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부터 미국에 수출되는 모든 철강·알루미늄과 볼트·너트·스프링 등 253개 파생상품에 25% 관세가 부과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를 향해 ‘관세전쟁’의 방아쇠를 당긴 것이다. 파생상품 중 범퍼·차체 등 자동차 부품과 항공·가전 부품 등에서 87개 품목은 미 상무부 공고 때까지 관세 적용이 유예되지만, 미국과 각국의 합의로 적용해온 관세 면제·예외는 원칙적으로 전부 없앴다. 이번 조치에 따라 한국산 제품들 역시 25% 관세를 안게 됐고, 지금껏 적용받던 철강 면세 쿼터(연간 263만t)도 폐기됐다.
모든 국가의 부담이 같아 제품 경쟁력으로 시장을 넓힐 수 있다는 분석도 있지만 섣부른 기대다. 철강·알루미늄은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업황이 악화된 데다 관세 부담까지 덮쳐 대기업은 비상이 걸렸고 중소기업은 생사의 기로에 있다. 트럼프의 노림수는 US스틸 등 미국 업체가 관세 장벽 수혜를 보게 하고, 해외 업체들은 미국에 공장 짓고 일자리를 늘리라는 것이다. 트럼프는 11일에도 “관세가 (미국 경제에) 엄청나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관세 자체보다 관세를 피하려는 기업들의 대미 투자 확보가 큰 성과”라고 주장했다.
걱정스러운 건 철강 관세가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미국과 각국이 똑같이 부과하는 상호관세가 다음달 2일로 예고돼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한국에 오는 미국산 수입품의 평균 관세율은 0%대이나, 미국은 부가가치세·각종 규제 등을 모두 관세로 환산하겠다는 방침이어서 전방위적 압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반도체·자동차 등 한국의 주력 수출상품에 대한 품목별 관세도 예고한 터다. 여기에 한국이 30개월 이상 소고기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는 미 축산업계 불만을 빌미로 소고기 수입 확대를 요구할 수 있다. ‘먹거리 안전’ 조치마저 관세 부과 명목으로 삼겠다는 미국 우선주의에 경악하게 된다.
트럼프는 한국을 “현금인출기”로 인식하고 있다. 정부와 업계는 미국 정책이 구체화할 이달까지 총력을 다해 한국에 관한 부정적 인식을 불식하고, 대미 투자와 조선·에너지 협력 등을 협상 지렛대로 활용해 통상 압력을 완화시켜야 한다. 또 중소기업 지원책을 시급히 세우고, 수출국을 다변화하며,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탄핵 정국이라고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지 않은가. 정부·경제계·국회 모두 트럼프 관세폭풍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비상대책을 세워야 한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모든 수입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해 25% 관세 부과를 시작한 가운데 12일 경기 평택시 평택항에 철강 제품이 쌓여 있다. 권도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