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정 기능 이상, 다른 기관 통해 교정 가능
자세 균형 관련 조율 문제 맞춤형 치료 필요

만성 어지럼증은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했을 수 있어 보다 세심하고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고려대 안산병원 제공
여러 달 이상 지속되는 만성 어지럼증은 몸의 균형을 유지하는 뇌의 다양한 기능에 복합적인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일 수 있다. 전문가들은 개별적인 원인 질환을 찾는 것을 넘어 보다 광범위하고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13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보면 어지럼증으로 치료를 받은 환자 수는 2014년 73만6635명에서 2023년 101만5119명으로 38% 늘었다. 어지럼증을 일으키는 원인은 다양하다. 이석증·메니에르병처럼 귀 안쪽 내이의 전정기관에 이상이 생기는 경우를 비롯해 당뇨병, 기립성 저혈압, 자율신경계 이상,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같은 정신질환과 관련된 경우까지 범위가 매우 넓다. 뇌종양이나 뇌졸중 등 뇌에 발생하는 각종 질환의 증상으로 어지럼증이 나타나기도 하므로 명확하게 감별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어지럼증이 만성적으로 나타날 때는 원인을 찾기가 더욱 어려워진다는 데 있다. 인체가 균형을 유지하는 과정에선 몸의 움직임을 측정하는 평형(전정) 기능만큼이나 시각과 체성감각 등 여러 경로를 통한 감각 정보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내이의 전정기관이 자세의 균형을 전적으로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 속 여러 동작에서 눈과 손발, 피부, 관절 등을 통해 얻는 감각을 뇌가 통합적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특정 기관만의 이상이 아닐 가능성이 있으므로 여러 검사를 차례차례 진행해야 할 수도 있다.
다만 바꿔 말하면 전정 기능에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다른 감각기관을 통해 균형 이상을 교정하면 어지럼증을 상당한 정도로 완화할 수 있다는 얘기도 된다. 뇌는 양쪽 귀에서 담당하는 전정 기능 중 어느 한 쪽에만 이상이 생겨도 이를 신속하게 알아채고 건강한 반대쪽의 기능을 조절하는 한편 시각 등의 다른 정보를 더 많이 참고하는 식으로 균형을 잡는다.
만성 어지럼증 환자는 뇌가 스스로 균형을 회복하는 이 같은 과정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초기의 어지럼증을 완화하기 위해 안정제 등을 장기간 복용하거나, 전정 기능 손상 정도가 심한 경우, 공황장애나 우울증이 있는 경우, 그리고 고령일 때 어지럼증이 만성화되기 쉽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각각의 요인을 세심하게 찾아내 해결하는 동시에 전정 기능이 손상된 뒤 장시간 동안 자세 균형과 연관된 감각이 제대로 조율되지 못했던 문제를 맞춤형으로 치료해야 한다.
나윤찬 고려대 안산병원 이비인후·두경부외과 교수는 “만성 어지럼증은 이를 유발하는 특정 원인 질환에만 집착하지 말고, 전정 기능 손상 후 균형을 회복하는 두뇌 기능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요인은 없는지 의심해야 한다”며 “긴 시간 헤어나지 못할 것 같은 어지럼증으로 고생하고 있다면 여러 요인을 점검하고 차분히 해결책을 찾아나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