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미할 마틴 아일랜드 총리(왼쪽)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자신이 앞서 밝혔던 가자지구 소유·재건 구상과는 다른 발언을 내놨다. 이스라엘을 포함해 미국·이집트 등 중재국과 휴전협상을 이어가고 있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미할 마틴 아일랜드 총리와 회담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아무도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을 추방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은 가자지구 개발 방식과는 차이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백악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가자지구를 장악하고 소유하겠다”며 가자지구 개발 구상을 밝혔다. 그는 가자지구에 사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요르단·이집트 등으로 이주시키고 가자를 미군이 장악한 뒤 미국이 개발을 주도하는 방식을 내놓으면서 “중동의 리비에라(지중해 휴양지)가 될 것”이라고 했다. 네타냐후 총리와 이스라엘은 이러한 구상에 찬성 의사를 밝혔다.
이같은 개발 방식은 그간 국제사회가 견지해온 팔레스타인 문제 해법과 상반될 뿐만 아니라, 팔레스타인 주권을 침해한다는 점에서 비판이 쏟아졌다. 아랍 국가들은 팔레스타인인을 내쫓지 않고 5년간 총 530억달러(77조원)를 들여 가자지구를 재건하는 계획을 마련해 내놨다.
하마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환영 의사를 표시했다. 하젬 카셈 하마스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가자지구 주민들을 이주시키려는 발상에서 후퇴한 것이라면 환영할 만한 일”이라며 “이스라엘 점령군이 휴전협상 조건을 이행하도록 의무화하길 바란다”고 했다.
이스라엘·하마스 휴전협상은 카이로 도하에서 진행 중이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이스라엘 협상팀이 이날까지 도하에 남아 협상을 이어간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공영방송 칸은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중동 특사가 가자지구에 억류된 이스라엘인 10명을 석방하는 조건으로 60일간의 휴전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이 구호 물품 반입과 전기 공급을 차단한 가자지구에서는 참혹한 인권 침해가 이어지는 중이다. 톰 플레처 유엔 인도주의·긴급구호 사무차장은 최근 가자지구를 방문해 목격한 사실을 전하며 “‘거리의 개들이 왜 이렇게 살이 쪘냐’고 물으니 동료가 ‘개들이 시체를 찾기 때문’이라고 답했다”고 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만난 마틴 총리는 회담 전 가자지구에 대한 구호 지원이 시급하며, 휴전과 남은 인질 송환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