을 만들고, 이 수단의 집행을 위한 탄탄한 구조를 만들어왔다. 한국 정부는 이런 걸 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쉽게 가둬두고 누구나 괴롭고 힘들게 또 정말 죽어가는 상황을 만들어 놓으면 알아서들 나가리라 여기는 것이다.”
- 아동 구금 문제도 계속 지적해왔다.
“현실적으로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다. 누구를 왜 구금하는가의 기준 즉 요건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는 과정에서 이 논의가 거의 다 빠져버렸다. 아동, 장애인, 성소수자가 구금되었을 때 구제할 수 있는 직접적인 요건을 둘 수 있었는데, 이 길이 거의 논의되지 않았다.”
- 현재 ‘미성년 외국인에 대한 보호명령 원칙적 금지’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데.
”매우 중요한 법이다. 다만 이것만으로 충분한 법안은 아니다. ‘원칙적으로 금지하자’는 선언 하나 넣자는 건데도 지금 계류돼 있다. 그런데 법무부는 14세 미만의 아동 구금이 없다고 주장한다. 5세 아이가 구금된 CCTV까지 공개했지만 여전히 그렇다. 법무부는 아동을 구금한 게 아니라, ‘아동이 부모를 따라 들어온 것일 뿐’ 이라거나 ‘부모가 원해서 데리고 있다’는 식으로 말한다. 아동이 부모의 소지품인 것처럼 얘기한다. 실제로 문서상으로도 아동에 대한 구금 명령이나 처분서가 없다. 그래서 법무부는 내심 현재 계류 중인 법안이 통과돼도 문제없다고 여긴다고 전해 들었다. 이 법안 자체가 현실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꾸긴 힘들지만, 그래도 선언적으로 의미가 있을 거라고 본다. 특히 법원은 이 금지 조문이 있을 때 아동 구금이나 강제퇴거 취소소송에서 전향적인 견해를 밝힐 수 있다. 결국 아동 구금 금지의 원칙이자 핵심은 아동을 동반한 부모가 구금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프랑스는 18세 미만의 아동이 있는 가정의 구성원 즉 부모나 보호자는 강제 퇴거 명령을 아예 금지한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강제퇴거 외의 다양한 출국 루트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가둬두고 괴롭히기’만 고집하는 대한민국 정부의 태도가 문제다. 아동을 동반한 부모 등 구금이 부적절한 사람에게는 출국을 위해 시간을 주고, 준비해서 나갈 수 있도록 하는 별도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아동이 구금 부모를 따라왔을 뿐, 아동 구금은 없다는 법무부
- 한국의 난민 인정률은 세계적으로도 유례없이 낮은 1%대인데.
“한국의 난민 인정률은 세계 꼴찌 다툼을 하고 있다. 심각한 문제다. 그런데 난민 문제에서도 구금이 발생하는데, 심지어 이들은 위 통계에도 빠진다. ‘보이지 않는 구금’ 이라 할만하다. 한국은 공항이나 항만에 도착한 난민들에게 ‘난민심사를 받아볼 자격이 있는지’ 예비 심사를 하는 독특한 제도를 운영한다. 그런데 여기서 ‘자격이 없다’고 판단하더라도 불복할 방법이 없다. 오직 소송만이 가능한데, 소송은 수년씩 걸리기도 하며 그 기간 난민 신청자는 공항에 갇힌 채 기본적인 의식주조차 제대로 제공받지 못한다. 이른바 ‘공항 난민’이다. 공항에서부터 ‘자격이 없다’는 판단을 받아 난민 심사도 못 받고 돌아가는 사람의 숫자가 70%가 넘고, 이들은 ‘인정률 1%’ 같은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렇게 난민신청조차 받지 못하게 하는 처분을 ‘불회부 처분’이라고 한다. 2024년 ‘난민심사 불회부율’은 78.3%다. 법무부가 졸속으로 ‘불회부 처분’을 남발하다 보니 ‘불회부 처분 취소소송’에서 난민에게 대부분 패소하고 있다. 법원이 반복적으로 법무부에 ‘이러한 불회부 처분은 위법하다’는 점을 확인해 주고 있지만, 정작 일선 행정청의 관행은 전혀 바뀌지 않고 있다. 이렇게 국경에서부터 진입을 거절당한 사람들이 가장 비참한 상황에 처하는데, 심지어 이 처분이 위법하다. 진정한 ‘법치주의 파괴’가 아닌가.”
- 난민이나 이주민 문제는 늘 혐오 문제가 뒤따라오는데.
