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서 내지 않아도 ‘석방 자체가 곧 항고 포기’ 간주
석방 후 즉시항고 인용 전례에는 “잘못된 사례” 주장
검찰이 13일 법원의 윤석열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에 즉시항고하지 않기로 재확정했다. 지난 12일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즉시항고를 통해 상급심 판단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자 내부 논의를 했지만 기존 입장을 유지하기로 했다.
대검찰청은 앞서 구속기간 ‘날’ 산입에 대한 1심 법원의 판단에 의문을 제기하면서도 “법원 판단을 존중해 즉시항고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천 처장이 즉시항고 필요성을 이야기하니 “불복 여부는 검찰의 업무 범위”라며 선을 그었다. 검찰이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포기하기로 확정하면서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검찰총장 대통령 감싸기’ 비판은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즉시항고 제기로 방향을 바꾸면 기존에 즉시항고를 포기하면서 세운 논리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형사소송법 410조에 따르면 즉시항고 제기기간인 7일간 구속 취소 결정 집행이 정지된다. 검찰은 석방과 동시에 집행정지 효력도 사라지므로 석방 후에는 즉시항고가 불가능하다고 간주한다.
그러나 집행정지 효력이 소멸되려면 즉시항고 제기기간 내에 검찰이 포기서를 내거나 7일이 지나야 한다. 검찰의 이번 즉시항고 포기는 둘 다 해당하지 않는다. 심우정 검찰총장은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 후 27시간 만에 윤 대통령 석방을 지휘했다. 항고 포기서도 법원에 내지 않았다. 항고 포기는 서면 제출이나 검사의 구술 진술이 있을 때 효력을 갖는다. 피고인을 석방했다고 해서 그 자체로 즉시항고를 포기했다고 해석할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
석방 후 즉시항고 사례가 없는 것도 아니다. 2018년 의정부지검 검사는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으로 피고인을 석방한 뒤 즉시항고를 제기했다. 당시 법원은 검사의 즉시항고가 이유가 있다고 보고 인용 결정했고, 피고인이 재수감됐다. 이런 사례는 다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 관계자는 “재판부나 검사 업무 처리의 오류”라며 “석방하면 항고 포기 의사가 있다는 건데 또 항고한다는 건 제동을 걸어줬어야 한다”고 말했다.
심 총장은 ‘구속 취소 시 즉시항고’가 위헌성이 있다고 본다. 헌법재판소가 ‘보석과 구속집행정지 결정에 대한 검사의 즉시항고권’을 위헌으로 봤다는 점이 근거다. 그러나 검찰은 그간 구속 취소에 대한 즉시항고권을 행사해왔다.
검찰은 수긍하기 어려운 구속기간 산입과 관련해선 불복하지 않으면서 정작 기존 실무례를 따르라는 지침을 일선 검찰청에 전달했다. “대법원 등의 최종심 결정이 있기 전까지 원칙적으로 종전과 같은 방식으로 구속기간을 산정”하라는 것으로, 법원 판단에 역행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검찰이 즉시항고 포기를 재확인하면서 윤 대통령은 불구속 상태로 내란죄 형사재판을 받게 됐다.
대검 간부들과 달리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지난 7일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이 나온 이후 대검과 협의하면서 “법원 결정에 불복하고 즉시항고해야 한다”고 버텼다. 그러나 최종 결론은 간부들의 판단대로 ‘석방과 즉시항고 포기’였고 이날 재검토에서도 달라지지 않았다.
참여연대는 “검찰은 잘못된 결정을 바로잡을 기회를 스스로 저버리고, 사회적 비판과 논란에도 윤석열 (대통령)에게 특혜를 주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검찰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