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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겐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

[이갑수의 일생의 일상]사람에겐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

튀긴 면 하나에 수프 한 봉지. 에걔, 고작 이거냐 싶어도 끓는 물만 부으면 한 끼로 훌륭하다. 텔레비전이 먹통이 되고, 드디어 기사가 오셨다. 대뜸 건장한 기기를 자빠뜨리고, 나사 풀자, 드디어 속이 홀랑 드러났다. 이게 다야? 싸늘한 기판 위에 레고 같은 반도체, 얼기설기 전선들. 거실을 점령한 기기의 실상이다. 같잖게 볼 일은 아니다. 거대하고 복잡한 걸 작고 콤팩트하게 만들려는 게 현대의 문화다. 슥슥삭삭 점검한 뒤 놀랄 틈도 없이 전기를 넣자, 요술처럼 불이 들어오고 미국 대통령이 툭 튀어나왔다.

트럼프가 채신머리없이 일론 머스크의 발바닥에 키스하는 사진이 떴다. 교묘하게 둘 다 왼발바닥이다. 물론 가짜 사진이다. 개인적인 역량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머스크는 너무 설친다. 굉장한 머리와 개척자 정신으로 시대의 길목을 지키고 앉아 대박을 노린다. 사업이든 행정이든, 예술까지는 아니더라도 시늉이라도 내야 하는데 막무가내의 효율성만을 따지려 든다. 그의 뉴럴링크는 사람이 생각한 대로 움직이는 기계를 만들 궁리를 하고 있다고 한다. 우주로 나아가고 두뇌를 파고드는 머스크가 설마 트럼프의 머리를 조종하려는 건 아니겠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찰떡궁합을 과시한 트럼프와 머스크. 트럼프는 세계쯤이야 언제나 궁둥이를 들이밀고 마음대로 타고내리는 전기차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다. 급기야 웬만한 땅도 미국의 것이라고 우기려 든다.

인간은 사는 동안 늘 접촉한다. 얼굴로 공중을 문지르고 손으로 세상을 만진다. 접촉이라면 바닥을 상대하는 발바닥이 그중 제일이 아닌가. ‘사람에게는 땅이 얼마나 필요한가’는 톨스토이의 명단편이다. 주인공은 하루 종일 걸어서 그 땅을 소유하는 계약을 한다. 단, 일몰까지 제자리로 돌아와야 한다. 이른 아침 출발했는데, 욕심을 부리다가 지는 해를 뒤쫓아 헐레벌떡 돌아왔지만 그 자리에서 죽고 일꾼이 삽으로 땅을 파서 묻는다. 결국 그가 얻은 땅은 제 몸뚱어리만큼이었다.

누구든지 잠자리에 누우면 얼굴 대신 활짝 열리는 게 있다. 발바닥, 이게 그냥 달려 있기만 하겠는가. 갈팡질팡 오늘을 돌아다닌 건 저 삽으로 자기 밑을 파내는 활동임을 잊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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