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해 1월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 오세훈 서울시장 등 국민의힘 대선주자들이 13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맹공을 퍼부었다. 이날 헌법재판소가 민주당 주도로 탄핵 심판대에 오른 공직자 4명의 탄핵을 모두 기각하자 이 대표에게 책임을 물었다. 윤석열 대통령 석방 후 당심과 민심의 괴리가 더 커진 상황에서 ‘이재명 때리기’가 중도부터 극우까지 공략할 수 있는 전략이라고 판단하고 이에 집중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 전 대표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재명의 민주당은 탄핵을 사적인 복수극의 수단으로 마음껏 써먹었다”면서 “이제 ‘가장 위험한 사람’(이 대표)을 막고 수명을 다한 87체제의 문을 닫은 다음 새로운 시대로 넘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SNS에 “이재명 민주당 탄핵 폭주의 예견된 결말”이라며 “오로지 나 살겠다는 이유로 탄핵의 칼을 마구 휘두른 이 대표는 이제라도 국민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해야 한다”고 적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SNS에 “이 대표는 국정마비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국민 사과를 하기 바란다”고 적었고,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SNS에서 “민주당의 줄탄핵이 ‘이재명 감옥행’ 도피용이었다는 것이 확실히 밝혀졌다”며 이 대표의 사과를 요구했다.
헌재는 이날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에 대한 탄핵소추를 모두 전원일치로 기각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13일 경북 구미시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해 참배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안 의원실 제공
국민의힘 대선주자들은 이 대표 비판에 집중하는 데는 야권 유력 대선주자의 대항마로 자신을 부각하려는 목적이 깔려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극우부터 중도까지 하나로 뭉치게 할 수 있는 구호가 ‘반이재명’이라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에 따라 석방되면서 당내에선 윤 대통령을 구심으로 뭉치는 힘이 강해졌고, 당심과 민심의 거리는 더 벌어졌다는 분석이 많다. 대선주자들로서는 보수화된 당심을 잡으려다 민심에서 멀어지고, 민심을 잡으려다 당심에서 멀어지는 딜레마에 놓인 셈이다. 이에 따라 당원들과 중도층에 모두 어필할 수 있는 ‘이재명 때리기’에 몰두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홍준표 대구시장과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달 28일 대구 달서구 2·28민주운동기념탑에 참배하고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대선주자들은 헌재의 윤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을 앞두고, 조기 대선 준비로 비칠 수 있는 행보를 자제하고 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대선 활동을 위해 수면 바로 밑까지 올라왔던 대선주자들이 다시 지하로 내려가 대기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저서 <다시 성장이다 : 오세훈의 5대 동행, 미래가 되다>에 대한 사전 예약을 오는 14일 시작하는데, 정식 발간은 윤 대통령 탄핵 여부가 결정된 후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0일 부산 북콘서트에 이후 공개 일정을 잡지 않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최근 예정됐던 기자간담회 일정을 연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