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국회에서 열린 ‘5인 미만 위장 사업장 방지 및 근로기준법 적용 확대를 위한 국정감사 후속 토론회’에서 발제자들이 발표하고 있다. 주최 측 제공
대전의 한 카페 A지점에서 일한 김소희씨는 5인 미만 사업장이라는 이유로 초과근로수당, 주휴수당, 야간수당 등을 받지 못했다. 이 카페 사장은 대전에 지점 3개를 두고 지점마다 가족 명의로 사업자등록증을 내 5인 미만 사업장으로 위장했다. 김씨는 서류상 지점들이 분리된 사업장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 하나의 사업장이었다고 했다. 사장은 지점 3곳 직원의 근무표를 통합해 만들었고 하나의 단체카톡방에서 출·퇴근을 관리했다. 직원들도 지점을 오가며 근무했다. 김씨는 A지점에 채용됐지만 매주 2~3번 B지점에서 일했다.
국회에서 13일 열린 ‘5인 미만 위장 사업장 방지 및 근로기준법 적용 확대를 위한 국정감사 후속 토론회’에서 사업주가 근로기준법 적용을 회피하기 위해 상시 근로자 수 5인 미만 사업장으로 축소한 사례들이 지적됐다. 하나의 사업장을 분리해 5인 미만 사업장을 만드는 ‘사업장 분리 위장형’, 고용한 직원 중 4명 이하만 고용보험에 가입하고 다른 직원들은 사업소득자로 위장해 5인 미만 사업장으로 보이게 하는 ‘사업소득자 위장형’ 등이 대표적 방식으로 꼽힌다.
사업소득자 위장형의 대표 사례는 ‘가짜 3.3’ 노동자다. 업무 지시·감독을 받으며 일하지만 무늬만 프리랜서인 사업소득자로 등록하는 것이다. 사업소득자의 소득세율 3.3%에서 따와 가짜 3.3 노동자로 불린다. 외주제작사에서 방송작가로 일한 김서윤씨(가명)는 “위장 프리랜서 고용 시 강력한 법적 책임을 부과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은성 노무사는 고용보험 가입자 수 기준 상시근로자 수는 5인 미만이지만 사업소득자 합산 시 5인 이상이 되는 사업체 통계를 들며 위장 사업장 규모를 추론했다. 국세청이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근로소득자는 5인 미만이지만 사업소득자를 합산하면 5인 이상~50인 미만이 되는 사업체 수는 2015년 3만6026개에서 2024년 14만41개로 4배 가까이 늘었다. 50인 이상~300인 미만인 사업체는 1874개에서 4082개로 2배 이상 늘었다.
이 중 50인 이상~300인 미만 사업체들을 업종별로 분류하면, 2024년 기준 서비스업이 1987개로 가장 많았다. 2015년 대비 2024년 증가율을 기준으로 하면 임대·사업 서비스업이 가장 높았고 건설업, 운수·창고·통신업이 뒤이었다. 하 노무사는 “이 통계만으로 위장 여부를 예단할 수는 없지만 증가율이 급증한 업종을 비교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5인 미만 사업장으로 근로기준법 적용을 전면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은 “근로기준법을 제외한 산업안전보건법, 산재보험법, 고용보험법, 최저임금법, 남녀고용평등법 등 주요 노동관계법이 2000년 전후로 모두 5인 미만 사업장 차별 적용을 철폐했다”며 “유독 근로기준법만 비용이 들어간다는 이유로 확장되지 않는 대목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영삼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노동데이터센터장은 “근로기준법 적용이 미뤄져 왔기 때문에 5인 미만 사업장으로 남으려는 유인이 강하게 발생하고 고용 인력을 줄이기 위해 편법·불법적인 위장도급, 위장 위탁계약이 남발된다”며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전에 근로계약을 프리랜서나 위탁계약으로 위장하지 못하도록 엄격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