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경쟁에 학생 떠밀고 ‘킬러’ 때려잡은 결과는?…“사교육비 역대 최고치”

김원진 기자    김송이 기자
교육부와 통계청이 ‘2024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발표한 13일 서울 양천구 목동 학원가에 학생들이 지나다니고 있다. 정효진 기자

교육부와 통계청이 ‘2024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발표한 13일 서울 양천구 목동 학원가에 학생들이 지나다니고 있다. 정효진 기자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과(29조2000억원)과 참여율(80%) 모두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정부가 내놓은 각종 사교육 대책이 사실상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초등학교 사교육비 증가율이 두자릿수로 치솟아 사교육에 뛰어드는 연령이 낮아지는 등 사교육 열기에 ‘백약이 무효’한 상황이다.

특히 대규모 의대 증원과 2028 수능개편이 맞물린 입시제도 변화 등도 사교육비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가 사교육을 잡겠다며 ‘킬러문항’(초고난이도 문항) 폐지 등을 추진했지만 정책 효과가 미비했던 데다 의대 증원 등 입시 불안정성을 키우는 정책으로 엇박자를 냈다는 비판도 나온다.

교육부와 통계청이 13일 발표한 2024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보면 국내 사교육비 총액은 사실상 30조원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초중고에 국한한 사교육비 총액은 29조2000억원이지만, 한해에 1인당 수천만원에 달하는 재수학원 학원비 등과 이날 공개된 영유아 사교육비(약 3조2000억원)를 더하면 사교육비 총액은 훨씬 커진다.

초중고 학교급별로 사교육비는 전년 대비 5.8~11.1% 증가했다. 이중 초등학생 사교육비 증가세(11.1%)가 가장 가팔랐다. 교육부는 정부가 무상지원하는 방과후수업인 늘봄학교가 “일정 정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본다”고 했지만, 전체 방과후수업 참여율은 2023년 53.2%에서 지난해 50.9%로 오히려 감소했다. 학원가의 초등 사교육 수요 창출 전략이 본격화하고 있는 데다, 영유아 시기부터 사교육을 시작하는 학생들이 늘면서 초등까지 그 영향이 이어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자녀가 한 명인 가정이 많고 주변에서 다같이 사교육을 하는 분위기도 작용한 것으로 본다”고 했다.

학년별로 분리해 보면, 중3과 고1 사교육비가 전년 대비 10% 안팎으로 유독 크게 늘어났다. 이는 입시제도의 변화가 맞물린 영향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해 초 정부는 2000명에 달하는 의대 증원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중3이었던 올해 고1부터는 고교학점제와 내신 5등급제, 2028 통합수능체제 등이 적용된다. 학교 내신과 입시제도에서 동시에 큰 변화를 맞이하며 불확실성이 커졌고, 지난해 소폭 감소했던 성적 상위 10% 고교생의 사교육 참여율은 올해 다시 76.6%로 증가했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장은 “지난해에는 입시제도 변화가 커 중3부터 고교 입시 전략을 새로 짰을 것”이라며 “최소한 내신 5등급제와 함께 절대평가를 도입해 사교육 유인을 줄였어야 한다”고 했다.

상대적으로 사교육비 지출이 적었던 저소득층이나 읍면지역에서도 사교육비 증가율이 컸다. 지난해 월 소득 300만원 미만 가구의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0만5000원으로 전년 대비 12.3% 증가했다. 월 소득 800만원 이상 가구의 증가율이 0.8%였던 점과 대비된다. 지난해 읍면지역 학생의 사교육비도 전년 대비 14.9% 증가했다.

사교육비가 4년 연속 역대 최대를 새로 쓴 것은 정부 정책 실패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는 킬러문항 폐지 추진과 함께 입시 불안정성을 확대하는 의대 증원이나 무전공전형 확대 등을 급하게 도입했다. 올해 고1에 적용되는 고교학점제도 사교육 수요를 자극했고, 중학교 때부터 고입 대비에 매달려야 하는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외고·국제고 존치 정책은 유지됐다. 외고·국제고 진학 희망 초·중학생의 사교육비는 지난해 66만1000원으로 전년 대비 6만9000원이나 증가했다. 강영미 참교육학부모회 회장은 “자사고나 국제학교는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 정부가 사교육비 감소에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교육부는 이날 교육발전특구,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 추진 등을 사교육비 경감 수단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교육발전특구는 특구 내 고교가 자사고 역할을 해 입시경쟁을 촉발한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됐다. AI 교과서 도입은 사교육 업체들이 ‘AI 교과서 대비’를 홍보하는 등 오히려 사교육 수요를 끌어올리는 쪽에 가깝다. 청소년단체 ‘아수나로’ 수영 활동가는 “정부가 에듀테크처럼 사교육 시장의 요소를 모방하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사교육을 줄이겠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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