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우정 검찰총장이 13일 서울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는 길에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문재원 기자
대검찰청이 대통령 윤석열에 대한 내란 사건 1심 재판부의 구속 취소 결정에 끝내 항고하지 않기로 했다. 대검은 13일 낸 입장문에서 “검찰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전날 대법원을 대표해 국회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조차 “재판부에서 실무와 결을 다소 달리하는 판단을 한 것 같다. 저희는 즉시항고를 통해 상급심의 판단을 받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했지만 결국 뭉개기로 한 것이다. 형사사법 시스템 혼란이야 있건 말건 윤석열의 방패가 되기로 작정한 듯하다.
대법원이 상급심 판단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하는 이유는 ‘시간’ 단위로 구속기간을 계산해 윤석열의 구속 취소를 결정한 것이 그간의 관행과 통상적 견해에 반하기 때문이다. 천 처장은 “1심 재판부가 학설의 여러 견해 중 절차적으로 가장 엄격한 입장을 채택한 것으로 판단이 된다”고 했다. 좋게 보아도 소수설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더구나 대검은 종전처럼 ‘날’을 기준으로 삼으라는 지침을 전국 검찰청에 내려보낸 터다. 이렇게 되면 재판부마다 판단이 제각각이고, 법원과 검찰의 기준이 달라 구속실무에 대혼란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대법원이 판례를 통해 통일된 기준을 제시해야 할 사안이지만, 검찰이 독단적으로 항고를 포기해 그 기회를 원천 차단한 것이다.
대검은 이날도 즉시항고는 위헌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보석허가·구속집행정지에 대한 즉시항고를 위헌이라고 결정했을 뿐, 구속 취소 결정에 대한 즉시항고의 위헌성 여부는 판단한 적이 없다. 검찰이 언제부터 헌재 판단을 지레짐작해 권한 행사를 포기했나. 헌재가 판단해야 할 위헌성 여부를 검찰 마음대로 예단하고 결론내는 것 자체가 오만방자한 작태다. 윤석열이 석방된 터라 지금 즉시항고하는 건 그나마의 위헌 소지도 없다. 구속 취소 결정에 대한 검사의 즉시항고권은 위헌적이지 않다는 법무부·검찰의 그간 입장과도 배치된다. 모든 면에서 윤석열을 풀어주기 위한 위인설법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심우정 검찰총장은 윤석열 기소 시점을 질질 끌어 구속 취소 결정의 빌미를 제공했다. 그러고는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이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 윤석열을 석방했다. 대법원까지 상급심 판단을 받아보라고 권해 이제라도 즉시항고할 명분이 주어졌으나 그 기회마저 걷어찼다. 심 총장 눈에는 윤석열의 인권만 보이고, 내란 스트레스에 밤잠 설치는 다수 시민의 상식과 형사사법 시스템의 혼란은 안 보이나. 공익의 대변자여야 할 검찰을 윤석열 대변자로 전락시킨 심 총장은 더 이상 그 자리에 있을 자격이 없다. 즉각 사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