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은혁 임명은 헌재 결정에도 ‘버티기’
‘고유 권한 자의적으로 행사’ 비판 자초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명태균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12·3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국면을 조속히 수습할 책임을 안은 최 권한대행이 또다시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을 비호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3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최 권한대행은 오는 14일 임시 국무회의를 소집해 명태균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 권한대행은 화요일마다 열리는 정례 국무회의인 지난 11일 명태균 특검법을 상정하지 않았다. 오는 15일인 법정 처리 시한 직전까지 시간을 끈 것이다.
정부는 최 권한대행의 결정이 늦어진 것은 관계 부처 등에서 법안을 충분히 검토할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정부 안팎에서는 최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는 기정사실이었다는 이야기가 많다. 윤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면서 최 권한대행을 향한 여권의 압박 수위는 높아졌고 윤 대통령이 석방되자 최 권한대행의 운신의 폭은 더욱 좁아졌다.
최 권한대행이 거부권 행사에 따른 정치권 후폭풍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무회의를 최대한 미뤘을 뿐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권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최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는 “가장 무난한 선택”이라며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결과가 임박했는데 최 권한대행이 명태균 특검법을 지금 굳이 공포하는 것은 정치권의 소용돌이에 제 발로 걸어 들어가는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기자에게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가까워질수록 정치권에서도 명태균 특검법 자체에 대한 관심도는 떨어질 것이고 최 권한대행은 그것을 기다렸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명태균 특검법은 조기 대선 국면의 향방을 가를 중대한 변수여서 최 권한대행의 선택에 대한 야권의 비판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명태균 특검법은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와의 관계를 이용해 20대 대선, 22대 총선 등 각종 선거에 개입하고 이권을 챙긴 혐의 등을 수사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현재 여권의 주요 대선 주자들이 명씨 관련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데다, 윤 대통령이 파면된다면 명씨 관련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재구속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최 권한대행이 자신의 정치적 필요에 따라 대통령의 고유 권한을 자의적으로 행사했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최 권한대행은 명태균 특검법을 포함하면 총 8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이 되는데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에 대해서는 한 총리의 복귀 가능성을 들어 버티고 있다. 정부 안팎에서는 최 권한대행은 마 후보자를 끝내 임명하지 않고 대신 한 총리가 윤 대통령 파면 후 임명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조기 대선 국면에 접어들면 한 총리가 마 후보자를 임명하는 데 따른 정치적 부담과 압박은 크게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