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맞대응엔 주류부터 ‘보복’
“와인·샴페인 등에 200% 관세”
아일랜드 대미흑자 불만 표출
미 국민 61% “관세전쟁 반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2일로 예정된 상호관세 발표 전까지는 관세 부과와 관련해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관세 부과와 유예를 거듭하면서 금융시장에 혼란을 초래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기조가 계속될 것임을 시사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미할 마틴 아일랜드 총리와 회담하면서 ‘관세 정책에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 “일관성이 없는 게 아니라 유연성”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자동차 업계의 요청을 받아들여 캐나다·멕시코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한 달 유예한 사실을 언급했다. 그는 “난 항상 유연성을 유지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한번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유연성이 매우 적을 것”이라고 답했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부 국가에 관세 부과를 유예할 수도 있다는 뜻을 시사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연합(EU)이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25% 관세에 맞대응 관세 조치를 발표한 것을 두고는 재보복에 나섰다. 그는 “물론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산 자동차 대상 관세를 고려하느냐는 질문에 “완전히 그렇다”고도 답했다. EU는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25% 관세에 맞서 260억유로(약 41조원)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관세를 물리겠다고 발표했다.
실제 대응은 주류부터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에 “EU는 오직 미국을 위협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됐으며 최근 (미국산) 위스키에 끔찍한 50% 관세를 부과했다”면서 “이 관세를 철폐하지 않는다면 미국은 EU 소속 국가에서 수입되는 모든 와인과 샴페인 및 주류 제품에 200% 관세를 부과할 것이며, 이는 미국 내 와인 및 샴페인 산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이날 EU가 철강·알루미늄 등의 공급 과잉 문제에 미온적으로 대처해 관세 부과를 자초했다는 식의 주장을 폈다.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는 성명을 통해 “EU가 미국을 징벌하는 것처럼 신속하게 세계적인 공급 과잉을 해결하려고 행동했다면 오늘 우리는 다른 상황을 만났을 것”이라며 “EU의 징벌적인 행동은 무역·경제 정책이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또 다른 징후”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담한 마틴 총리 옆에서 아일랜드의 대미 무역흑자에 대해 “우리는 엄청난 적자가 있다”며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아일랜드로 이전한 미국 제약사 등 기업들을 상대로 미국에 상품을 수출할 때 200% 관세를 매겼을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이날 CNN이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관세 정책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61%로 지지한다는 응답(39%)보다 많았다.