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정책 모조리 뒤집는 트럼프 행정부…‘규제 완화’ 31건 하루 만에 쏟아졌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온실가스 위해성 판단’ 법률 의견 철폐도 추진

시민단체 “억만장자 이익 위해 미국 병들게 해”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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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환경보호청(EPA)이 자동차 배기가스 기준, 대기·수질오염 등에 관한 환경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조치 31건을 발표했다.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의 ‘그린 뉴딜’ 정책 지우기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연방정부 환경 규제의 밑바탕을 이루는 온실가스 위해성 관련 문건 폐기도 추진하고 있어 환경정책 기조 자체가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EPA는 13일(현지시간) 하루 동안 전기차 의무 전환 정책 폐지, 배기가스 기준 재고, 석탄 화력발전소 규제 완화, 석유·가스 생산 제한 해제, 대기오염 관련 규제 완화 등 31건의 조치를 쏟아냈다. 환경 정책의 무게중심을 기후변화 대응에서 화석연료 사용 확대 등 에너지 정책으로 옮기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과 궤를 같이하는 조치들이다.

특히 2009년 발표된 ‘온실가스 위해성 판단’ 법률 의견을 철폐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이 논란이 되고 있다. 해당 문서는 온실가스 배출이 공중 보건에 미치는 위험을 인정한 것으로, 연방정부 차원의 각종 환경 규제를 뒷받침하는 과학적 근거가 되어왔다.

하지만 기후변화 부정론자들은 이 문서를 무력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 왔다. 뉴욕타임스는 그렇게 될 경우 EPA가 자동차나 공장, 발전소, 석유나 가스 저장고 등으로 인한 기후 오염 차단 조치를 실행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고 지적했다.

리 젤딘 EPA 청장은 앞서 이날 월스트리트저널에 실은 기고에서 “오늘은 미국 역사상 가장 중요한 규제 완화의 날”이라며 “오늘 그린 뉴 스캠(사기)은 끝났다”고 밝혔다. 그는 “온실가스 위해성 판단과 탄소의 사회적 비용 및 비슷한 이슈들에 관한 수많은 규칙들을 정비함으로써 기후변화라는 종교의 심장에 단검을 찔러넣으면서 미국의 황금기를 열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뉴욕타임스는 젤딘 청장이 2분여 길이 동영상에서 EPA의 사명에 대해 “자동차 구매나 주택 난방, 사업 운영과 관련한 비용을 낮추는 것”이라면서 밝히면서도 기관의 본래 설립 목적인 환경이나 공중보건 보호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CNN은 EPA가 이날 약 두 시간에 걸쳐 쏟아낸 보도자료에는 오타가 다수 발견됐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들은 즉각 반발했다. ‘우려하는 과학자들 연합’은 성명을 통해 EPA의 조치가 “미국을 더 병들게 하고, 우리의 공기와 물, 토양을 위험하게 오염시킬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는 억만장자들의 이익을 확대하기 위해 공중 보건과 환경을 보전하도록 한 EPA의 사명을 전복하려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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