“현장에서 혐오 문제를 피부로 느낀다. 실질적으로 우리를 위협하는 분들도 있었다. 최근 1년 정도 또 분위기가 달라진 게 있다. 일부 극우 단체나 사람들이 우리를 위협한다는 차원을 넘어, 이들이 공식적인 주체로 격상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이들을 공인했다. 공론장 자리에도 일부러 초청해 목소리를 내도록 판을 깔아주는 현장을 자주 확인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로 이어진 일련의 과정과도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그냥 시민들 사이에서 극우 분위기가 조성된다는 것뿐만이 아니라 누군가가 공인해 주고 강화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주체가 심지어 한국의 인권 주무 부처인 법무부라는 게 통탄스럽다.”

이한재 변호사 피해자 M씨가 2021년 6월 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 보호소 공무원들에게 이른바 ‘새우꺾기’를 당하는 모습을 담은 폐쇄회로(CC) TV 화면. 외국인보호소 고문사건대응위 제공
- 예를 든다면.
“11월 난민법 개정안 공청회와 1월 출입국관리법 개정안 토론회 때 법무부가 극우 단체들을 따로 초대했다고 들었다. 이렇게 널리 알려질 행사가 아닌데 토론장에 자리가 부족했다. 법무부가 발표한 내용도 독일 극우 단체가 만든 이주민 혐오 유튜브 영상을 인용한 것이었다. 심지어 해당 개정안 논의와도 별 관계가 없었다. 법무부가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이주민 혐오 목소리의 스피커를 자처하는 모습은 최근에 처음 보았다. 2023년 12월 13일, 법무부가 난민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제출하면서 낸 보도자료도 같은 맥락이다. 보도자료는 직접 법무부 장관의 발언을 인용하여 ‘테러 우려자 등이 난민으로 인정되는 것을 막을 법률적 근거’라며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해쳤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자’를 난민 배제 요건으로 추가하는 법안을 발표했다고 전했다. 난민 인정률 1% 국가에서 테러 우려자가 난민 인정이 될 확률이 얼마나 있겠나. 게다가 출입국 당국은 이미 난민에 대한 강제퇴거나 난민 인정 취소도 자유롭게 하고 있다. 이 조항이 실제로는 아무 쓸모가 없다는 것을 법무부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테러리스트가 난민이 될 우려’라는 메시지를 던지며 난민 관련 혐오 정서를 불씨 삼아 원하는 정책 변경으로 나아가려고 했다.”
윤석열 정부가 극우를 공인했다
-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여러 건이 스쳐 지나간다. 그중 하나를 꼽으면 2021년 화성외국인보호소 새우꺾기 사건이다. 피해자M씨랑 면회소에서 처음 상담하면서 손발에 수갑을 찬 채 사지를 뒤로 묶인 사실을 알게 됐다. 처음 말로만 들었을 때는 너무 충격적이라 믿을 수가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법무부 공무원들이 이런 짓을 하겠어’라고 생각했다. 피해자 몸에서 상처와 멍을 보고서야 믿게 됐다. 면담한 그 날 바로 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고, 법원에 증거보전신청을 했다. 가뜩이나 아무도 관심 없는 외국인보호소에, 변호사가 사건 직후에 붙어서 증거보전을 시도하는 일 자체가 역사상 처음이라고 하더라. 새우꺾기 모습을 담은 CCTV 영상은 어떻게 보면 운이 좋아 확보했다. 또 어떻게 보면 비극이다. 가해 행위가 반복적으로 계속 있다 보니까 증거 보전 신청 직전 것은 지워지기 전 보전 결정이 나온 것이다. CCTV 영상은 원래 단기간에 지워진다. 보통은 보관 규정이 따로 있는데, 여기는 그런 규정도 공개된 것이 없었다. 여기는 직원들도 하드디스크가 부족해서 자동으로 지워지는 거라고 답변했다. 다행이면 다행이고 불행이면 불행인데, 연속된 가해행위 도중 피해자가 변호사를 만났고, 면담 당일에 인권위에서 증거 보전 요청을 해주셨고, 법원에서도 신청이 인용되면서 그 직전 가해 행위 영상이 지워지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최초의 외국인보호소 내부 CCTV 영상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새우꺾기의 첫 사례가 아니다. 새우 꺾기에 대한 증언 자체는 이전에도 여러 번 나왔다. 이 영상이 처음 공개됐을 뿐이다. 증언만 있을 때는 보도도 잘 안 됐다.”

