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13일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에 대한 탄핵소추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했다. 이들이 위법·부당한 행위를 했지만 공직에서 파면할 정도는 아니라고 봤다. 헌재 판단과 결정을 존중한다. 최 원장과 검찰은 지금이라도 깊이 반성하고, 사정기관 책임자로서 정치적 중립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국회는 지난해 12월5일 최 원장이 대통령 집무실·관저 이전 감사를 부실하게 하고,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표적 감사를 했다는 등 사유로 탄핵소추했다. 그러나 헌재는 “부실 감사라고 볼 만한 다른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전 전 위원장 표적 감사 의혹에 관해선 “제보를 근거로 실시한 특정사안감사로 감사 목적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부실·특혜 수사 등을 이유로 탄핵소추된 이 지검장 등에 관해서도 헌재는 “수사 재량권을 남용해 김 여사에게 부당하게 편의를 제공한 것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그렇다고 헌재가 이들의 행위에 모두 면죄부를 준 것은 아니다. 최 원장이 주심위원 열람 없이 감사보고서 시행이 가능하도록 전자문서 시스템을 변경한 행위, 국회의 ‘관저 의혹’ 현장검증에서 기록 열람을 거부한 행위는 법률 위반이라고 했다. 검찰의 김 여사 수사에 대해서도 헌재는 “도이치모터스 사건 주범들의 시세조종 범행에 김 여사 명의 증권계좌가 활용된 사실이 확인됐다”며 “김 여사가 공동가공의 의사(여럿이 공동으로 범죄를 실행하려는 의사)가 있었는지 등을 판단하기 위해 검사들이 적절히 수사했는지 다소 의문이 있다”고 지적했다.
여권은 헌재를 추켜세우며 야당의 정치적 탄핵 남발에 철퇴를 가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헌재는 “국회의 탄핵소추권이 남용되었다고 볼 수 없고, 탄핵소추 사유가 구체적으로 특정됐다”고 밝혔다. 국회의 공직자 탄핵소추를 비판하며 12·3 비상계엄 사유로 든 윤석열 주장에는 확실하게 선을 그은 것이다. 헌재의 이번 결정은 12·3 비상계엄의 헌법 위반·내란 증거가 차고 넘치는 윤석열 탄핵심판과는 내용과 절차 모두 별개다. 이제 헌재가 할 일은 윤석열 탄핵심판 선고기일을 신속히 잡는 일이다. 헌재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내란 수괴를 대통령직에서 파면해 헌정질서를 바로잡고 위험에 빠진 국가와 시민을 구하기 바란다.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서 헌법재판관들이 자리에 앉아 있다. 권도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