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립부 탄 인텔 신임 CEO. 인텔 제공
경영난에 빠진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이 업계 베테랑으로 통하는 신임 수장을 임명하면서 다시 한 번 쇄신에 나섰다. 구원투수로 기대를 모은 전임 수장이 재건에 실패한 가운데 새로운 리더십 아래 반전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인텔은 새 최고경영자(CEO)로 립부 탄 전 케이던스 디자인 시스템즈 CEO(65)를 임명했다고 12일(현지시간) 밝혔다. 지난해 12월 전임 팻 겔싱어 CEO가 사임한 지 3개월 만이다.
말레이시아 태생의 탄 CEO는 싱가포르 난양공대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에서 원자력 공학 석사, 샌프란시스코대에서 MBA를 취득했다. 벤처 투자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그는 2004년 케이던스 이사회에 합류했고, 2009년부터 CEO를 지냈다. 케이던스는 인텔을 포함한 주요 반도체 설계 회사들이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회사다.
탄 CEO는 반도체 업계 전문성을 인정받아 2022년 9월부터 2024년 8월까지 인텔 이사회 멤버로 활동했다. 회사 회생 방안을 두고 겔싱어 당시 CEO 등 경영진과 마찰을 빚어 이사직을 내려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임 후 1년이 채 되지 않아 인텔을 이끄는 수장으로서 이사회에 복귀하게 됐다.
탄 CEO의 앞에는 무너진 인텔의 위상을 회복해야 하는 과제가 놓여 있다. 그는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함께 힘을 모아 인텔이 세계적인 제품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되찾고, 세계적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계속된 부진에도 파운드리 사업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2021년 겔싱어 전 CEO가 취임 직후 파운드리 사업 재진출을 선언하며 ‘인텔의 제2전성기’를 열겠다고 공언했지만 실패했다.
인텔의 사업 매각 이야기는 꾸준히 나오고 있다. 최근 로이터통신은 대만 파운드리 기업 TSMC가 엔비디아, AMD, 브로드컴, 퀄컴 등에 인텔 파운드리 부문 인수를 위한 합작 투자를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TSMC는 반도체 산업 주도권 강화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로부터 위기에 처한 인텔 공장 인수를 요구받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합작 투자 논의는 초기 단계라고 하나 실제 실현될 경우 TSMC의 파운드리 시장 지배력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TSMC와 미국 빅테크들의 협력 강화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에는 악재다. 삼성전자는 미국에 파운드리 공장을 추가로 짓고 있지만, 고객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