외국인보호소 고문사건 공동대책위원회에서 활동한 이한재 변호사가 2021년 12월 23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화성외국인보호소의 ‘새우꺾기’ 등 고문사건 규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출처 공익법단체 두루
-이후 피해자를 두고 여러 일이 벌어졌는데.
“사실 피해자나 나에겐 그다음 과정이 더 상처였다. 법무부가 바로 반박 보도 자료를 냈는데, 이분의 과거 행적, 보호소 내 불량 행동, 몇 년 전에 무슨 경범죄 처벌 전과 등을 써서 뿌렸다. 기자 개인 톡으로도 그 사람의 이러한 행동이 있었다는 걸 보냈다. 자기들만 가지고 있던 CCTV 캡처 이런 것들이다. 자기들 유리한 캡처는 다 남아 있는데, 우리가 달라고 하는 가해 행위가 일어났다는 시점 거는 다 지워진 것이다. 이 건은 국가배상소송도 진행 중이다. 당장 이번 주에도 기일이 있다. 피해자한테는 이 과정이 엄청나게 상처였다. ‘사람들이 이제 내 말을 믿어 주고, 공감해 주겠구나, 내 피해가 세상에 알려지는구나’라고 생각한 순간 ‘이 사람 이렇게 나쁜 놈입니다’ 가 모든 뉴스에서 일제히 보도되니까. 거의 모든 언론이 정말 신이 나서 그걸 다 받아 쓰는 상황이었다. 법무부는 당시 인권침해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피해자에게 사과하거나 피해복구를 위한 어떠한 조치도 하지 않았다. 병원 진료도 허락하지 않으며 감시와 통제를 계속 받도록 했다. 공무집행방해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에 대한 연쇄적 형사고소까지 했다.”
Freedom and Justice(자유와 정의)
이 변호사는 인터뷰 날 ‘Freedom and Justice(자유와 정의)’라 적힌 티셔츠를 입고 나왔다. 새우꺾기 피해자가 자주 쓰던 말이라고 한다. 그는 “보호소측에서 피해자를 괴롭히기 위해 형사 고발을 반복했다. 피해자가 계속 피의자 조사를 받아야 했다. 보통 마지막에 ‘더 할 말이 있나요?’라는 서면 질문에 답을 적어낸다. 여기에 늘 쓰던 문구”라고 했다.
-사건은 어느 정도 맡고 있나
“소송 사건으로만 보면 1년에 20~30건이나 될까? 많지는 않다. 모든 사건은 가장 취약한 난민, 외국인의 사건이다. 전업 공익변호사이므로 수임료를 받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가장 집중하는 것은 이러한 인권침해의 구조를 바꿀 수 있는 일이다. 공항 난민이 개별적으로 구금 시설에서 나오도록 하는 일도 하지만, 핵심 업무는 오히려 그러한 상황이 애초에 벌어지지 않도록 법과 제도를 바꾸는 일이다. 어떤 지점에서는 연구와 캠페인이 필요하고, 어떤 지점에서는 국회나 정부 대응이 필요하기도 하다. 구조를 바꾸기 위해 목소리를 만들고, 이 목소리를 완결된 전문가 의견으로 만들어내는 일을 열심히 한다. 소송 자체도 그런 관점에서 접근한다.”

이한재 변호사는 인터뷰날인 지난 7일 ‘Freedom and Justice(자유와 정의)’라 적힌 티셔츠를 입고 나왔다. 새우꺾기 피해자가 자주 쓰던 말이다. 김종목 기자
- 공익변호사 길로 간 계기는.
“전업 공익 변호사 숫자가 150명 남짓이다. 그중에서도 커리어를 처음부터 공익변호사로 시작하는 사람은 극소수다. 저는 처음부터 두루에서 일을 시작해서,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다는 점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처음부터 인권 활동가가 되고 싶었다. 변호사가 되려고 한 것은 그다음이다. 처음부터 이주민, 난민 일만 하려고 한 것은 아니다. 다양한 소수자 인권 문제에 관심이 있었고, 또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려는 생각도 있었다. 두루를 택한 것도 처음에는 그런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두루에는 이주민뿐 아니라 장애인, 아동, 청소년, 사회적경제 영역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은 선배들이 있었다. 난민, 이주민 일은 나에게 한 걸음씩 빠져드는 과정이었다. 한국에서 가장 주목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있는’ 소수자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중에서도 가장 취약한 ‘구금된 이주민’의 문제에 더 집중하게 된 것 같다. 공항에 구금된 난민, 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된 이주민이야말로 정말 세상 많은 사람이 존재조차 모르는 소수자들이고, 법률가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온갖 부정의 속에 떨어져 있는 존재라는 느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