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일람 樂書一覽]점쟁이·의사·발명가…이게 모두 마술사의 일](https://img.khan.co.kr/news/2025/03/13/l_2025031401000339900039121.jpg)
15-16세기 유럽의 마술사들
앤서니 그래프턴 지음 | 조행복 옮김
책과함께 | 440쪽 | 2만8000원
요한 게오르크 파우스트는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작품 <파우스트>의 실제 모델로 알려진 인물이다. 1541년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파우스트의 직업은 ‘마구스’였다. 마구스란 이 시기에 활약했던 학구적인 마술사를 가리킨다. ‘학구적’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이유는 이들이 마술을 행하는 데서 그친 것이 아니라 마술에 대한 지식을 당시 소수 지식인들만 구사할 수 있었던 라틴어로 써서 책을 펴냈기 때문이다. <15-16세기 유럽의 마술사들>은 마구스들의 기예와 경험을 다룬 책이다.
마구스들의 ‘마술’이란 무엇이었을까. 당시에는 별자리를 보고 운명을 예언하는 점성술, 연인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묘약, 질병과 마음을 치료하는 방법,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암호 기술, 유압장치와 자동장치에 대한 지식도 마술에 속했다. 오늘날 기준으로 보면 점쟁이, 의사, 심리상담가, 암호학자, 발명가의 역할을 겸하고 있었던 셈이다.
마술은 자기계발의 기예이기도 했다. 15세기에 현재의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활동했던 마구스 피코는 자신의 독자들에게 “논리적인 자기계발 과정의 일환으로 마술을 추구하라고” 권고했다.
피치노라는 이름의 마구스는 학자에게는 섭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음식을 음료보다 두 배 많이 섭취해야 한다. 다시 말해 빵과 음료는 2:1, 빵과 달걀은 1:1.5, 빵과 고기는 3:1, 빵과 눅눅한 생선, 녹색 채소, 과일은 4:1의 비율이어야 한다.” 그는 일흔 살이 되면 젊은 사람의 피나 젖을 빨아먹고 원기를 회복해야 한다는 기상천외한 주장도 했다. 과학이 충분히 발달하지 못했던 시대의 인간과 자연에 대한 지식은 마술이나 미신과의 경계가 모호했던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