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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온실가스 배출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알려진 수소불화탄소(HFCs)에 대한 정부 관리 체계가 미흡하다는 환경단체 연구 보고서가 나왔다.
13일 기후솔루션이 낸 ‘사람은 식히고 지구는 달군다? 인공냉매 HFCs가 불러온 기후위기의 역설’ 보고서를 보면, HFCs는 이산화탄소보다 최대 1만2400배 강력한 온실 효과를 유발한다. 주로 냉장고, 에어컨 등의 냉매로 쓰이는데, 최근에는데이터센터 가동에 쓰여 세계적으로 매년 10~15% 가량 소비가 늘고 있다.
현재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4%는 HFCs 등의 냉매가 주입된 냉동공조기기 사용에서 발생하고 있다. 해당 배출량은 항공 산업 전체 배출량의 두 배에 달한다.
HFCs 유해성이 알려지면서 국제사회는 2016년 HFCs 감축을 목표로 한 ‘키갈리 개정서’를 채택했다. 이에 따라 한국도 2045년까지 HFCs의 생산 및 소비량을 2020~2022년 평균의 80% 수준까지 줄여야 하는 의무를 지게 됐다.
보고서는 한국의 대응은 주요국에 비해 뒤처졌다고 주장했다. 한국은 키갈리 개정서를 의무 시행 1년 전인 2023년에 이르러 비준했는데, 감축 관련 법령 제정과 규제가 늦어지면서 HFCs 배출량은 되레 증가했다. 2022년 기준 한국의 HFCs 배출량은 2018년 대비 40%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HFCs 실제배출량과 잠재배출량 비교 (2019-2021). 기후솔루션 보고서
아울러 보고서는 국내에는 냉매의 전 주기를 통틀어 HFCs 배출을 측정· 관리할 체계가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현행 오존층 보호법에는 HFCs의 폐기 등을 규제하는 규정이 빠져있다.
HFCs를 대체할 ‘대안’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수소불화탄소 관리제도 개선방안’에서 HFCs를 지구온난화지수가 낮은 물질로 전환하도록 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물질을 사용해야 할 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현재 냉동공조업계에서는 유력한 대체 후보로 ‘수소불화올레핀’(HFOs)을 거론하고 있지만, HFOs는 역시 대기로 배출될 경우 유독성 물질로 바뀔 수 있어 지속가능한 해결책으로 보기 어렵다.
보고서는 HFCs 감축 대책으로 HFCs의 자연냉매 전환, 전주기 냉매관리 체계 도입, 불소계열 온실가스 통합 관리법 제정, HFCs 국가 온실가스 통계 고도화 등을 제안했다.
보고서 저자인 기후솔루션 메탄·HFCs팀 박범철 연구원은 “HFCs가 7대 온실가스 중 가장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대응을 통해 냉동공조업계의 신속하고 효율적인 HFCs 감축 및 전환을 유도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