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오른쪽)이 12일(현지시간)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왼쪽)을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EPA연합뉴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이 힘과 영향력의 상실을 막거나 되돌리는 것은 튀르키예의 회원국 자격을 통해서만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나돌루 통신 등 현지 매체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날 앙카라에서 EU 순회 의장국인 폴란드의 도날트 투스크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튀르키예는 여전히 EU에 완전히 가입하는 것을 전략적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전날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고위급 회담을 열고 러시아·우크라이나의 30일 임시 휴전안에 동의한 것에 대해 “우크라이나가 휴전을 수용한 것은 긍정적이고 중요한 일”이라며 “러시아가 건설적으로 대응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에르도안 대통령은 “러시아가 협상 테이블에 나선다면 우리는 논의를 촉진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튀르키예는 서방 군사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국이지만 러시아와도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2022년 3월 튀르키예 남부 안탈리아에서 우크라이나 외교장관이 참여하는 평화회담을 주최했고, 우크라이나산 농산물 수송 항로를 복원하는 흑해 곡물협정 연장과 수감자 교환 등 합의를 중재했다.
외신은 유럽과 중동 지역에서 튀르키예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로이터통신은 “유럽과 우크라이나가 새로운 안보 체계를 모색하면서 튀르키예가 핵심적인 파트너가 될 수 있다”며 “유럽이 워싱턴 없이 자체적인 방위력을 강화하려는 가운데서 튀르키예에 유럽과 관계를 돈독히 할 기회가 생겼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튀르키예는 미국에 이어 나토에서 가장 많은 F-16 전투기를 보유하고 있다”며 “튀르키예의 EU 가입은 가까운 시일 내 성사될 가능성이 작지만, 미국의 유럽 안보 재편에 따라 나토 핵심으로 급부상한 튀르키예의 자신감을 반영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튀르키예는 1999년 EU 가입 후보국이 됐고 2005년 공식적으로 가입 협상을 시작했지만 2016년 국내 쿠데타 시도, 2019년 그리스와 갈등 등의 영향으로 협상이 멈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