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때문에···세계 ‘중도파’ 지도자 떴네

이영경 기자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AFP연합뉴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쏘아 올린 관세 전쟁과 유럽 안보위기의 여파로 세계 중도파 지도자들의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다. 특히 영국의 키어 스타머 총리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고성 회담’ 이후 회복이 어려워 보이던 미·우 관계를 화해로 이끌며 휴전 협상을 성사시키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해 주목받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2일(현지시간) “트럼프의 ‘충격과 공포’ 정책이 세계 정치를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재편하고 있다”며 “관세와 대서양동맹에 대한 위협이 중도파 지도자들에게 생명을 불어넣었다”라고 보도했다.

NYT는 “영국에서는 지지부진하던 총리가 갑자기 정치가로 부상하고, 캐나다에서는 (지지율이 떨어지던) 집권 자유당이 선거에서 승리할 기회를 잡았다. 독일에서는 극우의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우려됐던 총선 이후 중도 우파의 신임 총리가 의제를 지배하고 있다”며 “그들은 미국 대통령에 맞서려는 의지를 보이며 인기를 되찾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브루킹스 연구소의 대서양 관계 전문가 콘슈탄체 슈텔첸뮐러는 “트럼프의 가장 큰 아이러니 중 하나는 그가 유럽의 위대한 통합자로 밝혀진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미국 백악관을 찾은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달 27일 미국 백악관을 찾은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좌)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우)이 2일(현지시간) 런던에서 열린 정상회담을 마친 후 포옹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좌)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우)이 2일(현지시간) 런던에서 열린 정상회담을 마친 후 포옹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스타머 총리가 가장 눈에 띈다. 스타머 총리는 지난달 28일 우크라이나와 미국의 정상회담 파행 이후 두 나라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며 휴전 협상을 끌어내는데 핵심적 역할을 했다. NYT는 “우크라이나에 유럽 평화유지군을 파견하는 동시에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바삐 노력하는 스타머 총리의 ‘회오리 외교’는 영국 정치권 전반에서 찬사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스타머 총리는 지난해 7월 치러진 영국 총선에서 노동당의 압승을 이끌며 14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뤄냈지만 취임 이후 지지율은 줄곧 곤두박질쳤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한 달 만에 지지율이 10% 오르며 반등세에 올라섰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미·우 정상회담이 파국으로 끝난 뒤 스타머 총리는 전화기를 들고 트럼프 대통령, 젤렌스키 대통령과 번갈아 통화하며 화해를 위한 설득에 나섰다. 폴리티코는 “스타머는 엑스(옛 트위터)에서 벌어지는 광란의 설전에 동참하는 대신 가장 온건한 선택을 했다”며 “엑스에 손대지 않고 전화를 거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스타머는 백악관에서 쫓겨난 젤렌스키 대통령을 런던 다우닝가에서 따뜻하게 포옹하며 맞이한 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밀착하며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을 위한 ‘의지의 연합’ 결성 논의를 시작했다.

폴리티코는 스타머 총리에게 미·우 분쟁 해결 임무를 위임받은 조너선 파월 영국 국가안보보좌관이 우크라이나에 가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함께 휴전 협정 초안을 작성했으며, 사우디아라비아 미·우 회담이 열리기 전날 밤인 지난 10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협상 성사를 위해 설득했다고 보도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신임 총리. AP연합뉴스

마크 카니 캐나다 신임 총리. AP연합뉴스

캐나다는 ‘경제통’으로 불리는 마크 카니 전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가 지난 9일 집권 자유당 대표 선거에서 당선된 후, 지지부진하던 자유당의 지지율이 상승하면서 조만간 치러질 총선에서 승리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카니 대표가 “트럼프 대통령과의 무역 전쟁에 승리를 거두겠다”고 약속하면서 올해 초만 해도 보수당보다 지지율이 낮았던 자유당은 최근 격차를 바짝 좁혔다.

독일에선 지난달 치러진 총선에서 극우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2위를 차지하며 부상했다. 하지만 NYT는 “AfD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J D 밴스 미 부통령의 공개적 지지를 받은 데서 충분한 이득을 얻지 못했다”며 “AfD는 선거 이후 중심적 역할을 못 하고 있으며, 독일의 새 총리로 유력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민주연합 대표는 군사 지출을 늘려 유럽이 스스로 안보를 책임지도록 촉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멕시코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에 대한 냉정한 대처로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고 NYT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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