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랏빛 물결 속 ‘퇴진’ 찾아낸 집중력…그 관심, 세상 향한 따뜻한 시선 되길

사진·글 이준헌 기자
[금주의 B컷]보랏빛 물결 속 ‘퇴진’ 찾아낸 집중력…그 관심, 세상 향한 따뜻한 시선 되길

“대통령을 나가라니! 이 X이나 저 X이나 미친 X들뿐이네.”

뜻밖의 장소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욕설은 태극기 두건을 쓴 한 할머니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집회 무대 앞에 있던 할머니는 다채로운 욕설을 몇 마디 더 하더니, 세차게 성조기를 흔들며 사라졌다.

두건 할머니는 무엇을 보고 미쳤다고 했을까? 집회는 지난 8일 ‘세계 여성의 날’에 열린 여성단체들의 행사였다. 참가자들이 외치는 구호와 이들이 든 손팻말은 모두 여성의 인권을 위한 내용이었다.

그런데 한 남성이 든 파란 손팻말이 눈에 띄었다. ‘윤석열·한동훈 퇴진하라!’ 많은 참가자 중 유일한 남성이 든 딱 그 팻말을 찾아낸 할머니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관심 있는 주제에 집중력이 더 강해지는 법인가 보다.

여성가족부 통계에 따르면 2023년 한국에서 이뤄진 성폭력과 가정폭력 관련 상담 건수는 33만7171건에 달했다. 두건 할머니처럼 엄청난 집중력은 아니더라도, 우리가 주변을 좀 더 살펴봐야 할 이유다. 관심 있는 것만 보는 것보다 더 넓은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우리 주변의 미세한 고통이나 너무 거대해서 오히려 보이지 않는 고통을 좀 더 잘 인지하고 돌봐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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