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우정 검찰총장이 1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검찰청이 지난 11일 ‘구속기간 산정 및 구속 취소 결정 관련 지시’ 업무연락을 전국 검찰청에 내려보냈다. 윤석열 내란사건 1심 재판부는 ‘날’을 기준으로 구속기간을 산정해온 관행을 깨고 ‘시간’을 기준으로 계산해 검찰이 기한 내 기소하지 않았다며 윤석열의 구속 취소를 결정했다. 그럼에도 대검은 즉시항고도, 보통항고도 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후 구속기간 산정 기준을 ‘날’로 해야 할지, ‘시간’으로 해야 할지 혼란스럽다는 일선 검사들의 문제제기가 이어지자 대검이 지침이랍시고 내놓은 것이다.
대검은 ‘날’을 기준으로 구속기간을 산정하되, 법원이 ‘시간’을 기준으로 계산해 구속 취소를 결정해도 항고하지 말고 석방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법원이 ‘시간’을 기준으로 계산해도 하자가 없게 가급적 구속기한을 다 채우지 말고 기소하라는 취지로 주문했다. 이 지침대로라면 검찰 기준은 법원이 언제든 위법으로 규정할 수 있는 기준, 가급적 지키지 않는 게 안전한 기준인 셈이다. 세상에 이런 기준도 다 있나.
이번 지침은 검찰 기준과 법원 기준이 다를 수 있다는 걸 전제로 깔고 있다. 그러나 이래서는 형사사법 시스템이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12일 국회 법사위에서 “(윤석열 형사)재판부에서 실무와 다소 결을 달리하는 판단을 한 것 같다”며 “저희는 즉시항고를 통해 상급심의 판단을 받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검찰은 항고를 포기함으로써 대법원이 조기에 판단할 기회를 원천 차단하려 한다. 윤석열 내란사건 본안 재판에서 확정적 판단이 나올 때까지 검찰 시계와 법원 시계가 달리 돌아갈 수 있는 상황을 자초한 것이다. 그러면서 윤석열 구속 취소 결정에 동의할 수는 없다고 했으니, ‘검찰 기준대로 하되 법원 기준에 따르라’는 자가당착식 지침이 나오는 것이다.
항고 포기의 유일한 수혜자는 내란 수괴 윤석열이고, 그 피해는 형사사법 시스템 전체가 떠안게 됐다. 법무부는 2015년 구속 취소 결정에 대한 검사의 즉시항고권은 위헌적이지 않다고 했다. 검찰은 2003년 헌법재판소 변론에서 같은 취지의 주장을 했다.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에 검찰이 즉시항고해 인용된 사례도 있다. 그래 왔던 검찰 태도가 이번에 윤석열 앞에서 돌변했다. 검찰총장 출신 윤석열을 풀어주기 위한 위인설법식 행태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나. 그게 아니라면 대법원 권고대로 당장 즉시항고를 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