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학생 수는 줄었는데 사교육비는 30조원에 육박하며 또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사교육비를 절감하겠다며 도입한 교육 정책이 말만 요란한 빈 수레가 됐다. 언제까지 교육당국의 정책 실패와 무능을 인내해야 하는가.
통계청이 13일 발표한 ‘2024년 초중고 사교육비’ 총액은 29조2000억원으로, 1년 전(27조1000억원)보다 7.7% 급증했다. 이 통계에 빠진 영유아 사교육비(3조3000억원)와 재수학원비를 더하면 30조원을 훌쩍 넘겼다. 학생 수는 8만명(1.5%) 줄었는데도, 1인당 지출액·참여시간이 늘었고 참여율도 처음으로 80%를 찍었다. 월평균 ‘800만원 이상’ 고소득 가구 사교육비는 0.8% 늘고, 300만원 미만 가구는 12.3% 증가했다. 고3 영어 사교육비를 웃돌 정도로 월평균 154만원을 영어유치원에 쓰는 ‘사교육 저연령화’도 심각했다. 모든 계층·연령에 걸쳐 사교육이 양적·질적으로 악화된 징표들이다.
사교육 시장 과열은 정부가 부추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증가폭이 가장 컸던 중학생 사교육은 올해 고1부터 고교학점제가 전면 도입되며 2028학년도 대입제도가 개편된 영향이 크다. 고교 1학년의 1인당 사교육비 지출 급증은 갑작스러운 의대 증원 발표 여파로 보는 눈이 많다. 대학 입시요강은 2년 전 사전예고토록 했지만,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은 지난해 5월에서야 발표했다. 수능 킬러문항 배제도 사교육 시장부터 키웠다. 불과 1년 앞도 내다보기 힘들 만큼 조변석개하는 입시·교육 정책에 불안해진 학생·학부모들이 사교육으로 몰려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초등학교 저학년 돌봄 공백과 사교육 수요를 잡겠다며 도입한 늘봄학교도 사교육 열기를 잡기엔 역부족이었다.
사교육 의존도가 높아진 교육은 결국 부자들의 잔치가 될 수밖에 없다. 사회경제적 지위와 부의 대물림 현상도 교육에서 더 심각해진다.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저성장, 저출생, 양극화의 고리를 끊어낼 범국가적인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또 최고치를 찍은 사교육비는 ‘윤석열표 교육’의 총체적 실패를 뜻한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이날 사교육을 부추길 우려가 있는 교육발전특구,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 추진 등을 사교육비 경감의 수단으로 제시했다. 교육부 관료들이야말로 ‘사교육 카르텔’에 속한 것 아닌가.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사과부터 하는 게 맞다.

교육부와 통계청이 ‘2024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발표한 13일 한 시민이 서울 양천구 목동 학원가에 붙은 학원 광고를 지나가고 있다. 정효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