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G손해보험. 연합뉴스
메리츠화재가 MG손해보험 인수를 결국 포기했다. 고용승계 보장을 요구한 MG손해보험 노조와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한 탓이다. 더이상 인수의향자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 판단한 금융당국은 MG손해보험 청산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이 경우 124만명에 달하는 보험 가입자들의 손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화재는 13일 이사회를 열어 MG손해보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반납하기로 결의했다. 메리츠는 인수 포기 이유로 “각 기관의 입장차이”를 꼽았다. 그간 메리츠화재의 인수를 반대해 온 MG손해보험 노조의 반대를 우회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12월 MG손해보험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이후 세달 간 매각조건을 위한 실사작업 조차 착수하지 못했다. 법적 고용승계 의무가 없는 자산부채이전(P&A) 방식으로 인수를 추진하면서 노조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메리츠화재는 최후 협상안으로 ‘전체 직원 10% 고용승계, 비고용 위로금 250억원’을 제시했다. 금융당국의 위임을 받아 매각 절차를 대리하던 예금보험공사도 노조에 고용 수준 협의를 위한 회의를 요청하는 등 중재에 나섰다. 하지만 지난 12일로 예정돼있던 회의에 노조가 불참하자, 메리츠화재는 최종적으로 인수를 포기했다.
금융당국과 예금보험공사는 다시 매각을 추진하기보다 청산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메리츠화재 외에 새로운 매수자를 찾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예보는 3년간 네 차례에 걸쳐 공개매각을 진행했으나 모두 유찰됐고, 이후에는 메리츠화재와 수의계약 방식으로 전환해 매각 협상을 진행해오던 상황이었다. 이 경우 MG손해보험은 청산 절차를 밟는 최초의 보험사가 된다.
금융당국과 예보는 가교 보험사를 설립해 보험계약을 이전한 후 점진적으로 청산을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지만, 이 역시 실현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예보 관계자는 “가교 보험사를 설립해 한시적으로 운영한다 해도 예보가 보험금 지급 등 업무를 하려면 상당한 자금과 인력이 투입되어야 한다”고 했다. 금융위 관계자도 “예금자보호법 상 최소 비용 원칙에 저촉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계약 이전 없는 청산에 들어갈 경우, 124만명에 달하는 보험 계약자들의 손해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MG손해보험이 청산절차에 들어가면 계약자들은 예금자보호법 상 최대 5000만원까지만 우선 보상을 받을 수 있다. 5000만원을 초과하는 보험료는 일반채권으로 분류돼 청산 절차에 따라 순차적으로 배당을 받는다. 법원이 MG손해보험의 청산 가치를 얼마로 책정하느냐에 따라 손실을 볼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MG손보 임직원 600여명도 일자리를 잃게 된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예보는 이날 공동 입장문을 내고 “시장에서도 MG손해보험의 독자생존에 대해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정부는 이를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