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마포구 건설현장의 안전 난간 없는 이동식 비계 위에서 작업하다 추락해 사망한 문유식씨의 딸 혜연씨가 지난해 12월26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문혜연씨 제공
서울 마포구 건설공사 현장에서 추락해 숨진 고 문유식씨(사망 당시 72세)의 유족이 “아버지의 죽음은 필연적 참사였다”며 사측인 인우종합건설과 현장소장을 엄벌에 처해달라고 촉구했다.
문씨의 딸 혜연씨(34)는 13일 오전 서울서부지법 형사2-1부(재판장 정선균) 심리로 열린 인우종합건설과 현장소장 박모씨(52)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건 항소심 첫 공판에서 “아버지는 불운해서 돌아가신 것이 아니고 필연적인 참사였다”며 “아버지의 억울함을 헤아려주시고, 건설현장에서 노동자가 더 이상 죽지 않도록 피고인들을 엄벌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문씨는 지난해 1월22일 인우종합건설의 서울 마포구 근린생활시설 공사 현장에서 바퀴가 달린 이동식 비계 위에 올라서서 미장 작업을 하다가 1.88m 아래로 추락했다. 사고 직후 옮겨진 병원에서 외상성 뇌손상 진단을 받고 일주일 뒤인 같은 달 29일 숨졌다. 1심 법원은 박씨와 인우종합건설 측이 업무상 주의의무와 안전조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각각 징역 1년과 벌금 2000만원을 선고했다. 문씨가 사고를 당한 날은 ‘상시 근로자 5인 이상~50인 미만 사업장’과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현장’까지 중대재해법 적용이 확대 시행되기 5일 전이었다. 이에 따라 인우종합건설 대표는 기소를 면했고, 현장소장 박씨와 건설사 법인만 재판에 넘겨졌다.
이날 박씨와 사측 변호인은 “1심 판결 이후 재판장을 나와서도 유족들에게 직접 대면해 사과했다”며 “(유족들이) ‘합의를 원하지 않는다. 용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했다. 이어 “저희가 사건을 부인하는 것이 아니고, 인면수심의 마음으로 형을 적게 받을 의도는 아니다”라고도 했다.
유족 측 변호인은 “공식 의견을 전달받은 바 없다”며 “피해자가 병원에 있을 때도, 돌아가셨을 때도 일절 연락이 없다가 판사님 앞에서 사과하고 재판정 밖에서 사과하는데, 유족이 이를 사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혜연씨도 “아버지가 사고를 당한 뒤 8일간 입원해 있을 때 인우종합건설 측에서는 한 명도 오지 않았고 사고 이후 어떤 해명이나 사과조차 없었다”며 “유족이 먼저 요구한 사과문에서조차도 (사측은) ‘아버지가 추운 날씨 탓에 돌아가셨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이 끝난 뒤 유족 측 변호인은 취재진에 “지난 4일 기록 복사 때문에 법원에 연락하니까 법원에서 ‘피고인 측이 (유족 측의) 신상정보를 공탁 때문에 알고 싶어하니 합의할 의사가 있다면 내일까지 말해달라’고 들었다”며 “그 외에 피고인 측으로부터 별도로 연락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다음 공판기일은 4월10일 오전 11시20분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