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열차 납치 인질극 36시간 만에 종료…“인질 27명 사망”

선명수 기자
파키스탄 남서부의 분리주의 반군 단체 발루치해방군(BLA)이 12일(현지시간) 공개한 영상에서 반군에 의해 열차가 멈춰 있다. BLA제공/AP연합뉴스

파키스탄 남서부의 분리주의 반군 단체 발루치해방군(BLA)이 12일(현지시간) 공개한 영상에서 반군에 의해 열차가 멈춰 있다. BLA제공/AP연합뉴스

파키스탄 남서부에서 분리주의 반군 세력이 승객 440명이 탄 열차를 공격해 벌인 인질극이 36시간 만에 종료됐다.

13일(현지시간) 파키스탄 보안군은 전날 밤 작전으로 열차를 납치해 인질극을 벌인 무장 반군 33명을 모두 사살했으며, 인질 346명을 구출했다고 발표했다. 군은 인질로 억류된 승객 최소 21명이 반군에 의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다만 군의 구출 작전 과정에서 숨진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인근 검문소에선 군인 4명이 반군의 매복 공격으로 숨졌다.

반면 이번 사건의 배후를 자처한 반군 조직 발루치해방군(BLA)은 열차에 타고 있던 승객 440명 가운데 민간인은 이미 모두 풀어줬고, 인질로 잡고 있던 214명은 대부분 파키스탄 보안군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군의 작전이 진행된 동안 “포로가 된 적군 50명을 처형했다”고 밝혔다.

열차 공격은 지난 11일 오후 1시30분쯤 파키스탄 남서부 발루치스탄주 주도 퀘타에서 출발해 카이버파크툰크와주 페샤와르로 향하던 열차가 퀘타에서 약 160㎞ 떨어진 마슈카프 터널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벌어졌다. 무장 반군 수십명이 철로를 폭파한 뒤 열차를 멈춰 세웠고, 열차 안에 난입해 총을 쏘며 순식간에 장악했다. 이 과정에서 기관사와 일부 승객이 사망했다.

이후 반군은 승객들의 신분증을 확인하며 발루치스탄주 외부에서 온 사람들과 군인들을 찾아냈고 여성과 어린이, 노인, 발루치스탄주 주민 등은 풀어줬다. 반군 일부가 승객 30여명을 산으로 끌고 갔다는 증언도 나왔다. 승객들 중 일부는 반군이 열차를 멈춰세우자 스스로 도망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언론은 파키스탄 보안군이 퀘타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때 주로 열차를 이용한다는 것은 노려 반군이 이번 인질극을 벌인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BLA는 지난해 11월에도 퀘타 기차역에서 폭탄을 터트려 20명 이상이 사망하기도 했다.

반군은 수감 중인 발루치스탄 정치범과 독립운동가 등을 48시간 내 석방하지 않으면 인질을 처형하겠다고 위협했다.

그러나 파키스탄 당국은 군 병력 수백명과 헬리콥터 등을 동원한 진압 작전을 벌였고, 사건 발생 36시간 만에 진압을 완료했다. 당국은 반군이 폭탄이 장착된 조끼를 입고 인질들 사이에 앉는 등 위협해 작전이 쉽지 않았으나, 마지막 작전에서 특수부대가 자살폭탄 테러범을 먼저 제거한 뒤 나머지 무장대원들을 제압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사건이 발생한 발루치스탄주는 파키스탄에서 면적이 가장 넓으며 천연가스와 광물 등 천연자원이 풍부하지만, 동시에 파키스탄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이다.

이 지역 주요 구성원인 발루치족은 1947년 파키스탄 독립 당시부터 줄곧 분리 독립을 요구하며 투쟁을 벌여 왔다. 몇 년 전부터는 중국 자본의 자원 개발 과정에서 배제된 주민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며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중국은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구상)의 일환으로 이곳에서 ‘중국-파키스탄 경제 회랑’ 관련 인프라 개발 사업을 벌이고 있다. 발루치족은 파키스탄 정부가 중국 자본을 끌고 와 발루치스탄 자원을 착취하고 중국으로 개발 이익을 빼돌리는 것을 방치하고 있다고 반발해 왔다. 주민들의 불만이 누적되며 BLA를 비롯한 분리주의 반군단체들은 점차 세력을 확장하는 추세다.

반군 단체들은 중국인 등 외지인을 상대로 집중적인 테러 활동을 벌여 왔고, 이에 중국은 자국민을 지키겠다며 파키스탄에 파병도 검토하는 상황이다. 파키스탄군도 대대적인 진압 작전으로 반군에 맞서며 유혈 사태가 끊이지 않았다.

국제 싱크탱크인 경제평화연구소가 발표하는 ‘세계 테러리즘 지수’에 따르면, 지난해 파키스탄은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에 이어 2번째로 테러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나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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