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일 서울 영등포구 더현대서울 ‘G-DRAGON Media Exhibition : Ubermensch’ 전시 공간에 데이지꽃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다. 전지현 기자
지난 10일 서울 영등포구 더현대서울에는 데이지꽃이 활짝 피어있었다. ‘8시 방향 이파리가 하나 없는 데이지꽃’은 지드래곤이 오래도록 상징으로 삼아온 것이다.
“행복한 하루를 선물해줘서 고마워요!” 권혁진씨(23)가 데이지 조형물이 가득한 공간에 마련된 전자칠판 위로 글자를 적자, 큰 스크린에 그 메시지가 나타났다. 중학생이던 2016년부터 빅뱅을 좋아했다는 라혜인씨(23)는 “콘서트에서 재미있게 놀아보자!”라고 썼다. 가수 지드래곤이 정규 3집 ‘위버멘쉬(Übermensch)’의 발매를 기념해 연 미디어 전시회의 한 장면이다.

10일 서울 영등포구 더현대서울 ‘G-DRAGON Media Exhibition : Ubermensch’ 전시 공간에서 권혁진씨와 라혜인씨가 지드래곤에게 직접 쓴 메시지가 나타난 미디어월을 바라보고 있다. 전지현 기자
지드래곤 소속사 갤럭시코퍼레이션과 크리에이티브멋이 지난 9일부터 오는 19일까지 ‘G-DRAGON Media Exhibition : Ubermensch’ 전시를 연다. 전시회 현장에는 오랜 공백을 깨고 돌아온 지드래곤을 응원하는 팬들이 모였다. 예약 사이트에서 사전 신청에 성공한 이들이다.
안내에 따라 전시 공간으로 들어서면, 가상현실(VR) 기기를 착용하게 된다. 그때부턴 아직 일반에 공개되지 않은 ‘TAKE ME’ 무대가 눈 앞에 펼쳐진다. 하늘색 머리를 한 지드래곤이 손을 뻗는 안무를 할 때면 몸을 움츠리게 될 정도로, 그 거리가 가깝게 느껴진다. 경기 화성에서 온 이진숙씨(45)는 “눈앞에서 춤을 추는 듯 생생했다”며 “나만을 위한 무대 같아서 만족스러웠다”고 했다.
다음 공간엔 지드래곤의 앨범 사진과 영상이 벽에 전시되어 있다. ‘TOO BAD’와 ‘POWER’ 뮤직비디오 장면을 그대로 구현한 세트도 마련돼 있다. 지드래곤이 뮤직비디오에서 그러했듯 스카프를 두른 팬들은 전시회장에서 사진을 찍는 데 여념이 없었다.

지드래곤의 안무 영상이 재생되는 전시회 벽면을 관람객들이 바라보고 있다. 전지현 기자
이처럼 단순 음악을 넘어 앨범 홍보의 일환으로 자체 체험 공간을 기획하는 가수들이 근 몇 년 사이 늘고 있다. 콘셉트 아트와 안무, 뮤직비디오 디자인까지 한 앨범에 다양한 시각적 요소를 담는 K팝 가수들이 주로 앨범을 3D로 재해석한 전시·팝업스토어를 열고 있는 것이다.
지난 7일 첫 정규 앨범 ‘Ruby’를 발매한 가수 제니는 13일까지 서울 용산구 현대카드 뮤직 라이브러리·바이닐 앤 플라스틱에서 제니의 노래와 음성을 들을 수 있는 팝업스토어 ‘루비파이(Rubify)’를 열었다. 세븐틴의 호지와 우지도 첫 번째 싱글 앨범 ‘BEAM’ 발매를 기념해 오는 16일까지 더현대 서울에 팝업스토어를 운영한다.

서울 용산구 현대카드 뮤직 라이브러리·바이닐 앤 플라스틱에서 운영되는 가수 제니의 팝업스토어 ‘루비파이’ 외관. 밖에서도 커다란 빨간 리본이 한 눈에 들어온다. OA엔터테인먼트 제공
굿즈를 일정 금액 이상 구매한 팬만 참여할 수 있는 부스를 따로 두기도 하지만, 입장 자체는 통상 무료로 운영된다. 애초에 수익 창출보다는 홍보가 목적이기 때문이다. 데이지꽃 풍선을 층 곳곳에 띄우거나(위버멘쉬), 커다란 빨간 리본으로 외관을 두르는(루비파이) 등 전시를 모르고 지나가던 행인의 눈을 사로잡을 수 있도록 외관에도 신경을 쓴다.
한 업계 관계자는 “1~2년 쯤부터 이런 공간을 마련하는 게 앨범 홍보에서 보편적인 프로모션으로 자리 잡았다”며 “앨범 정체성을 설명하면서도 팬들에게 재미 있는 체험거리를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했다.
앨범을 공감각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는 데에서 팬들의 만족도도 높다. 위버멘쉬 전시 관람을 마친 전수연씨(34)는 “앨범과 관련한 전시회에 처음 오는데 생각보다 재미있어서 놀랐다”면서 “뮤직비디오에서 보던 세트가 눈앞에 있으니 자연스레 들뜨더라”고 했다. 그는 지드래곤에게 “힘들지 않고 계속 좋은 영감을 받아서 작품을 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