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충실 의무’ 상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

야당 주도 처리…찬성 184명·반대 91명

국민의힘 “거부권 행사 즉각 건의할 것”

13일 국회 본회의에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와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개정안이 상정되고 있다. 연합뉴스

기업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이 1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즉각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한다는 방침이다. 여당의 반대로 법안이 바로 공포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상법 개정안을 재석 279명 중 찬성 184명, 반대 91명, 기권 4명으로 가결했다.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과 개혁신당 등 야당 주도로 통과됐다.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고, 전자주주총회 도입을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민주당은 주주 보호를 통한 주식시장 정상화 등을 강조하며 앞서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일방 처리했다.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찬성 토론에서 “알짜 사업부를 떼어내 중복상장하고 핵심 계열사를 총수 회사와 헐값에 합병하고 의도적으로 주가를 떨어뜨리는 일이 비일비재했다”며 상법 개정안이 이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상법 개정안은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추진하던 일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이사 충실 의무 대상이 주주로 확대돼야 한다는 입장은 명확하다면서 몇 번이나 찬성 입장을 밝혔다”라며 “탈출하는 국내외 투자자들을 돌려세울 방법은 투명하고 공정한 주식시장을 만드는 것이고 첫걸음이 바로 상법 개정”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과 재계는 소송 남발로 경영권이 위협당하고 기업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며 반대한다. 국민의힘은 본회의 전 의원총회를 열고 상법 개정안 반대 입장을 당론으로 정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이 원장이 상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 건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자 “국무위원도 아닌 금감원장이 소관 법률도 아닌 것에 대해 그런 발언을 하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고 올바르지 않다”고 말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대위원회의에서 상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최 권한대행에게 재의요구권 행사를 즉각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최은석 국민의힘 의원은 반대 토론에서 “기업 경영 현실을 전혀 모르는 초보자들이 만든 위험한 탁상공론의 결과물”이라며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하면서 모든 주주를 만족시키는 기업의 혁신은 애당초 불가능하다. 왜 기업에게 그것을 강요하나”라고 말했다. 최 의원은 “이 개정안은 소위 노란봉투법 등과 같은 전형적 포퓰리즘 법안”이라며 “글로벌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M&A(인수·합병) 등 중요한 기업 활동 위축이 불가피하고 경영권 위협 등 기업 현장에서 혼란을 초래해 국가 경제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는 지난해부터 상법 개정안을 두고 힘겨루기를 해왔다. 논의 과정에서 국민의힘과 재계가 강하게 반대한 2조원 이상 상장사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등의 내용은 삭제됐다.

이날 상법 개정안 통과는 예고된 일이었다. 민주당은 당초 지난달 27일 열린 본회의에서 개정안을 처리할 계획이었지만 우원식 국회의장이 여야 간 추가 협의를 요청하면서 불발됐다. 민주당은 임박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후 정국이 요동칠 가능성이 큰 만큼 그 전에 개정안을 처리한 것으로 보인다. 상법 개정안은 진보 성향 시민단체와 소액투자자 단체가 찬성하는 법안으로 여론도 나쁘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국회는 법안을 재표결할 수 있다. 재의결 정족수는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다. 개혁신당을 포함한 야당 의원 전원(192명)이 찬성해도 국민의힘 의원 8명이 당론에서 이탈하지 않으면 재의결은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